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선거, 기대가 없다

또또님의 [서울교육감 캐발랄 젊은후보 기호 0번 청/소/년 후보에게 한 표를] 에 관련된 글. 

 



어차피 이번 교육감 선거에 한 표를 던질 대상은 정해져 있는 거고. 그건 순전히 개인적 호불호를 떠나 일종의 집단적(?) 의사표시일 뿐이지만 뭐 어쨌든 선거는 그렇게 가는 거고.

 

그런데 어째 교육감 뽑는다는데, 어떤 이들은 이게 이명박정권에 대한 중간평가가 될 거라는 약간은 오바스러운 평가를 하는 일도 있고, 또 어떤 이들은 진보 대 보수라는 대립구도 속에서 이번 선거를 바라보기도 하지만, 왜 행인은 그닥 관심이 가질 않는 걸까? 왜 걍 시큰둥 한 걸까?

 

프레시안에서 연속기획으로 후보 인터뷰를 하고 있고, 이번주 한겨레 21에서도 교육감 후보자들을 뒤집고 있다. 거기엔 뭐 자타 공인 진보후보도 있고 보수후보도 있다. 개개인에 대한 평가야 이러저러한 정보를 통해 유권자들이 각자 하는 거겠지만, 아무리 봐도 허전하다.

 

진보블로그에도 어떤 분이 교육관련된 글을 주기적으로 올리고 있는데, 그 글들을 보면서도 그닥 호응이 되질 않는 것은 내가 걍 삐딱한 넘이기 때문일까나? 왜 난 이리도 삐딱하게 교육개혁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바라보게 되었나?

 

솔직히 말해서 교육감 하나 누굴 뽑는다고 해서 어륀지 파동이 가라앉을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 홍정욱같은 듣보잡이 국회의원이 되는 과정에서나 혹은 진보신당의 후보가 스타 강사의 도움을 받아서 선거운동을 하는 거나 그 본질적인 문제는 차이가 없다고 보는 것도 있고. 주경복교수에 대한 개인적인 불신때문에 이번 교육감 선거에 시큰둥한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교육문제는 순전히 대학 어떻게 보낼 것인가로 귀결된다. 그게 무슨 교육이라고... 저소득층 주거용 아파트 건설이 교육환경 해친다는 개념 상실한 발언을 공개적으로 해댔던 공정택 후보는 물론이려니와 진보진영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주경복 후보 역시 대학 안 가도 되는 사회, 대학 안 가도 되는 교육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물론 교육의 기회가 사회적으로 널리 보장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누구나 교육을 받고 싶을 때는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직장생활을 하던 회사원도, 정년퇴직한 노인네도, 잘나가던 CEO도 자신이 뭔가 새롭고 깊은 학습을 하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대학을 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고등학교 나오면 당연히 대학가야 하는 것으로 사회구조가 굳어지는 것은 문제다. 왜 그래야 하나? 왜 취직을 하려면, 고시를 보려면 영어시험을 봐야 하나? 취직하는 모든 사람들이 언제나 미국애들하고 쑈부치고 사는 건가? 왜 학력을 중심으로 사원을 모집하나? 왜 고졸자와 대졸자의 월급은 그렇게 차이가 나야 하는 걸까? 왜 청소용역을 하는 사람과 대학교수의 월급은 그렇게 많이 차이나야 하는 걸가?

 

한국사회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평균적 사회인이 도저히 수행할 수 없는 전문직종이라는 것이 과연 몇 가지나 존재할까? 중고등학교 정도의 학력을 가지고서는 단순노무직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건가?

 

한겨레 21 이번 호에 실린 기사 중 또또와 이인규 후보가 인터뷰한 내용에 이런 것이 있다.

 

이인규 : 창의형 자율학교는 다양한 목적을 갖고 세워지는 학교를 말합니다. 바둑학교, 플루트 학교, NGO 고등학교, 법학고등학교, 휴대폰 고등학교 등 무궁무진한 창의형 자율학교가 생길 수 있죠.(중략)

또또 : 고입이 없어져도 대입은 여전할 텐데요? 대입이 있는 상황에서 바둑학교, 플루트학교에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지원할지, 그런 학교의 수요가 생길지 의문인데요.

이인규 : 근본적 문제입니다. 실제로 대입이 있으면 창의형 자율학교도 결국 입시경쟁을 위한 학교가 될 수도 있죠. 대학 입시는 대학 자율이기 때문에 교육감에게는 권한이 없습니다. 그러나 대학교육협의회나 교육감협의회 등을 통해 대학입시 다양화를 촉구할 생각입니다.

