새해, 목표 있는 삶
이게 어떤 구시대적 잔재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옛적부터 '신정'이라는 날은 그닥 와닿질 않고, '구정'이라고 하는 날이 뭔지 모르게 그럴싸했던지라 그게 지금까지 습속으로 박혀버렸다. 해서 '설날'이라면 음력설이지 달리 양력설을 따로 쇠지 않는다. 양력설에 신년인사가 오고가는 건 지금도 낯설다. 하긴 뭐 음력이라고 해서 그런 인사 주고받는 게 익숙한 건 아니니...
암튼, 이제 내 입장에선 진짜 새해가 시작되었으므로, 새해는 뭔가 이뤄보는 그런 한 해를 만들어봐야겠다는 의욕이 불끈 치솟아 오르는 것이었다. 그런데 뭐 할 줄 아는 게 있어야지. 모르는 분야에 도전하는 것은 아주 작은 것부터 해보고, 우선은 알지만 그동안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인하...여가 아니라, 게을러서 못했던 것들 중에서 몇 가지를 추려보았다. 연휴 기간에는 그런 궁리를 해보느라 시간이 훌쩍 지났다.
그래서 정리한 것.
1. 올해는 마라톤을 다시 시작한다.
- 그렇다. 너무 안 뛰었다. 게다가 작년에 그만 몸이 망가지고, 스탠트 집어넣고, 햄스트링 작살나고, 족저근막염에 무릎부상에 심지어 시도때도 없는 쌍코피에... 게다가 멘탈까지 탈탈 털려서 나원 세상에 치매도 아니고 정신이 가출한다는 말이 뭔 말인지를 깨달을 정도로 넋이 빠지는 경험을 하다보니 운동이 너무 겁나서. 권투 잠깐 다시 시작한 것도 결국 손을 놨는데.
- 스탠트를 집어 넣었다는 건 인조인간화에 일정한 진척이 있었다는 것. 하긴 뭐 입안에 이미 아반떼 한 대 값은 너끈히 들어가 있으니 두상의 인조인간화가 흉부까지 진행되었다는 것이기도. 어쨌든지간에, 기왕에 인조인간의 길에 들어 섰으니 이제 격에 맞는 체력을 갖춰야 할 듯. 해서 선택한 것이 바로 마라톤. 이건 예전에 해본 경험이 있으니 차근차근 프로그램 만들어서 도전하면 되리라 철석같이 믿고 있는 바다.
- 그리하여 연휴 기간에 테스트. 테스트 결과는 참담한데, 현재 내 몸 상태에서 최적의 거리는 불과 5km, 죽자고 좀 더 달리면 아마도 8km 정도 달릴 수 있을 듯. 동네 초등학교 운동장을 뛰는데 아이고... 스탠트가 다 튀어나오는줄 알았네... 인조인간 인생 끝장나는 줄 알았다고... 고거 꼴랑 250m정도밖에 되지 않는 초등학교 운동장 몇 번 돌았다고, 그것도 빨리 뛴 것도 아니고 거의 걷다시피 뛰었는데 가슴이 뻑적지근하다니...
- 처음에는 연말까지 몸 상태를 봐서 올해 안에 풀코스에 다시 도전해보리라는 생각도 했었지만, 일단 컨디션을 봐 하니 그건 상반기 운동성과를 보고 판단해얄 듯. 해서 우선은 상반기 중에 하프 2회이상을 뛰는 것으로 목표설정. 이 웅대한 목표를 발표하고 목표성취를 위한 방법론을 함께 고민해보자고 짝지에게 제안하자, 짝지는 일단 대회신청부터 하라고 하명하신다. 어허허... 죽거나 말거나구나...
- 이 목표에 따르면, 다음 달 말에는 첫 주행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다면 그 전까지 몸 상태를 하프코스를 뛸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거. 이거 가만 보면 좀 과도한 목표설정이 될 수도 있겠다 싶다. 최소한 남은 약 7주 동안 현재의 최적 상태에서 15km를 연장해야 한다는 건데, 그렇다면 매주 2km씩 주행거리를 늘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게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다. 근 10년 가까이 장거리주행을 하지 않았는데.
