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 이후
각설하고...
선거결과를 보니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해진다. 어차피 대~한민국 정치판이라는 게 정치적 도의라던가 정책이라던가 뭐 이런 고고한 분야들은 간 데 없고, 대충 인물보고 찍는 데다가 특히나 보궐선거라는 게 동네 유지 중심의 조직표가 대세다보니 아주 심오한 정치적 의미를 이번 선거에 부여하는 것이 저어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현재 정국구도에 미묘한 파열이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견할만도 하다.
우선 선거결과를 보자.
이번 재보궐선거는 국회의원, 광역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각 분야에서(교육감 선거는 제외) 이루어졌는데 그 결과가 주목된다.
국회의원 당선자
인천 부평 : 민주당 홍영표
울산 북구 : 진보신당 조승수
전주 완산 : 무소속 신건
전주 덕진 : 무소속 정동영
경북 경주 : 무소속 정수성
광역단체장 당선자
경기 시흥 : 민주당 김윤식
광역의원 당선자
서울 광진 제2선거구 : 한나라당 최준호
강원 양양 제1선거구 : 무소속 김양수
전남 장흥 제2선거구 : 민노당 정우태
기초의원 당선자
광주 서구 다선거구 : 민노당 류정수
충북 증평 나선거구 : 민주당 연종석
경북 경주 마선거구 : 무소속 이철우
경북 경주 아선거구 : 무소속 박승직
이상 선거결과를 보면 일단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의 깃발 들고 나선 주자 가운데 당선자는 서울 광진에서 출마한 최준호가 유일하다. 가장 관심이 많이 쏟아졌던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5:0이라는 참패를 겪었다. 탈당을 불사하고 선거에 돌입했던 정동영과 정동영의 후광을 받으며 나섰던 신건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고, 민주당은 부평에서 한 석을 건졌다. 지자체 선거 역시 무소속 약진의 현상을 보이는데 물론 소속만 무소속이지 나중에 어찌 될지는 잘 모르겠고...
이러한 선거결과를 가지고 각 정치세력의 대응에 대해 간략하게 예측해보면 이렇다.
청와대 MB
문제는 이 MB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거. 일반적 상식을 가지고 판단할 수 있는 수준의 정신상태가 아니라는 점에서 청와대의 향후 진로를 예측하긴 참 어렵다. 보통의 경우라면 이런 상황에서 아뿔사 이제 조때따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예측하기 쉬우나, 지금 청와대 앉아 있는 MB는 까놓고 이야기해서 정치의 ㅈ자도 모른다. 아는 건 돈밖에 없어서뤼... 따라서 MB는 이번 재보궐 선거의 결과를 가지고 한나라당의 무능으로 치부하는 한 편, 나는 나대로 가던 길 간다는 식으로 계속 주접을 싸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모르는 거 있으면 형님에게 물어보면 되고. 다만 이재오의 거취가 주목되는데, MB입장에서 현재로서는 박근혜랑 싸움붙여 놓을 만한 수준이 이재오 정도기 때문이다. 지난 1년 여 지나는 동안 박희태나 홍준표는 박근혜하고 게임이 안 된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거등. 물론 그 배경에는 MB가 있지만, 지가 그걸 아예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니 뭐 어쩌겠나...
한나라당
일단 지도부는 죄다 자리 빼고 일어서야 할 것이다. 적어도 지금 한나라당 지도부라는 사람들이 MB보다는 정치라는 것을 안다. MB가 어찌 나오든 간에 현 지도부 중 상당수는 물갈이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박희태. 요즘 보니까 발음도 어색한 것이 말 한마디 할 때마다 무척 힘들어 하는 게 여실히 보이는데, 이 참에 정리할 수도 있겠다. 문제는 누가 나가고 누가 들어오느냐가 아니라, 이번 재보궐에서 보여진 한나라당에 대한 민심이반이라는 것을 어떻게 돌파할 것이냐인데, 실제 대~한민국 인민 중 적어도 30%의 충성된 신민을 가지고 있는 한나라당으로서는 그동안 누울 자리도 보지 않고 발뻗어도 그만이었는데, 이번 상황에서는 약간 떨 수도 있겠다. 최소한 당분간은 정부에 대해 큰 소리 치는 모습이라도 보여야할 상황이 되었다. 형님께서 입닥치고 가만 계셔준다면 뭐 불가능한 것도 아니겠다만.
민주당
어쨌건 민주당 역시 남는 장사는 하지 못했다. 일단 정동영과 신건이 민주당 소속이 아닌 상황에서 당선이 되었는데, 이걸 당장 재입당시키자니 쪽팔리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고 뭐 그럴 거다. DJ가 대승적 차원에서 같이 가라고 한 마디 하면 그 때 가서야 할 수 없는 척하고 받아들이겠지. 문제는 정동영뿐만이 아니라는데 민주당의 아킬레스건이 있다. 한미 FTA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사람 중 하나였던 홍영표를 부평에 꽂아 넣었고, 그나마 그가 국회의원 선거에서 유일하게 당선되었는데, 바로 이 상황이 앞으로 반MB전선의 축에서 민주당의 역할을 상당히 축소시킬 거다. 닥치고 대동단결주의의 한 길을 달리고 있는 일부 재야세력이야 반MB만 하면 누가 되던 관계없다는 식으로 나설 수 있겠지만, 그게 이제 대세가 아니라는데 아픔이 있을 거다. 그만큼 한국사회에서 민주당이 핵심적 정치세력으로 활약하는 데에는 더 힘든 상황이 벌어지는 거다.
