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지지 않는 동서분할구도(2013년 1월 경)

18대 대선과 진보신당의 대응에 관하여 - ②
깨지지 않는 동서분할구도


남북으로 찢어지고 동서로 갈리고

여기서 세대별 투표율과 지지율보다 더 높은 관심이 필요한 사항 두 가지를 언급해야 할 것이다. 하나는 지역구도의 문제이며 다른 하나는 인물의 문제이다. 세대별 투표율보다 관심을 더 끄는 문제는 지역구도인데,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지역분할의 구도는 ‘통합’ 내지 ‘탕평’이라는 구호가 해결해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왜냐하면 이번 대선에서 나타난 지역분할구도가 과거와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 아니라 완전히 한국사회의 정형화된 틀로 고착되어 있는 성질의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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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 직선제 대통령 선거 광역별 득표결과 지도. 67년 이래 이번 대선까지 정확하게 동서로 나뉘는 지역분할구도를 볼 수 있다. (출처 : 위키백과)


이 그림을 보면 직선제로 대통령을 선출한 각 선거에서 지역구도가 어떻게 정립되고 있는지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1963년 대선에서 박정희-윤보선의 지역구도가 상하 분리의 형태로 지도에 나타나고 있는 것을 제외하고, 1967년 선거 이래 이번 대선까지 한반도 이남은 정확하게 동서로 나뉘는 지역분할구도를 보여주고 있다.

1987년 대선에서 노태우와 3김이 표를 나눈 것을 제외하고는 1967년부터 이번 대선까지 한반도의 동쪽이 민주당계 혹은 호남지지세력에게 자신들의 표를 과반수 이상 던진 역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민주당계가 대선에서 승리했던 1997년 대선과 2002년 대선은 여지없이 남한의 정치지형이 동서 지역분할의 형태가 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광역단위 지지율의 구분은 1992년 김영삼-김대중 양강구도에서 보았던 그것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이러한 구도에서는, 호남의 지지를 얻는 것만으로는 여전히 정권을 획득하기 어렵다는 것과, 강원 TK PK로 묶이는 지역에 대해 근원적인 대응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보수 양당체제로 정치지형이 굳어진다고 하더라도 이 지역적 분할구도가 깨지지 않는 한 ‘통합’이니 ‘탕평’이니 하는 수사는 헛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장했던 ‘대연정’이 현실화됨으로써 “새누리당 민주통합당”의 우파정치세력과 이에 대응하는 좌파정치세력이 부상하는 것이 되겠으나 아직은 요원하다.


영호남의 갈등은 영원할 것인가?

어쨌든 이러한 분할구도가 가지는 한계를 명확히 볼 수 있는 지표를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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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대 대선 지역별 유권자 수 및 후보 당 득표율. 인구비율로 보았을 때 영남이 호남에 비해 2배를 훌쩍 넘는다.


이 표를 보면, 영남과 호남은 일단 유권자의 수에서부터 영남이 2배 이상 많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약간 시간이 지난 통계이기는 하나, 2010 인구 총조사 결과를 보면 당시 영남(대구 부산 울산 경북 경남)의 인구는 13,648,029명으로 집계되었다. 반면 호남(광주 전북 전남)의 인구는 5,086,248명으로 인구 비율로 보자면 영남이 호남에 비해 2.683배 많은 인구를 가지고 있으며, 숫자로 보면 호남보다 영남에 8,561,885명의 인구가 더 많이 산다는 결과가 나온다.

이렇게 인구비례 상 현격한 차이를 가지고 있는 영남과 호남은 매 선거에서 완전하게 양분된 지역분할구도가 나타난다. 이번 대선에서도 어김없이 그러한 결과가 나타났는데, 위 표를 근거로 양 지역의 분할 상황을 좀 더 확실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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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남-호남 유권자 및 투표율 그리고 상대후보와의 표차. 호남의 몰표현상이 심하다 해도 절대인구수에서의 불균형을 넘어설 수 없다.


