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사무실에 있은지도 어어언 2년이 되가건만, 오늘에야 처음으로 목적없이 뭐가 있나 주위를 돌아다녀봤습니다. 청과시장, 열이우는당이 한쪽에 있고, 다른쪽은 음식점과 경마오락실이 가득한 약간 분위기 꿀꿀한 동네라, 그동안 삼실에서 살다시피 하면서도, 별로 주위를 돌아다니질 않았거던요. 출퇴근할때 자전거로 청과시장을 통과할때는 주위돌아볼것 없이 휘릭 통과해버리고, 밥먹을때랑 회의 끝나고 술마실때, 밤샘하다 24시간 식당에 먹을거 사러 갈때말고는 다른 쪽으로 안다니기에 2년동안 거의 섬, 혹은 탑 속에 갇혀 산거나 다름이 없습니다. 라푼젤? -_-
오늘, 일요일, 모처럼 조용하고 적당히 시원한 날에 또다시 삼실로 나왔습니다. 전에 하던 매뉴얼 마저 쓰고, 정보운동포럼 자료 만들고, 이것저것 들여다 보던거 정리좀 하려구요. 요즘 "스스로 즐거워하기" 노력이 보람이 있었던건지, 맘의 여유가 좀 생겨서 느긋~하게 자전거 타고 오면서 주위도 둘러보고, 휴일 맞아 한강에 나온 사람들 관찰도 했습니다. 며칠 전만해도 쨍쨍 내려쬐는 햇볕과 무더운 바람을 최대한 빠르게 통과하기 위해 계속 달리기만 했었는데, 오늘은 살짝 흐리며 시원한 바람도 붑니다. 모처럼 편안한 한강.
다운받아놨던 영화중 가장 오랫동안 안보고 방치해둔 "마다가스카르"를 보면서 짜장면을 시켜 먹었습니다. 영화 다보고 면도 다 먹고 나니 귀찮은 건 하기가 싫어집니다. 윽, 이러다가 또 어영부영 밤 될라. 잠깐 바람좀 쐬고 오자.. 고 해서 자전거를 들고 삼실 건물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근처에 뭐 재미난데 없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에 말했듯 요즘 재미난 꺼리 이것 저것 찾고 있거던요. 그러고 보니 내가 이 주위를 너무나 모른다는 걸 알아채버렸습니다. 짜전거도 있겠다.(이럴때 최고죠)
별로 재미없고 요상한 동네라고 생각했는데 청과시장 쪽 길을 건너 당산동쪽으로 가니 어 제법 평범한 주택가가 나옵니다. 평범한 주택가의 분위기가 왜 반갑고 신선하게 다가오는지? ㅎㅎ 만화방이 없는 줄 알았더니 찾아보니 한군데 있군요. ㅋ 나중에 한번 가봐야겠습니다. PC방도 많고.. 왠지 맛있을 것 같은 작은 식당, 세탁소.. 이런 것들이 괜히 반갑습니다. 지하철 타고 다녀야 할때 영등포구청역에서 내려 걸어다녀도 되는 길에 있는건데 그동안 조금이라도 덜 걸으려고 -_- 거기서 5호선 갈아타 영등포시장역까지 오곤 했습니다. 근데 앞으로는 이쪽으로 걸어다녀야겠습니다.
당산쪽으로 해서 한강으로 나갔습니다. 아, 뭐지? 굴다리를 나가자 마자 보이는 풍경이 아주 새롭게 보였습니다. (카메라 없음이 아쉽 -_-) 뭐랄까.. 차분하고, 조용하고, 상쾌한, 아주 평화로운 광경... 하늘은 흐리지만 어둡지 않고, 사람들이 많지만 번잡해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주 적당한 시원함, 간지러운 바람, 옆에선 베인 풀들이 마지막 향기를 내뿜고 있습니다. 파랑색 톤의 정경이지만 차갑거나 우울한 느낌이 들지 않는, 그냥 긴장이 스윽.. 풀리는 그런 느낌.
