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결과 분열
근래... 글을 쓸 수가 없었다. 글감이 없어서는 아니다. 이 재밌는 나라에, 이 격동성이 흘러 넘치는 나라에 왜 글감이 없겠는가? 중요한 건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 키보드 위에서 열 개의 손가락이 흘러갈 방향을 잃었다는 것, 그거다. 어쩌면 이 현상이 꽤나 오래 갈 수도 있겠다. 혹은 그동안 퍼질러 놨던 모든 글을 한 큐에 날려버릴 수도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더 이상 쓰레기같은 글들을 양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더랬다. 하지만 뭐 어차피 뻥구라 치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블로그. 당분간은 그냥 놔둬도 상관은 없겠지. 그리고 지금처럼 뭔가 지르고 싶을 때 한 번씩 가끔 글 올리는 것도 괜찮다 싶다.
보궐선거 관련해서 시끌벅적 하다. 이 아수라장의 판국에 다시 흘러나오는 고역같은 속담이 있다. 즉, "우파는 부패로 망하고 좌파는 분열로 망한다"는... 울산 북구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진보진영 단일화" 논쟁. 뭐 그 자체에 대해선 별로 언급하고 싶지 않다. 산술적으로(이걸 '공학적' 운운하는데 그러면 뭔가 있어보이는듯 하다만, 엄밀히 말해 이건 걍 산술적이다) 볼 때, 누가 보더라도 소위 '진보진영'의 두 후보 중 하나로 단일화 되면 좋기야 하겠지. 그러나 애초 단일화의 의지가 아니라 어느 한 쪽에 대해 니들이 굽히고 들어오라고 하는 판국이었는데, 그걸 뭐 단일화 논의니 뭐니 하며 지금까지 질질 끌어온 것도 별로 맘에 들지는 않고.
이 와중에 역시나 말 하기 좋아하는 일부 부류는 철지난 '대동단결'론을 호소한다. 물론 이기고 싶다. 이명박이라는 시대적 아이콘이 정권을 장악한 후, 철저하게 "잃어버린 10년"을 회복하는 동시에 앞으로 "잃어버릴 10년" 까지도 대비하는 기득권 집단의 저인망식 싹쓸이 행태가 대세가 되어버린 지금, 다만 한 석이라도 원내에 자리를 잡고 그 반대편의 목소리를 내 줄 수 있는 사람 하나 만들고 싶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 MB연대'로 특징지워지는 '대동단결'에 목을 매야 한다면 그건 동의하기 어렵다.
재밌는 것은 우째 이넘의 닥치고 대동단결론은 날이 가도 죽을 기미가 보이지 않을 뿐더러, 특히 이렇게 민감한 시기만 되면 튀어나오냐는 거다. 예컨대 김민웅은 진보진영 후보는 다 훌륭하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걍 제비뽑기라도 해서 단일화 하자고 주장한다. 전형적인 물타기다. 사실 김민웅은 이런 방식의 물타기에는 천부적인 재능을 보인다. 그 전형을 보여주는 가장 최근의 글은 프레시안에 실린 노무현에 대한 절절한 사미인곡이다.
김민웅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진보진영'으로 통칭된다고 해서 누구나가 다 같은 색깔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설령 같은 색깔을 가진 집단에서 나온 자들이라 하더라도 그들이 '진보진영'에서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훌륭한' 사람들은 아니라는 것이다. 제비뽑기는 김민웅이 집에서 설겆이 당번 정할 때 하면 딱 좋은 방식일 뿐, 지금 울산북구 혹은 그 외 지역에서 '반 MB 연대'를 위해 사용 가능한 전가의 보도가 아니다.