민노당
울산 북구 단일화와 관련해서 보여준 전형적인 민노당식 행태를 보면 솔직히 이런 집단과 단일화를 이야기한 진보신당에 대해 화가 나기도 한다. 사실 그 동네 꼴같잖은 꼴 죄다 봤던 입장에서 김창현이 북구에 나왔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건 개코메디다. 게다가 박승흡이가 하는 짓은 더 가관이고. 아닌 말로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김창현이 되었다고 한다면 박승흡이 그런 짓 했을까? 그건 뭐 어쨌던 중요한 것이 아니고,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민노당은 본전치기는 확실히 했다. 뭐 잃을 것도 없고 얻을 것도 없었던 상황. 걍 지금까지 했던 대로 계속 가면 될 일이다.
진보신당
과정불문하고 결과만 놓고 볼 때, 이번 재보궐선거의 덕을 톡톡히 입은 집단은 뭐니뭐니 해도 진보신당이다. 일단 진보신당은 창당 1년 만에 원내진입에 성공했다. 비록 1석이지만서도... 종잣돈이 이정도면 양호하다고 봐야 하는데, 과거 민노당이 원내진입을 하기 위해 그 당 이름만으로도 5년을 생고생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꽤 양호하다고 봐야할 거다. 문제는 이 1석의 의석이 어느 정도 효과를 가져올 것이냐인데, 당장은 발언력이 높아질 것이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2010에서 그 여파를 계속 유지하지 않는 한 큰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요컨대 진보신당은 이번 조승수 당선을 말 그대로 본격적 창당과정의 시발점으로 삼아야할 것인데, 썩 그렇게 할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걍 하던 거에서 한 발짝 정도 더 나간 정도로 만족하지 않을까 싶은데, 글쎄다...
박근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번 재보궐에서 가장 큰 정치적 성과물을 쥔 것은 박근혜가 아닐까 싶다. 박근혜 없이 치루어진 선거에서 어떤 결과가 나타났는지 한나라당에 뼛속 깊이 각인시켜주는 동시에, 비록 특정지역이라고 할지라도 박근혜가 깃발 꼽은 곳에선 뭔가 된다는 것을 입증시켜주었다. 박근혜를 중심으로 하는 친박연댄지 뭔지가 힘을 얻겠지만, 반면에 견제도 더 강해질 것이다. MB가 가만 있지 않을 거다. 어쨌거나 박근혜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노이즈가 걸리면 걸리는 대로 자기 입지를 강화하는 방편이 될 터이니 남는 장사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물갈이 되는 과정에서, 과거 탄핵정국 이후 다 쓰러져가던 한나라당을 살렸던 박근혜가 한나라당의 핵심을 장악하게 될지는 좀 더 두고봐야할 일이지만.
430이다. 내일은 메이데이. 재보궐에서 완패당한 한나라당에게 진짜 인민의 생각이 뭔지를 보여주는 장이 마련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무튼 오늘 떠오르는 태양은 뭔가 새롭다는 느낌이 살짜쿵 든다.
[덧 : 430 행사가 행인 있는 곳에서 벌어진단다. 그런데 어제 얼핏 보니까 몇몇 단과대 및 학과 학생회장들이 연명으로 이번 행사를 반대한다는 대자보를 붙였더라. 학교가 반대하는 행사를 중운위도 모르게 유치했다는 이유다. 메이데이 행사를 유치하는데 중운위의 허락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 절차적으로 확립되어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으나, 기본적으로 학교가 반대하는 행사를 왜 하냐는 취지의 글을 보면서 기가 막히더라... 한국사회에서 대학이 가지고 있는 일종의 해방구적 기능이 근래 들어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대중간부씩이나 하고 있는 학생들이 이런 류의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 암담하기 이를 데가 없다. 얘네들은 인턴세대로 전락한 지들의 현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4.29 재보선 요약 0. 투표율 : 매우 높은 편 ㄱ. 유권자 131만9614명 중 45만4714명 투표 34.5% 투표율(교육감 투표는 제외). ㄴ. 국회의원 재선거 5개 지역 투표율은 40.8% (예년 평균보다 꽤 높은 투표 참여율) ㄷ. "지난 2000년 이후 16번의 재보선에서 투표율이 30%를 넘은 것은 모두 7번이다. 특히 국회의원 선거만 따졌을 경우 지난 2001년 41.9%를 기록한 이래 이번 선거의 투표율이 가장 높게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