영남과 호남의 평균투표율은 큰 차이가 없지만, 각 지역에서 지지하는 후보에 대한 소위 ‘몰표’ 현상은 호남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영남에서 박근혜를 지지하는 비율에 비해 호남에서 문재인을 지지하는 비율은 무려 20% 가까이 더 높게 나타난다. 표면상으로만 보면 영남의 몰표현상보다 호남의 몰표현상이 더 심하며, 따라서 지역색 역시 영남보다는 호남이 훨씬 더 높게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결과는 호남이 아무리 ‘공산당 투표’에 가까운 표몰이를 하더라도 절대 인구수에서 지나칠 정도로 균형이 맞지 않는 상황을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처럼 호남이 지지후보에 대해 표를 몰아주고 영남에서 얼추 30% 정도의 아군표를 획득했다고 하더라도 결국엔 625,464표를 뒤지는 결과가 나타나게 된다. 호남의 입장에서는 이 상황이 가져다주는 절박함이 편향된 지지를 유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편, 영남과 호남의 이러한 분할구도는 그 역사적 배경이나 현지의 민도 등을 염두에 둘 때 이해가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면 그 외의 지역은 왜 동서 분할구도가 이토록 선명하게 나타나는가는 의문이다. 서울 및 수도권과 충청지역의 지지가 동반될 때 나타나는 보수세력 간 정권교대는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일단의 단초를 확인할 수 있는 사례는 이번 대선의 경기지역의 투표양태이다. 이 지역의 그림을 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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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대 대선 당시 경기지역 투표 결과. 붉은색이 짙을수록 박근혜 지지율이 높았던 지역이며 초록색이 문재인 후보가 강세를 보인 지역이다. (출처: 다음(Daum) 대선 상황판)


도시화 또는 산업화와 동서분할

공교롭게도 제18대 대선 경기지역 지지분포를 보면, 서울을 중심으로 서남지역에서 문재인의 강세가 두드러졌을 뿐, 그 외로는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방사형으로 박근혜 지지가 강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보수논객인 조갑제는 이 현상에 대하여 분계선 접경지역을 비롯하여 군부대가 많은 지역에서 안보에 대한 요구가 분출했다는 분석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분석은 이 지도를 볼 때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오히려 이 지도가 보여주는 일정한 경향은 도시화, 공업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유추가 더 적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경기지역의 지지율 분포는 각 지역의 도시화 및 산업화의 정도와 경향적으로 비례한다. 단순화하자면 도시화 및 산업화의 정도가 높은 지역에서 야당에 대한 지지가 높았고, 그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에서 여당에 대한 지지가 높았다고 볼 수 있다.

유사한 사례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은 제주특별자치도이다. 도 전체의 득표율에서는 박근혜가 50.5%, 문재인 49.0%로 간발의 차이로 박근혜가 앞선 곳이다. 그런데 제주시에서는 문재인과 박근혜의 지지율이 거의 동률로 나왔고(각 49.7%) 문재인이 불과 59표 차이지만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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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특별자치도 득표율. 붉은색이 박근혜, 초록색이 문재인 후보의 강세를 보인 지역이다. (출처: 다음(Daum) 대선 상황판)


제주지역의 결과 역시 산업화 혹은 도시화와 일정한 연관이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서귀포시보다 상대적으로 도시화가 진행되어 있는 제주시가 경기도에서 확인된 투표경향과 일정하게 유사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현상을 한반도의 동서로 확장한다면 문제는 더욱 확실해진다. 충청권의 전략적 선택을 염두에 둘지라도, 남한의 동쪽이 산간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지형적 영향 등으로 인하여 서쪽보다 도시화와 산업화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있다는 것은 별도의 설명을 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남을 제외한 남한의 동쪽은 강원도이다. 각 대선 지도를 검토하면 1963년 대선을 제외한 모든 대선에서 강원도는 광역단위에서 단 한 번도 현 집권세력의 파벌에 대한 지지를 접은 적이 없다. 충청지역이 각 대선에 따라 매우 전략적인 선택을 하는 것과는 비교되게 거의 완전에 가까운 일관성을 강원도가 보여주고 있는 상황이다. 이 일관성은 왜 깨지지 않는 건가? 아니 왜 이에 대한 의문과 대책이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걸까?

전편에 이어 살펴본 것처럼, 이번 대선에서 나타난 투표성향에 따를 때 세대 간의 분할구도보다는 오히려 지긋지긋하게 이어지는 지역분할구도가 더 근본적인 문제로 드러난다. 실제로 세대 간의 문제라는 것은 상당히 유동적인 것이며, 젊은 층일수록 진보적이고 노령화될수록 보수성향이 강해진다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오히려 보수나 진보를 기준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지역의 구도가 매우 견고한 틀을 장기적으로 유지한다는 것이 문제다. 

그런데 세대별 분할과 지역별 분할보다 더 결정적으로 이번 대선에 영향을 미친 요인이 따로 있다. 그 요인이 이번 대선에서 나타난 특별한 것이라면 문제가 다르겠으나 실은 어떤 선거든 결과의 향배를 좌우하는 것이 바로 그 요인이다. 그건 다름 아니라 인물과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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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0 16:35 2016/10/20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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