김민웅 뿐만이 아니다. 조국은 한겨레 시론을 통해 '진보진영'의 후보 단일화를 주장한다. 김민웅처럼 시시콜콜한 이야기 꺼내가며 물타기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는 평가할만하지만, 역시나 앞뒤 제하고 일단 단일화를 주장하는 점에서는 조국이나 김민웅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게다가 조국은 단일화를 위해 양 '진보정당'이 쇼부를 칠 것을 은근히 종용한다. "누구를 내세워 진보의 원내 교두보를 추가할 것인지, 그리고 양보한 사람에게는 어떠한 혜택을 줄 것인지를 결정"하라고 하면서. 전형적인 산술적 정치의 행태다. 사실 이 부분이 소위 말하는 '단일화'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위험성인데도 말이다. 예를 들어 이번에 김창현이 후보사퇴하면 내년 지자체 선거에 진보신당은 울산시장선거 불출마 하겠다, 뭐 이런 쇼부가 되는 건데, 이건 어차피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그렇게 되면 말 그대로 정치는 정치꾼들의 로또판으로 전락할 뿐이고, 거기에서 주권자로서 유권자가 가지는 정치참여는 허울로 전락하게 된다.
뭐 중요한 것은 이게 아니고, 이들이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공포감을 불러일으킬 만큼이나 한국사회의 진보 혹은 좌파가 "분열"되어 있는가 하는 점이 중요하다. 아니, 그 전에 "진보"나 "좌파"로 분류할 수 있는 어떤 존재들이 얼마나 다양한 형태로 이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가를 보는 것 역시 중요하다.
실례로, 평화군축을 주장하면서 연북하자는 취지로 보자면, 이 땅의 주사파 역시 진보연 하는 것이 전혀 어색한 일이 아니다. 허구한 날 노동자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자고 떠들어 대고 있는 민주노총 역시 진보라는 레떼르가 그닥 어색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반면에, 조선노동당 2중대 노릇을 자임하면서 정치적 신념이 아니라 종교적 신념에서 북을 추종하는 사람들을 진보라고 봐주긴 어렵다. 노동운동조직에 모여 앉아 허구한 날 통일운동을 기획하는 한편, 조직 중추를 형성하고 있는 대기업정규직노조의 보위를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투쟁에 소극적인 조직을 진보라고 이야기하긴 더더욱 어렵다.
더 나가 노무현 중심의 구 열우당, 현 민주당 세력을 싸그리 포함해 '진보'로 통칭되는 것은 견디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민주노동당 당사에 앉아 2002년 선거개표방송을 지켜보다 노무현이 당선되는 순간 기쁨에 겨워 두 손을 치켜 올렸던 사람들이 원로노릇 하고 있는 무슨 무슨 연대니 뭐니 하는 집단들이, 정권이 바뀌자 혁명투사처럼 난리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과 함께 뭉퉁그려져 '진보'로 대접받고 있는 다른 사람들이 불쌍해 보일 때가 있다.
더구나 '좌파'라는 말은 아직도 사실상 이 사회에선 금기다. 위에 인용한 조국의 글에서는 적어도 '진보정당'이라는 표현으로 그 범위를 국한하고 있지만, 물타기의 달인 김민웅은 포괄적으로 '진보진영'이라는 용어를 스스럼 없이 사용한다. 그리고 이 두 사람 모두의 글에서 '좌파'라는 용어는 보이지 않는다. 하긴 그 용어를 사용할 필요가 없는 주제이긴 하다만,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좌파'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되는 경우, 누구를 어느 정도로 그 범주 안에 집어넣을 수 있을지는 명확하지 않다.
문제는 여기서 출발한다. 이러한 구별과 구분 없이, 필요할 때마다 "우파는 부패로 망하고 좌파는 분열로 망한다" 운운하는 것. 또는 이 문장의 단어를 약간 수정해서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로 변용하여 사용하는 것.
까놓고 이야기해서, 지난 반세기 넘는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부패로 망한 우파 본 적 있나? 적어도 부패때문에 치욕을 겪은 우파의 구성원(이라기 보다는 그렇게 분류할 수 있는 개인)이 있기는 했다만, 그렇다고 해서 우파가 망한 적이 있었다는 징표는 찾을 수가 없다. 최근의 예로,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우파가 길길이 날뛰면서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난장질을 치던 그 기간 동안, 대~한민국 우파가 망했나? 망하긴 개뿔, 암에푸 그 암흑천지의 시절에도 강남의 술집에선 "이대로~"가 건배사였고, 노무현 정권 내내 돈 번 넘들은 애초 돈 있던 넘들이었다. 더 적나라하게 이야기해서, 지난 세월 동안 불법 탈법을 밥먹듯이 일삼았던 (우파인)자가 이제 대통령질까지 하고 있다. 망하긴 뭘 망하나?
