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게 아니었다
학교에 현수막이 내걸렸다. "우리는 당신들을 초대하지 않았습니다"였던가? 430 행사차량은 교문 밖에서 한참을 정차해 있다가 머리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학교는 모래를 실은 트럭 세 대로 교문에 바리케이트를 쳤다. 교직원들과 세콤 직원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있었다. 그들의 머리 위로, 단대 학생회장들의 명의로 된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우리는 당신들을 초대하지 않았습니다." 울화통이 치밀어서 견딜 수가 없었다.
2. 2009-430 밤
후문 진입로 초입에 무대가 마련되었다. 사람들이 속속 몰려들고 있었다. 대학원생 몇 명과 학부생 몇 명으로 피켓팅을 시작했다. 교문 안쪽, 바리케이트가 옹골차게 쳐져 있는 그 앞에서 학교 안쪽을 향해 연좌했다. 최소한 이 정도는 해야 이 부끄러움을 조금이나마 면할 수 있을 듯 싶었다.
예비군 훈련을 마친 듯한 일군의 학생들이 지나갔다. 그 중 술에 어느 정도 취한 듯이 보이는 학생들 5명이 2명, 3명으로 나뉘어 어깨동무를 하고 다가온다. 앉아 있는 우리들을 거의 스칠듯이 위협적으로 지나가면서 그들은 이렇게 떠들었다. "이 씨바, 이거 불법집회 아냐?", "저것들은 밟아야 해", "조지면 돼, 조지면!"
울컥 치미는 것을 억지로 참고 계속 앉아 있었다. 그리고 잠시후, 개구멍처럼 열어놓은 쪽문쪽에서 소란이 일었다. 싸움이 났다. 보아하니 바로 직전에 우리 앞에서 야료를 부리며 지나갔던 그들과 집회 참가자 사이에서 말썽이 생겼나보다. 야료를 부리고 지나갔던 학생들 중 한둘이 얻어맞았던가 보다. 학교 교직원이 가세하면서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저것들 또 나가면서 뭔 소리 했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말았다.
3. 2009-501 낮
후배들이 전화를 했다. 문제가 생겼단다. 뭔 일인지 몰라서 일단 보자고 했다. 430은 애초 건대 참가단(?)과 총학이 유치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중운위에서 합의를 하지 않은 행사라고 하며 반발이 일어났단다. 그러자 총학이 행사를 불과 하루도 안 남겨놓은 상황에서 주최측에 취소를 요청했단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 행사장소를 옮기는 데는 실패했는데, 이 상황에서 총학이라는 것들은 지들 변명으로 가득찬 대자보 한 장만 달랑 남겨놓고 스리슬쩍 뭉개버렸다.
결국 전날 발생한 폭행사건과 관련하여 건대 430 참가단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단다. 이들 중 두 명이 폭행당한 학생이 다니는 학부의 주임교수실에 갔다가 왔단다. 당한 만큼 책임지라는 언질을 받았단다. 이건 뭐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 되는 것도 아니고... 명색 교수라는 인간이 한 짓을 들어보니 양아치도 이런 양아치가 없다.
4. 후배들
괜실히 후배들이 욕만 뒈지게 먹었다. 뻗쳐 오르는 열을 주체하지 못하고, 후배들만 야단쳤다. 사실 얘들을 야단칠 일이 아닌데... 그럼에도 아직 분이 풀리질 않는다.
5. 학교
정황을 곰곰히 따져보면, 아무래도 이 사건은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학교가 사주했거나, 혹은 학교와 매우 밀접한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 일이다. 남사시러워서 어디 이야기도 하지 못하겠고. 그런데 진행되는 과정을 보니 학교는 이번 기회에 아예 학내에서 운동에 발걸치고 있는 학생들의 씨를 말리겠다는 태도가 보인다. 기가 찰 노릇이다.
6. 개념
애초 430을 학교가 그토록 무리하게 막지만 않았더라도 이번 사태가 오진 않았을 거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가 되어 그냥 진행해도 될 행사를 억지로 막았을까? 총장과 대통령이 사돈관계라서?
어용학생회가 등장하는 꼴을 보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무리 학생운동이 깡그리 망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학교 상황이 개판이 될 줄은 예상을 못했다. 아무래도 학교에 너무 오래 있었던가 보다.
7. 후회
돌아오는 것이 아니었다. 그냥 어디 처박혀 있을 일이었다. 괜히 논문쓴답시고 학교에 들어왔다가 이런 눈물나는 꼴까지 보게 되었다. 슬프다. 그냥 슬플 뿐이다.
행인님의 [돌아오는 게 아니었다] 에 관련된 글. 실로 20년만에 이런일 첨이라 참 뭐라 말을 해야 좋을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며칠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기분이 사라지지 않고 마침 카메라에는 그날의 황당한 플랑을 찍은게 남아 있어서 올려본다. 볼수록 화가 나고 도대체 우리 시대 '대학생'들의 자리는 어디이고 언제까지 이런 행태들이 이어질지 조금만 더 솔직히 말하면 정말 무섭다...한심하다, 대한민국, 대학생!!
행인님의 [돌아오는 게 아니었다] 에 관련된 글. 신문 기사1964년 63항쟁 당시, 시위에 참가했다가 사망한 고 이윤식씨에게 모교가 명예학위를 수여한다고 하는 기사가 떴다. 학교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이씨의 희생이 우리나라의 민주 헌정질서 확립에 기여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 신장시켜 00대의 명예를 높였기에 명예 졸업장을 수여한다"고 한다. 사회의 발전, 특히 군사정권의 광포한 폭력에 맞서 싸웠던 사람의 명예가 반세기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