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에게 돌아가는 책임
일요일이 다 가는 소리에 아쉬움이 있어 여기 저기 온라인을 돌아다니는데, 사안이 사안인지라 그런지 몰라도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에 대한 갑론을박이 심심찮게 보인다. 참여해야 한다는 측의 주장이나 참여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나 나름의 근거가 있고, 그 근거들이 무시할만한 것은 아니다. 이러한 주장의 가운데에는 민주노총의 주도적인 역할에 대한 비판과 회의와 의무감과 기대가 혼재되어 있는 듯 보인다.
민주노총이 대표하는 노동계가 경사노위의 주도권을 쥐기를 바라는 마음은 아마 자본쪽을 응원하지 않는 한 다들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조합주의의 옹호 보위 이상으로 나가지 못하는 현재의 민주노총에 대한 불신과 노여움이 있더라도, 그나마라도 민주노총이 역할을 좀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더 앞에 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그런데 온라인의 갑론을박을 보면, 민주노총의 주체성을 중심에 두는 논의태도는 좋지만, 주변환경이 이러하니 들어가야 된다 말아야 된다는 식의 논의가 지속되는데, 이건 좀 아쉽긴 하다. 민주노총이 정치적 지형과 경제상황에 대한 판단을 하고, 노선을 명확하게 제시하면서 경사노위에 들어가는 것이 원론적으로 맞다고 본다면, 기실 이러한 논쟁이 들어가자 말자로 가기보다는 들어갈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라고 정부와 여당을 압박하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엊그제도 이런 취지에서 포스팅을 했는데(경사노위, 첫 발을 디딜 수 있으런지), 대통령의 최근 행보는 양대노총 위원장을 만난 외에 노동계를 끌어안고자 하는 특단의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재계의 말을 더 많이 경청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집권 3년차 경제/노동의 방향은 기업의 투자촉진을 유도하는 규제완화와 소위 '소득주도성장'의 노선폐기로 진행될 것처럼 보일 정도다.
한편 여당도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합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매우 소극적이다. 오히려 그동안 청와대와 함께 여당 안에서 민주노총을 위시한 노동운동세력을 사회의 암적존재로 치부하는데 공조하기는 했어도, 그 반대로 노동의 입장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일련의 정치적 환경조성을 위한 조치는 거의 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민주노총이 들어가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도 따져야겠지만, 그 정성의 일부를 좀 덜어내서 정부와 여당에게 니들을 어떻게 믿고 경사노위에 들어가란 말이냐고 공세를 좀 해야 할 때가 아닌가? 그런 측면에서 조직의 동원과 정치력의 발휘가 없는 건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대외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차원에서 민주노총도 힘을 좀 썼으면 싶다. 내부 결정기구의 구성원들만 설득해서 될 일이 아니라 그들이 설득당할 수 있는 대외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더 절실한 상황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지금 정부와 여당의 태도는 민주노총으로 하여금 경사노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모습이 아니다. 어떠한 상응조치 없이, 그냥 오로지 경사노위에 들어올 건지 아닌지만을 민주노총에게 결정하라고 압박하면서, 안 들어오면 역적을 만들겠다는 굳은 의지만 보일 뿐이다. 논란의 주제는 이 부분에 맞춰져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