반대로 좌파, 아니, '진보진영'은 분열했나? 뭐 분열할 건덕지가 있어야 분열을 하지. 소위 말하는 진보진영에 구성원들을 하나 하나 쪼개놓고 보자. 쪼갤 수가 있나? 뭘 기준으로? 예를 들어 진보신당만 보더라도 그렇다. 그 안에서 옹알옹알 거리고 있는 환경주의자나 성소수자나 노동, 여성분야의 활동가들. 당장 자기 색깔을 그대로 드러내놓을 수 있는 정당 하나씩 만들 수준들이 되나? 전혀 안 된다. 내 장담하는데 앞으로 단기 5년 장기 10년 내에 대한민국에서 환경정당이나 성소수자 정당이 자기 단독분야의 기치를 내걸고 만들어질 가능성 전무하다.
정당은 물론이려니와 시민운동진영 역시 마찬가지다. 분열은 커녕 자기 전문분야와도 맞지 않는 분야에까지 연대니 뭐니 하는 명목으로 발걸치고 이름 올려주는 통에 단결도 이런 단결된 모습이 없다.
자, 그렇다면 지금, 우파야 뭐 지들끼리 알아서 하라고 내비 두더라도, 적어도 좌파 혹은 진보진영에 대해 요구할 사항은 "대동단결하라!"가 아니라 제발 좀 분열해 달라는 거다. 좌파건 진보건 간에 분열을 하려면 자기 능력이라는 것이 있어야 한다.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자질이 우파나 보수보다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백프로 인정한다. 그러나 그것이 언필칭 "진영"이라는 범주로 구분될 수 있을 정도로 조직적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 하면 그건 아니올시다다. 기껏해야 잡다한 이데올로기를 "좌파"로 혹은 "진보"로 통칭하며 한 군데 모여 있는 것이 다다. 이걸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죽으나 사나 "대동단결" 외쳐봐야 자뻑에 불과하다.
전에도 몇 차례 언급한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오히려 지금은 분열할 시기다. 각개약진할 시기다. 서로 죽을 듯이 물어 뜯을 시기다. 그래서 뜯겨 나간 자리에 새 살이 돋고, 서로 흘린 피가 언젠가 합류할 수 있어야 한다. 단결은 그 때 다시 이야기해도 늦지 않다. 이 치열한 선거시기에 이런 이야기 하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냐고 묻는다면, 별로 할 말은 없다만, 좌파가 더 엄혹한 시련을 거치며 분화발전해야한다는 것은 단순히 선거시기에 국한해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만 부연하면 될 터이다. 그런 의미에서, 울산 북구를 바라보며 "진보진영"의 단결과 승리를 요구하는 김민웅이나 조국의 주장은... 걍 썩소를 날려줄만한 정도다.
<공부는 지지리 안 되고... 뉀장... 그러고 보니 슬럼프 빠질 때마다 도피처로 삼는 곳이 여기 이 블로그였구나...>
보궐선거 관련해서 시끌벅적 하다. 이 아수라장의 판국에 다시 흘러나오는 고역같은 속담이 있다. 즉, "우파는 부패로 망하고 좌파는 분열로 망한다"는... 울산 북구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진보진영 단일화" 논쟁. 뭐 그 자체에 대해선 별로 언급하고 싶지 않다. 산술적으로(이걸 '공학적' 운운하는데 그러면 뭔가 있어보이는듯 하다만, 엄밀히 말해 이건 걍 산술적이다) 볼 때, 누가 보더라도 소위 '진보진영'의 두 후보 중 하나로 단일화 되면 좋기야 하겠지. 그러나 애초 단일화의 의지가 아니라 어느 한 쪽에 대해 니들이 굽히고 들어오라고 하는 판국이었는데, 그걸 뭐 단일화 논의니 뭐니 하며 지금까지 질질 끌어온 것도 별로 맘에 들지는 않고.