사람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속도를 내지 않고 천천히 천천히 달렸습니다. 한강 다리를 지날때 사람들이 "저기 괴물이 매달려 있던데야" 하는 말이 들립니다. 영화를 안 보긴 했는데 어쨌든 다리 밑바닥을 한번 더 보게 되더군요. 덥지는 않은데 수영장엔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첨벙 첨벙 뛰어드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수영 배우고 말테얏! 하는 결심을 했습니다.(이번 주 내에 신청할겁니다 +_+) 돌아올 때는 여의도 공원으로 왔습니다. 역시 사람들이 많습니다. 중앙 광장에 오니 자전거, 인라인, 농구, 그냥 산책하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거기서 농구하는 사람들은 항상 동작이 현란합니다. 그냥 쉽게 쏘지 왜 스스로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 슛하는건데? 눌러버릴까? ㅋ 잘하는 건 아닌데 상대를 부담스럽게 하는^^ 플레이 전문입니다.
돌아왔습니다. 자, 이제 시작해 볼까? 흠흠.. 뭔가가.. 아 커피 한잔 마시고. 윽, 커피가 없다. 방금 나갔다 왔는데 -_- 보니 라면도 떨어졌고 해서 나가서 커피랑 라면을 사왔습니다. 나간김에 생각난김에 시장 들러 몇달동안 사려고 했으나 못 산 주방도구도 사왔습니다. 생각해보니 영등포시장도 2년동안 뭘 사러 가본적은 처음입니다. ㅋ 오늘에야 이 동네와 조금 친해진건가? 조금 웃깁니다. 삼실로 돌아와 사온 것들 정리하고 있자니 싱크대도 더럽고, 설거지 꺼리도 있고, 윽. 기왕 본 거 그냥 넘어갈 수 없어 바로 장갑끼고 처리했습니다. 그러고서야 이제 커피 한잔을 타고 자리에 다시 앉으니, 지금 시각이 7시입니다. 일요일이 5시간 남았습니다. -_- 저녁에 활발해지는 동물이니 뭐 이제부터 하면되겠죠. ㅋ
올만에 목적없이 둘러보고 느낀 소감을 주제없는 포스트로 올립니다. :)
영화를 보고 쓴 글에 관련된 것이지만 이건 영화에 대한 내용은 아닙니다. 전 에너지에 대해 많이 아는 건 아니지만 옛날 잠깐 관심 가졌을때 읽고 상상해 둔 것을 지금 살짝 풀어놔 볼까 합니다.
에너지 생산, 공급 시스템은 단순히 지금의 사회 구조를 뒷받침한다기 보단, 그것의 큰 틀을 규정한다는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에너지의 소스, 생산 방식의 변화와 사회 구조의 변화는 서로 연관되어 있습니다. 산업혁명이 일어난 배경에는 석탄 자원이 풍부한, 생산 노동-공급시스템이 잘 갖춰진 당시 영국의 상황이 있죠. 특정 지역에 한정된 자원들을 점점 이용하게 되면서 인구의 집중, 도시화가 심화됐는데, 사실 이것은 자본주의의 발달과 보조를 맞추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죠.
대안 에너지로 꼽히는 것들은 오래전부터 이용되어 왔던 것에서부터, 허무맹랑해 보이는 신과학-기술의 제안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그 중에 실현 가능하다고 보여 환경에 대한 인식이 발달한 나라에서부터 지역, 국가적으로 연구,보급되는 것이 태양, 바람, 밀물과 썰물, 바이오매스 등이죠. 한국은 환경에 대한 인식이 심각하게 부족해서 재생가능 에너지에 대한 연구와 보급 노력이 미미합니다. 이 상황에서도 원전을 더 짓겠다고 하는 걸 보십시오. 많이 아시다시피 이미 세계 곳곳에서는 재생가능 에너지, 소규모 생산-에너지 자급 시스템을 연구해서 성공적인 성과를 축적하고 있는 곳이 많습니다. 그런 움직임이 한국에서도 일어나야 한다고 봅니다.
