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5. 한미우호기념 문화축제 ㅎㅎㅎ
행인의 [요즘 보수] 에 직간접적으로 적지않게 관련된 글.
부시가 독도 표기를 원상회복하라고 지시하자 그대로 이루어지도다. 이건 마치 야훼가 "땅이 있으라"하니 땅이 생기고 "바다가 있으라"하니 바다가 생기는 것과 같은 기적이 아닌가?
21세기 천지개명한 이후에 발생한 이 말씀의 역사를 보면서 생각난 20세기의 기억은 대~한민국에서 발흥했던 "한국적 민주주의", 그리고 그 속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보장했던 "제왕적 대통령제". 현대식 민주주의의 발원지라고 일컬어지는 미국땅에서 벌어진 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현신은 행인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이 일련의 과정을 다시 재현하는 일이 발생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일본과 관계개선을 원하는 차기 미국 대통령이 말씀 한 마디로 또다시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일이 발생하지는 않을까? 그때되면 또다시 들썩이는 냄비근성으로 이번엔 좌우를 막론하고 미국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게 될까?
냉정하게 생각해보건대, 현재 한국사회에서 자칭 우파 내지 라이트 노릇하고 있는 사람들의 성향에 따르면 결코 이 사람들이 미국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낼 가능성은 전무하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과 신공안정국의 불안감이 팽배해 있는 지금도, 한국땅에서 보수노릇하고 있는 사람들은 보수의 자존감이라는 것은 팽개친 채 이명박을 도와 부시의 푸들이 되기를 갈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시방한 일정 중인 8월 5일, 뉴라이트 전국연합은 청계광장에서 대규모 친미시위를 계획중이다. "애국시민대연합 총집결"을 외치며 '토황소격문'을 능가하는 절절한 격문을 올린 뉴라이트, 그들 마음속의 영원한 노스탤지어 미국의 대통령이자 말씀 한 마디로 영토주권을 쥐락펴락하시는 전지전능한 분이신 부시대통령을 환영하기 위해 결집을 준비하고 있다.
이분들 말씀하시는 걸 보면 도대체 이 땅의 우파는 왜 수준이 이모양인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우파가 어느 정도 수준이 되어야 좌파노릇도 재미가 있는 건데, 허구한 날 삽질로 세월을 보내는 우파를 바라보며 좌파가 할 수 있는 일은 도대체 저 삽질이 언제쯤 끝날까 하며 하세월을 보내는 것 뿐이다. 더구나 지금 우파질로 만년을 보내고 계신 이분들의 표현능력은 그 절절함에도 불구하고 어째 이렇게 세월이 지나도록 "처얼썩 처얼썩 튜르릉 꽝" 하던 신체시 수준인지...
"거짓선동으로 온 나라에 집단히스테리의 불을 질렀던 촛불난동세력이 부시방한 반대 대규모 시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가만히 있으면 한국은 고마움을 모르는 반미국가로 낙인찍힐 것입니다. 번영과 자유의 생명줄 한미동맹을 파괴하려는 친북깽판 세력을 우리 힘으로 제압합시다!"
물론 '장군님'의 아들딸들이 부시방한을 맞춰 대규모 반미시위를 준비하고 있다는 첩보는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그런데 장군님의 아들딸뿐만 아니라 '장군님' 알기를 개똥구녕의 보리쌀 정도로 알고 있는 많은 사람들 역시 부시가 한국에 기어들어오는 거 탐탁치 않게 여기면서 부시방한반대집회에 참여하는 분들 많다. 게다가 더욱 중요한 문제는 "집단히스테리의 불을 질렀던 촛불난동세력" 중 거의 절대다수는 "친북깽판세력"이 아니라는 점이다. 또 하나, 이 철지난 냉전세력의 잔재들은 그 "촛불난동세력"들이 일부 "친북깽판세력"의 이빨에 속아 거리로 뛰어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이러한 인과관계에 대해 인정하지 않으려는 이 분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조국을 살리려 동분서주한다. 그 책임감, 이거 장난이 아니다. 노익장도 이정도면 혀가 나올 지경이다. 도대체 뭘 먹어서 이토록 양기가 충만한 것인지... 나도 좀 알았으면...