이 와중에 역시나 말 하기 좋아하는 일부 부류는 철지난 '대동단결'론을 호소한다. 물론 이기고 싶다. 이명박이라는 시대적 아이콘이 정권을 장악한 후, 철저하게 "잃어버린 10년"을 회복하는 동시에 앞으로 "잃어버릴 10년" 까지도 대비하는 기득권 집단의 저인망식 싹쓸이 행태가 대세가 되어버린 지금, 다만 한 석이라도 원내에 자리를 잡고 그 반대편의 목소리를 내 줄 수 있는 사람 하나 만들고 싶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 MB연대'로 특징지워지는 '대동단결'에 목을 매야 한다면 그건 동의하기 어렵다.
재밌는 것은 우째 이넘의 닥치고 대동단결론은 날이 가도 죽을 기미가 보이지 않을 뿐더러, 특히 이렇게 민감한 시기만 되면 튀어나오냐는 거다. 예컨대 김민웅은 진보진영 후보는 다 훌륭하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걍 제비뽑기라도 해서 단일화 하자고 주장한다. 전형적인 물타기다. 사실 김민웅은 이런 방식의 물타기에는 천부적인 재능을 보인다. 그 전형을 보여주는 가장 최근의 글은 프레시안에 실린 노무현에 대한 절절한 사미인곡이다.
김민웅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진보진영'으로 통칭된다고 해서 누구나가 다 같은 색깔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설령 같은 색깔을 가진 집단에서 나온 자들이라 하더라도 그들이 '진보진영'에서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훌륭한' 사람들은 아니라는 것이다. 제비뽑기는 김민웅이 집에서 설겆이 당번 정할 때 하면 딱 좋은 방식일 뿐, 지금 울산북구 혹은 그 외 지역에서 '반 MB 연대'를 위해 사용 가능한 전가의 보도가 아니다.
김민웅 뿐만이 아니다. 조국은 한겨레 시론을 통해 '진보진영'의 후보 단일화를 주장한다. 김민웅처럼 시시콜콜한 이야기 꺼내가며 물타기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는 평가할만하지만, 역시나 앞뒤 제하고 일단 단일화를 주장하는 점에서는 조국이나 김민웅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게다가 조국은 단일화를 위해 양 '진보정당'이 쇼부를 칠 것을 은근히 종용한다. "누구를 내세워 진보의 원내 교두보를 추가할 것인지, 그리고 양보한 사람에게는 어떠한 혜택을 줄 것인지를 결정"하라고 하면서. 전형적인 산술적 정치의 행태다. 사실 이 부분이 소위 말하는 '단일화'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위험성인데도 말이다. 예를 들어 이번에 김창현이 후보사퇴하면 내년 지자체 선거에 진보신당은 울산시장선거 불출마 하겠다, 뭐 이런 쇼부가 되는 건데, 이건 어차피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그렇게 되면 말 그대로 정치는 정치꾼들의 로또판으로 전락할 뿐이고, 거기에서 주권자로서 유권자가 가지는 정치참여는 허울로 전락하게 된다.
뭐 중요한 것은 이게 아니고, 이들이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공포감을 불러일으킬 만큼이나 한국사회의 진보 혹은 좌파가 "분열"되어 있는가 하는 점이 중요하다. 아니, 그 전에 "진보"나 "좌파"로 분류할 수 있는 어떤 존재들이 얼마나 다양한 형태로 이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가를 보는 것 역시 중요하다.
