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몸이 욱신욱신
백수일수록 몸 관리를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게 백수생활다이제스트의 제일 원칙일지도 모르겠다.
무료한 시간을 계획적으로 관리한다는 건 웬만큼 자기관리가 철저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고, 나처럼 게을러터진 자는 그저 먹고 뒹굴면서 공상이나 하다가 그마저도 심심하면 유튜브나 들여다보는 게 백수의 일과처럼 되기 쉽다. 그렇게 되면 뭐 거의 공식처럼 몸이 불고 정신적으로 나태해지다가 무기력해지고 만사가 여의치 않음에 대해 비관하다가 그 비관을 술과 음식으로 풀고 술김에 뒤비 퍼질러 자고 그러고 나면 몸이 불고 정신적으로 나태해지다가...가 반복된다. 이러다 사람 잡겠다...
해서, 나중에 뭐가 어찌 되는 간에 일단은 돼지삼촌 소리는 듣지 않아야겠다는 위기의식이 발동! 월요일부터 근력운동을 시작했는데... 항상 의욕만 앞서다보니 사고를 치게 되고, 사고를 치게 되면 또 절망하게 되고 그 절망을 술과 음식으로 풀고 술김에 뒤비 퍼질러 자고 그러고 나면 몸이 불고 정신적으로 나태해지다가...가 반복... 아 쒸... 이게 뭐 이래?!
의욕이 앞선 결과, 몸 상태를 제대로 체크하지 않으면서 오버트레이닝을 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하니까 이게 기냥 막 잘 되는 거라. 그러다보니 중량 스쿼트를 막 해대다가 레그프레스를 막 올려대고 런지에 뭐에 마구 해댔더니만 저녁나절부터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가 저릿저릿해지더니만 하루 자고 일어났더니 걷기가 불편한 정도. 하지만 내가 누구냐? 스포츠맨 행인! 운동으로 온 피로는 운동으로 푼다!
그래서 또 미친듯이 턱걸이며 어깨 운동이며 등 운동이며 철봉에 매달려 갖은 쇼를 다 했다. 이젠 저녁나절부터 상체가 뻐근해지더만 밤 사이 온 삭신이 아비규환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러더니만 결국 잠을 자면서 살짝 몸만 뒤척여도 쥐어 짜내는 듯한 통증에 잠이 깨버려서 결국 비몽사몽이 되어버렸다. 변 볼일이 생겨 화장실 가도 앉는 게 두렵고, 전화벨이 울려도 폰 줏으러 일어나기가 버겁다. 아오... 병원이라도 가야 할 판인데...
몸 관리 하자고 시작한 운동인데 아예 자리 펴고 드러 눕게 생겼다. 이젠 맛폰 입력기에 손가락 두들기는 것도 힘들다. 손가락 움직일 때마다 어깨가 쩌릿댄다. 아, 이렇게 또다시 백수의 서러움이 밀려들고, 이 서러움을 감당치 못해 술과 음식으로 풀고 술김에 뒤비 퍼질러 자고 그러고 나면 몸이 불고 정신적으로 나태해지다가...가 반복... 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