 

이 내용만 보면 적어도 이인규 후보는 또또의 문제제기가 가지고 있는 핵심을 몰랐거나 엉뚱한 얘기로 피해버린 거다. 이인규 후보가 이야기하는 창의형 자율학교는 적어도 그런 학교를 졸업하면 대학 안 가도 이 땅에서 먹고 사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 이인규 후보의 말처럼 '교육감'은 대학입시에 왈가왈부할 권한도 없을 뿐만 아니라 기업에 대해 학력차별하지 못하도록 강제할 능력도 없다. 그러나 사회구조가 학력이라는 악몽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한 창의형 자립학교고 자사고고 간에 오직 목적은 대학입시에 맞추어질 수밖에 없다.

 

이인규 후보만 그런 것이 아니다. 주경복 후보가 이야기하는 핀란드형 협동교육 역시 그 목적은 대학 가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 문외한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핀란드에서 고등학교 졸업자들 80%가 당해년에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입시전쟁을 치룬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적어도 자칭 타칭 진보적 교육감 후보라고 이야기되는 두 후보가 이런 정도니 다른 후보들은 볼 필요도 없다. 아니, 도대체 이넘의 나라는 대학가는 길 뚫어주는 것이 교육개혁의 전부란 말인가?

 

아닌 말로 교육감 후보 중에 "교복 없애고 두발 자유화(자율화가 아니다)하고 대신 선생님들에게 명찰을 달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는 후보가 있다면 행인, 그 사람을 진영과 상관없이 지지할 수도 있겠다. 왜 선생님들은 명찰 안 달고 애들한테만 명찰 달게 하는데? 이 수준이다보니 대학 가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는 사회, 사회생활을 몇 십년 한 후에도 얼마든지 대학을 갈 수 있도록 하는 교육구조를 만들어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놓는 교육감 후보는 나타날 수도 없다.

 

까놓고 이야기해서 프랑스 그랑제꼴 시스템을 한국대학교육의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주경복 후보가 교육감 되서 뭔가 쌈빡한 거 해볼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대학가는 것이 모든 초중고생의 목표가 되어버린 사회, 이 사회적 구조를 바꾸겠다는 교육개혁이 아니라 애들 쉽게 대학 보내는 것이 교육개혁이 되어버리는 이 이상한 사회.

 

교육개혁, 기대가 되질 않는다. 새로 선출될 교육감들에게 교육개혁을 기대하는 것은 이명박이 성불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일 거다. 하긴 뭐 운동권이라는 사람들조차 몇 학번이냐, 어느 대학 나왔냐, 무슨 전공이냐를 아무렇지도 않게 물어봐대는 사회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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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23 23:33 2008/07/23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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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t 2008/07/28 05:12

    이번 년도에만 내가 할 수 있는 투표만 두 번 이랜다. 지난 4. 9 총선과 이번 7. 30 서율시 교육감 선거 말이다. 총선에서는 지역구는 기권하고 비례에는 진보신당연대회의라는 정당을 찍었다가 나중에 후회하고 있는 나로서는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는 누구를 찍어야 할까라는 의문이 든다. 그런데 다들 나보고 주경복 찍으랜다. 그래. 공정택은 정말 싫다. 그렇다고 해서 주경복은 더더욱 싫다. 대체 진보진영은 얼마나 제정신이 나갔으면 주경복이라는 인물을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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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t 2008/07/31 17:27
    Subject: 계급투표

    행인님의 [교육감 선거, 기대가 없다] 에 관련된 글. 지난 번 포스팅에서도 얼핏 언급을 한 거지만, 이번 선거를 두고 뭐 진보 대 보수의 한판 승부라는 둥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이라는 둥의 오바질을 슬쩍 걸고 넘어진 바가 있다. 까놓고 이야기해서 주경복 후보가 진보라고 할만한 뭔가를 보여준 바도 없고, 거기 붙어서 뛰어준 전교조가 참교육 하고 있는지 여부도 잘 모르겠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공정택이나 이인규처럼 반전교조는 아니다만.

  1. 언제부터인가 진보진영에 핀란드식 교육이 횡횡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핀란드식 교육에 아무도 구체적인 내용을 말해주지 못하더군요. 심상정의 핀란드 공약도 레토릭이나 이범 등 이런저런 거품을 치우면 결국 별거 없었고.
    핀란드식 교육이 하겠다는 것이 대체 뭡니까? 공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것과 뭐가 다르지요? 정말 궁금합니다. 그리고 정말 답답합니다.

  2. 극공감인;;

  3. 심히공감~

  4. 저는 학생들에게 명찰을 달게 하는 것을 반대합니다. 그리고, 선생님들에게 명찰을 달게 하는 것도 반대합니다. 그 이유는 학생들에게 명찰을 달게하는 것을 반대하는 이유와 같습니다. 누구든 자신의 이름을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야 하는 것은 결코 즐겁지 않습니다.