실례로, 평화군축을 주장하면서 연북하자는 취지로 보자면, 이 땅의 주사파 역시 진보연 하는 것이 전혀 어색한 일이 아니다. 허구한 날 노동자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자고 떠들어 대고 있는 민주노총 역시 진보라는 레떼르가 그닥 어색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반면에, 조선노동당 2중대 노릇을 자임하면서 정치적 신념이 아니라 종교적 신념에서 북을 추종하는 사람들을 진보라고 봐주긴 어렵다. 노동운동조직에 모여 앉아 허구한 날 통일운동을 기획하는 한편, 조직 중추를 형성하고 있는 대기업정규직노조의 보위를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투쟁에 소극적인 조직을 진보라고 이야기하긴 더더욱 어렵다.
더 나가 노무현 중심의 구 열우당, 현 민주당 세력을 싸그리 포함해 '진보'로 통칭되는 것은 견디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민주노동당 당사에 앉아 2002년 선거개표방송을 지켜보다 노무현이 당선되는 순간 기쁨에 겨워 두 손을 치켜 올렸던 사람들이 원로노릇 하고 있는 무슨 무슨 연대니 뭐니 하는 집단들이, 정권이 바뀌자 혁명투사처럼 난리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과 함께 뭉퉁그려져 '진보'로 대접받고 있는 다른 사람들이 불쌍해 보일 때가 있다.
더구나 '좌파'라는 말은 아직도 사실상 이 사회에선 금기다. 위에 인용한 조국의 글에서는 적어도 '진보정당'이라는 표현으로 그 범위를 국한하고 있지만, 물타기의 달인 김민웅은 포괄적으로 '진보진영'이라는 용어를 스스럼 없이 사용한다. 그리고 이 두 사람 모두의 글에서 '좌파'라는 용어는 보이지 않는다. 하긴 그 용어를 사용할 필요가 없는 주제이긴 하다만,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좌파'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되는 경우, 누구를 어느 정도로 그 범주 안에 집어넣을 수 있을지는 명확하지 않다.
문제는 여기서 출발한다. 이러한 구별과 구분 없이, 필요할 때마다 "우파는 부패로 망하고 좌파는 분열로 망한다" 운운하는 것. 또는 이 문장의 단어를 약간 수정해서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로 변용하여 사용하는 것.
까놓고 이야기해서, 지난 반세기 넘는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부패로 망한 우파 본 적 있나? 적어도 부패때문에 치욕을 겪은 우파의 구성원(이라기 보다는 그렇게 분류할 수 있는 개인)이 있기는 했다만, 그렇다고 해서 우파가 망한 적이 있었다는 징표는 찾을 수가 없다. 최근의 예로,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우파가 길길이 날뛰면서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난장질을 치던 그 기간 동안, 대~한민국 우파가 망했나? 망하긴 개뿔, 암에푸 그 암흑천지의 시절에도 강남의 술집에선 "이대로~"가 건배사였고, 노무현 정권 내내 돈 번 넘들은 애초 돈 있던 넘들이었다. 더 적나라하게 이야기해서, 지난 세월 동안 불법 탈법을 밥먹듯이 일삼았던 (우파인)자가 이제 대통령질까지 하고 있다. 망하긴 뭘 망하나?
반대로 좌파, 아니, '진보진영'은 분열했나? 뭐 분열할 건덕지가 있어야 분열을 하지. 소위 말하는 진보진영에 구성원들을 하나 하나 쪼개놓고 보자. 쪼갤 수가 있나? 뭘 기준으로? 예를 들어 진보신당만 보더라도 그렇다. 그 안에서 옹알옹알 거리고 있는 환경주의자나 성소수자나 노동, 여성분야의 활동가들. 당장 자기 색깔을 그대로 드러내놓을 수 있는 정당 하나씩 만들 수준들이 되나? 전혀 안 된다. 내 장담하는데 앞으로 단기 5년 장기 10년 내에 대한민국에서 환경정당이나 성소수자 정당이 자기 단독분야의 기치를 내걸고 만들어질 가능성 전무하다.
정당은 물론이려니와 시민운동진영 역시 마찬가지다. 분열은 커녕 자기 전문분야와도 맞지 않는 분야에까지 연대니 뭐니 하는 명목으로 발걸치고 이름 올려주는 통에 단결도 이런 단결된 모습이 없다.