다만, 왠지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지금의 대안에너지 연구의 방향에 대해 좀 더 중요하게 짚어져야 할 부분이 있는게 아닌가 합니다. 대안 에너지는 어떤 방향에서 연구되어야 하는걸까요. 대안에너지는 단순히 자원 고갈의 위기를 넘어갈, "갈아끼우는" 의미만 갖는다기 보다는, 보다 혁명적인 의미들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말했듯 대안 에너지의 성격에 따라 사회 구조가 바뀔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태양-풍력-조력-바이오매스 등이 비록 성과를 내고 있다곤 하나 그것들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건 "초기 대량 자본"과 "국가적 지원"이 필요한 사업이라는 점입니다. 개인이, 혹은 지역이, 특히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의 집단이 왠만해서는 적극적으로, 주체적으로 도입하기 어려운 시스템들이라는 겁니다. 즉, 위의 4가지를 비롯한 "현실적 대안"들은 기존의 사회 시스템을 붕괴시키지 않습니다. 석유 자본이 석유가 다 떨어졌을때 대형 풍력 발전단지 운영하는 걸로 변신할 수 있습니다. 바이오매스 생산 대공장을 만드는 회사로 변할 수 있죠. 저는 그것들이 "현실적"이라고 얘기되고, 연구가 몰리는 이유가 기존 시스템의 방식 내에서 에너지의 원천만 바뀌는 거랄까 그래서 기존의 에너지 권력들(자본 혹은 국가들)이 계속 지금의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인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습니다. 에너지 과소비에 기반한 지금의 경제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가는 전제로, 그것에 부합할 수 있는 재생가능한 "독점 대량" 에너지 생산 시스템.

►이 거대한 발전소가 과연 "민중"의 것이 될 수 있을까요?
반면, 지역, 소규모 그룹내에서 적은 초기 비용으로 소규모의 에너지를 생산해 자체 공급하는 사례들이 아주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충분히 검토되고 실용화 되지 못한 "의심스러운" 신과학-기술자들의 아이디어들도 있습니다. 후자는 제쳐놓더라도, 소수력 발전 등 전자에 해당하는 사례들은 그것이 폭넓게 보급, 개선됐을때 지금의 에너지 생산-공급 시스템과 사회-공간 구조에 균열을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에너지의 생산이 분산화되고, 공급의 비용이 감소하며 활용이 유연해집니다. 소규모-지역 공동체가 안정되고 확산될 중요한 기반 중 하나가 갖춰진 셈이죠. 저만해도 무선 인터넷이 더 적용범위가 넓어지고(깊은 산속까지 ^^) 개인-소그룹 설치형 발전기가 널리 보급된다면 언제 산으로 들어가 살지를 심각하게 계획할지 모르겠습니다. :) 몰려있던 인구가 분산되었을때 어떤 변화들이 생길지?
길게 얘기할 자신이 없어 좀 줄이기로 하고 얘기하자면, 지금의 대안 에너지 연구 과정에서조차도, 정말 모든 사람들을 위한, 민중(대중)적인 시스템보다는 기존의 시스템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만 연구와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을 갖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대안 에너지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쉽게 약간의 노력으로 딱 필요한 만큼의(약간 부족하더라도)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사람들의 살아가는 생활 패턴에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수 있고, 그것은 개인의 의식 변화와 사회에 대한 관점까지 바꿔놓을 수 있습니다. 태양-풍력 등 대형 재생가능 에너지 시스템도 계속 연구하고, 이런 풀뿌리 에너지 시스템도 함께 개발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되는데, 이런 비전이 전혀 허황된 것만은 아닙니다. 여기서 구체적인 예를 들며 얘기하면 참 좋겠는데 제가 몇년전에 관심을 가졌던거라 지금은 -_- (한국어 밖에 모르는데 한국은 태양-풍력-조력-바이오매스 외에는 거의 언급도 잘 안됩니다. 자료 찾기도 쉽지 않네요. 잘 아시는 분 정보좀 주시면 감사)
과학기술의 영역에 모든 사람들이 개입해야 한다는 것은 이제 상식의 수준일텐데요, 그런 의미에서 이 대안 에너지라는 것이 사실은 중요한 의미(사회 재구성)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서 더 많은 관심을 갖고 그것의 연구, 보급 활동을 촉진시키는 일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과학자들, 정부에게 맡겨 놓거나 환경운동가들만이 관심가질 문제라기 보단 좋은 세상을 꿈꾸는 누구나 크던 작던 관심을 가져야 좋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p.s. 재생가능 에너지 풀뿌리 생산 시스템과, 무선 전력 송신 시스템이 함께 실용화되면 어떻게 될까요? ㅎㅎ 즐거운 상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