"우리마저 가만히 있으면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미친 소를 외치다가 정말 미쳐버린 나라', '은혜를 원수로 갚는 배은망덕의 나라'로 치부될 것입니다."
어이구... 걱정도 팔자셔... 옛날 기나라 사람들이 태평천지에 하늘이 무너질 걸 두려워했다더니 이분들이 딱 그짝이다. 이분들의 걱정은 너무 크도다.
"이들(촛불난동세력)은 세 번째 석유위기를 맞은 조국을 뒤흔들어 우리의 생업, 가정, 미래를 파괴하려 합니다."
물론 앞뒤 연관성이 전혀 없는 이런 논리는 정상적 개념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이게 무신 목탁 대신 스님 대가리 때리는 소린가?"하며 의아해할 이야기지만, 이분들은 걍 진지하기만 하다. 그리고 자기 논리에 스스로 심취된 이분들, 드디어 우파정치철학사상 그 획기성을 인정받을 용어를 창안해낸다. "광한병(狂韓病, Mad Korean Disease)"...
"이들(촛불난동세력)이 일으킨 광우난동사태로 인터넷 세상에선 '광한병(狂韓病, Mad Korean Disease)'이란 말이 생길 정도가 되었습니다. 선량한 국민들이 침묵하면 반미친북의 깽판세력이 대한민국을 대표하게 됩니다."
이런 절박감에 "애국시민대연합"을 주창하시는 분들이 8월 5일 오후 6시에 청계광장에 "총집결"해서 하시려는 행사는 "한미우호기념 문화축제"란다. 뭐 하려는 걸까나... 미국산 쇠고기 구워먹으려나... 혹시 구워드실라면 살코기 말고 30개월 이상된 미국산 쇠고기 특수부위들을 골라 드시라고 권한다. 소뇌, 소혀, 소내장, 기타 등등 '위험부위'... 연세드신 분들에겐 좀 힘들까나...
뉴라이트 전국연합 성명서는 이렇게 마무리되고 있다.
"대한민국 만세! 한미동맹 만세! 자유통일 만세!"
성명서에 이름 올린 분들 보니까 유명짜한 분들 많다.
구제태(대한민국경우회 회장), 권정달(한국자유총연맹 총재), 김명환(해병전우회 총재), 김병관(서울시재향군인회 회장), 김진홍(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 김춘규(한국미래포럼 본부장), 김현욱(외교안보포럼 대표), 김홍도(금란교회 담임목사), 김효은(전 경찰청장), 박근(한미우호협회 회장), 박강수(바르게살기운동본부 회장), 박세직(재향군인회 회장), 박정수(밝고힘찬나라운동본부 집행위원장), 박희도(대한민국지키기불교도연합 대표), 서경석(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 서정갑(국민행동본부 본부장), 유기남(자유시민연대 대표), 유석보(한미친선연합회 회장), 이광선(신일교회 목사), 이정린(대한민국 성우회 사무총장), 이형규(고엽제전우회 총회장), 이춘화(이북도민회 회장), 전광훈(청교도영성훈련원 대표), 정래혁(천만명서명운동 공동대표), 조용기(전 사학법인연합회 회장), 최성규(순복음인천교회 담임 목사). 이상 가나다순
대세는 코메딘데, 이번 뉴라이트의 성명서는 임팩트가 좀 약하다. 하긴 최근 들어 워낙 많은 분들이 코메디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다보니 이분들의 이런 엽기 슬랩스틱이 그닥 눈에 차지 않는 건지도 모르겠다. 미국의 선물로 미국산 쇠고기를 먹게 되었다던 민동원의 발언에 비교하면 이들의 성명서는 걍 피식개그* 정도 수준인 거다.
우파 여러분에게 분발하라고 권하고 싶으나 위 명단의 면면들을 볼 때 이분들이 최신 코메디를 할 수 있으리라 보기는 좀 어렵다. 이젠 걍 칠성판에 누우실 준비들이나 하라고 해야할까나...
(*주 - 피식개그 : 들을 때는 그닥 웃기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나 이불 뒤집어 쓰고 자려고 할 때, 혹은 화장실에 앉아 인류공통의 변을 당하고 있을 때 갑자기 생각나서 주체로 하여금 '피식' 웃게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공연되는 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