자, 그렇다면 지금, 우파야 뭐 지들끼리 알아서 하라고 내비 두더라도, 적어도 좌파 혹은 진보진영에 대해 요구할 사항은 "대동단결하라!"가 아니라 제발 좀 분열해 달라는 거다. 좌파건 진보건 간에 분열을 하려면 자기 능력이라는 것이 있어야 한다.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자질이 우파나 보수보다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백프로 인정한다. 그러나 그것이 언필칭 "진영"이라는 범주로 구분될 수 있을 정도로 조직적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 하면 그건 아니올시다다. 기껏해야 잡다한 이데올로기를 "좌파"로 혹은 "진보"로 통칭하며 한 군데 모여 있는 것이 다다. 이걸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죽으나 사나 "대동단결" 외쳐봐야 자뻑에 불과하다.
전에도 몇 차례 언급한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오히려 지금은 분열할 시기다. 각개약진할 시기다. 서로 죽을 듯이 물어 뜯을 시기다. 그래서 뜯겨 나간 자리에 새 살이 돋고, 서로 흘린 피가 언젠가 합류할 수 있어야 한다. 단결은 그 때 다시 이야기해도 늦지 않다. 이 치열한 선거시기에 이런 이야기 하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냐고 묻는다면, 별로 할 말은 없다만, 좌파가 더 엄혹한 시련을 거치며 분화발전해야한다는 것은 단순히 선거시기에 국한해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만 부연하면 될 터이다. 그런 의미에서, 울산 북구를 바라보며 "진보진영"의 단결과 승리를 요구하는 김민웅이나 조국의 주장은... 걍 썩소를 날려줄만한 정도다.
<공부는 지지리 안 되고... 뉀장... 그러고 보니 슬럼프 빠질 때마다 도피처로 삼는 곳이 여기 이 블로그였구나...>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쓰셨네요. 울산의 후보단일화 문제에 대해서는 논거는 조금 다르지만, 비판적으로 본다는 점에서 저와 다르지 않은 듯...
그런데 오늘 울산북구 단일화협상 타결되서리 오후5시에 발표 예정이라네요. 진정 타결된 것인지...
한번 "단일화"하면 계속 그 고리가 발목을 잡게 되겠죠. 쩝...
위 내용 어딘가와 관련해서...
10년 전에 IMF로 한국사회가 출렁거렸을 때...
상위 20%의 국민은 425만의 한 달 소득이 424만원이 되면서... 한국사회가 침몰한다 어수선을 떨었고
하위 20%의 국민은 95만원이 78만원이 되면서... 말문까지 막혔더라고..
뭐.. 그런 통계를 최근 누가 새삼 알려줘서.. ^^
^^;;;
간만에 올리신 글이 썩 맘에 듭니다...ㅎㅎ
맞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구질구질한 단일화에 얽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구케의원 10석도 찌질했는데, 그한석 어디서 있으나 없으나 무슨 차이가 있을 거라고..으이그.
한 석이 중요하긴 하겠지만, 어찌되었든 간에 거시기와 거시기가 거시기 하는 것은 영 거시기하네요...
그러게요. 끄덕끄덕하면서 보게 되는 글이네요. 큭... 지금 일하는데가 저랑 정치적으로 안 맞는 노동운동 집단이다보니 이거 원 ^^;
에밀리오님 힘내세요~!!
대략 반이명박전선을 승리로 이끄는 가시적인 성과 쯤으로 보궐선거를 보다보니 민주당이나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이 별반 달라보이질 않아요. 근데 민노총에 있는 친구들이나 현자에 있는 친구들 역시 매일반인 듯... 교육감선거 역시 민노총에서 몇 표, 전교조에서 몇 표해서 할당을, 아주 구태의연한 조직선거운동을 하고 있더군요. 이거 괜시리 씁쓸해서리.
반MB전선으로 현실을 논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야권의 한계겠죠. 암튼 참 희안한 선거를 보고 있습니다.
오랜만이군요... 맞쏘이다 ㅎㅎㅎ~
오랜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