- 하지만 뭐 도전이라는 게 다 그런 거니까 이걸로 목표를 정하기로!
2. 운전면허를 취득해보자
- 그동안 안 해본 일 중에 하나가 운전. 짝지는 운전면허 따자마자 자동차를 어디서 구했고, 자동차가 손에 들어오자 마자 운전을 했고, 운전을 시작한지 불과 이틀만에 날 조수석에 앉힌 채 강릉으로 달렸다. 그런 깡다구가 어디서 나오는 것일지...
- 처음 짝지가 운전하는 차의 조수석에 앉아 월드컵 경기장을 벗어나 강변북로를 타고 서울의 동쪽으로 내달린 후 강원도 넘어가는 고속도로에 올라 태백준령을 가로질러 가던 그날의 공포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아마 평생 잊지 못할 듯. 난 사람들이 왜 종교에 심취하는지 언제나 궁금했었는데, 그날 비로소 왜 사람들이 신에게 귀의하는지 그 이유를 알 듯도 했다.
- 짝지가 몰고 가는 차가 날아가는지 굴러가는지조차 감이 오지 않는 그 시간 동안, 나의 몸은 저절로 단정한 자세를 취하게 되었고, 정신은 텅 빈 상태가 되어갔다. 한 번 빠져나간 멘탈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어, 어, 어..."하는 신음소리라도 냈건만, 강변북로를 '종횡무진'... 아... 이 고속주행도로에서 차선이고 나발이고 종횡무진이라니... 암튼 그 상황을 겪으면서부터는 입이 다물어지고 몸속의 장기들, 예를 들면 심장과 폐와 간이 서로 따로 놀고 있다는 게 명징하게 느껴진 이후부터는 감히 신음조차 낼 수 없었다.
- 짝지는 차에 '초보운전'이라는 딱지조차 붙이지 않은 채 운전을 했다. 그 이후로 오랫동안, 나는 거의 반 강제로 조수석에 앉아 있어야 했으며, 마치 레고블럭을 처음 손에 쥔 어린아이처럼 전국 방방곡곡을 핸들링하는 짝지의 옆에서, 마음 한 번 돌리면 피안이 이곳이라는 명언을 가슴에 새기며 도를 닦는 심정으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아무튼 그 결과... 짝지는 이제 베스트 드리벌이 되었다.
- 나만 없다, 나만. 집안 식구 우리 세대 중에 면허는 나만 없다고... 더 늦기 전에 운전면허에 도전해봐야겠다는 의욕이 불끈 솟은 연휴였다. 그래서 면허에 도전하고자 했는데, 아뿔사... 지금 면허 시험 도전하려면 자본이 꽤나 투하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어 짝지에게 살짝 물어봤다. 내가 지금 백순데, 혹시 운전면허 응시를 위한 재원을 지원해줄 의사가 있으신지... 짝지는 단호했다. 연수는 내가 시켜주마. 돈 들이지 말고 해봐라... ㅜㅜ
- 그래 뭐 방법이 있겠지. 암튼 상반기 중에 운전명허 도전한다. 날 풀리면 바로 시작해보리라.
3. 공부
- 뭐 딴 말 필요 없다. 할 줄 아는 게 그거밖에 없으니 계속 공부한다. 그런데 공부도 뭔가 목표가 있어야 할 건데, 뭘 목표로 해얄지 고민이네... 책 한 번 만들어보고 싶은 욕구가 꾸준히 솟구치긴 하는데, 정작 어떻게 책을 만들지를 모르니. ㅎㅎ
자, 이렇게 새해 상반기 목표가 설정되었으니, 이제 열심히 달려보자고. 블로깅할 시간도 줄이고, 달려, 달리란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