  5. 지나가다/ 핀란드는 개인적으로 이민가서 살고 싶은 나라입니다. ㅎㅎ 짝꿍이 추위를 많이 타서 어렵겠지만서도...ㅠㅠ 핀란드형 교육이라는 거, 한국사회에서 과대포장된 면도 있구요, 핀란드 형의 사회에서 가능한 것이 한국에서 가능할지도 염려죠. 특히 대학가야 사람구실하는 것으로 굳어져버린 한국사회의 마인드에서 핀란드형이니 뭐니 해봐야 결국 우리 애들 대학 잘 보내자는 운동이 되어버릴 판이니까요. 답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에밀리오/ 처절한 기타맨// 이런 뻥구라에 공감을 해주시다니, 감솨~~!! ㅎㅎ

  6. ScanPlease/ 선생님에게 명찰을 달게 하는 것은 스스로 책임지라는 이야깁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학교에서 명찰을 달고 있는 것은 불특정 다수에게 자신의 이름을 공개하는 것이 아니죠. 학생들에게 공개하는 겁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전교조 교사라면 그렇게 해야겠죠. 스스로를 교육노동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학생들 앞에서, 학교 안에서 자기 이름을 걸고 교육할 자신도 없다는 것은 탐탁치 않네요. 저도 가끔 강의를 나갑니다만 최소한 대학에서는 교수고 학생이고 이름표를 달지는 않죠. 대학에서 교수들이 학생들을 얼차려 주는 일도 없고 사랑의 매로 끈끈한 정을 표시하는 일도 없죠. 초중등 교육과정도 그래야 하구요, 그런 의미라면 양쪽 다 명찰을 하지 않는 것도 가능하겠죠. 하지만 우리 초중등 교육과정을 보면 학생은 명찰을 떼고 선생님들은 명찰을 다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선생님들이야 즐겁지 않을지도 모르죠. 그런데 외국의 교육에 대해 그토록 관심을 많이 가지는 교육감 후보들께서 외국 학교의 교원들이 목이나 가슴에 명찰을 달고 다는 것에 대해선 아무런 말씀이 없는지 그게 궁금합니다. 저는 초중고교 선생님들에게 명찰을 달게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거구요.

  7. 저소득층 주거용 아파트 건설이 교육환경 해친다는 개념 상실한 발언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던 공정택 후보는 -> 아무리 봐도 오타인듯

  8. 의미있는 선거라는 생각은 드는데 전 경기도민이라 그런지 관심이 안 가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고.

  9. 최근에 노빠에서 회개한 '하재근'이 교육감 직선제에 대해 반대하는 글을 프레시안, 레디앙, 대자보 등에 게재했더군요.
    상당히 공감이 가더라구요^^

    참, 이번에 강정구 교수가 핵문제와 관련하여 북한을 비난하면 안 된다고
    한 말씀 하셨더군요. 지금 이명박이 워낙 삽질을 해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또다시 반공 세력에게 좋은 떡밥을 던졌을 것입니다.
    요즘 드는 생각은, 보수세력 최대의 적이 '이명박'이라면 진보세력 최대의 적은 '노무현'이 아니라 '주사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10. 항상 재미있는 글 간혹가다 들어와 봅니다.
    이곳 저곳 다닐곳도 많아서^^* 몇칠전 오래 사용되어온 마르레니가 블랙홀로 변경되었습니다.(홍보)ㅎㅎ /// 명찰이요~ 제 자식놈은 급식 잘나온다는 단원고를 가서는 3달만에 학교방침이 싫다고 사직서 쓰고 나오셨습니다. 나오자마자 처음 시작은 교복에 명찰을 칼로 떼어내는 것이었습니다. 명찰 뭐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고, 고등학교건 대학교건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그래도 걱정되는것은 자본으로 만들어지는 이사회에 우리 자식들이 맹목적으로 아웅다웅 보이지 않는 싸움을 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외국의 아무리 좋은 교육론과 법칙을 적용하기에는 너무먼 나라인것 같습니다. ㅎㅎㅎ

  11. pang/ 땡쓰. 즉시 고쳤심. ㅎㅎ

    suksim/ 먹고 사니즘때문이 아니라 suksim님의 관심을 끌만한 뭔가가 없는 걸 거에요. ㅎㅎ

    참군/ 하재근씨 글을 좀 봐야겠군요. 근데 그 분은 워낙 장르가 다양해서뤼... ㅎㅎㅎ

    강정구교수도 그렇지만 그쪽 분들의 특징 중 하나가 눈치가 없다는 거죠. 하긴 뭐 그래서 여태껏 운동하고 계시고들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쩝...

    블랙홀/ 아~~ 그렇군요. 아뒤 변경된 줄 모르고 있었습니다. ㅎㅎ
    저도 그게 너무 안타까워서요... ㅜ,.ㅜ "외국의 아무리 좋은 교육론과 법칙을 적용하기에는 너무 먼 나라"... 가슴 아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