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러운 것

사회운동
곳곳에서 들리는 자기 한탄, 반성, 푸념들...
난 변한 것인가, 혹은 진실되지 않았던  것인가, 아님 그것을 하기에 난 부적절했던 것인가?

무언가에 분노하고, 가슴아파 시작한 활동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의 마음이 약해지거나, 관심이 멀어지거나, 심지어 잊혀지거나, 혹은 노력에 비해 성과가 보이지 않거나.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저번 포스트에서 썼듯, 어떤 리듬에 따라, 증폭되고 감소되고, 일어났다 가라앉고,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하는것, 그런 파장에 의해 인간이 움직이는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렇지 않고 항상 쭈~욱 똑같은 정도, 같은 방향을 유지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울 뿐 아니라 부자연스럽다고, 오래 갈 수 없기에 더 안 좋을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내 자신도 변명한다.

역시 이스라엘의 만행에 대해 분노하며 썼던 포스트에도 그랬다. 시간이 지나면 또 이것을 잊을 것 같다. 다시 대량 학살과 파괴가 시작되고 고통이 극대화되어, 도저히 그것을 외면할 수 없을때야 다시 그 문제에 대해 관심 갖게 될 것 같다고 썼다. 그 말을 쓰며 당연히 부끄러웠다. 하지만 난 그것이 자연스러운 거라는 생각은 변함 없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면 될일이나, 한 가지 안타까움이 있다.
그것이 개인의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학대하거나,
혹은 조직적 차원에서 개인을 쪼그라들게 하거나 해서 누군가의 긴 흐름에 지속적인 악영향을 미친다면 그건 바꿔야 하는게 아닐까 하는 거다.

변화라는 것이 한번 바뀌면 영원히 그렇게 가는게 아니라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거라면 혹 자신의 투쟁 의지와 사회 변혁에 대한 열정이 약해졌다고 생각되도 스스로 과도하게 괴롭힐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스스로 그것을 극복하려는 노력, 힘을 다시 내려는 노력 자체는 굉장히 아름다우나, 사실 어떻게 보면 그 약해짐, 변화는 새로운 관점을 갖기 위한 기회가 될 수도 있기에, 오히려 변하면 변한대로 그냥 가보는 건 어떻겠는가. 아니면 그냥 맘 편하게 휴식을 취하는 건 어떻겠는가 하는 생각을 가진다.

조직적 차원에서도, 혹 누군가가 변화의 움직임이 있다면 그걸 차라리 장려하고, 그럴 수 없으면 휴식과 재생산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길게 보면 더 나은 게 아닐까. 개인의 변화를 감당해 낼 수 있기 위해 조직이 존재한다. 누군가가 항상 똑같이 꾸준할 순 없으니까. 누군가가 다운되고 있다면 업되는 사람이 그를 도와 주는 것. 그가 다시 바닥을 치고 올라올 수 있을때까지 다른 사람들이 감당해주는것. 그러기 위해 평소 그 사람의 상황에 관심 갖고, 그 사람의 활동에 대해서도 알아두어야하고.

그냥, 오직 지금 관심 있는 것, 마음 쓰는 것 한가지에만 몰두하는 것이 당장은 주변 사람들에게 부담을 줄 순 있겠으나 각자 다른 리듬으로 + 와 - 의 파장 변화를 겪는다고 보면 각자 자신의 리듬과 상태에 따라 행동해도 길게 보면 결국 안정화된 흐름 속에 있을 수있다고 본다. 경험적 판단에 맞설 만큼 확신할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당장 해야할 일들이 꼭 지금 하고 싶은 일들보다 항상 우선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조직의 역할은 똑같은 음과 박자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음과 박자가 조화를 이룰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결국 하고 싶은 얘기는 모든 건 자연스럽게 되어야 한다는 것. 강박적으로 자신을 학대하는 방식으로는 오래갈 수도 없고, 그래야만 할 수 있는 운동이라면 사람들 - 이제 막 자신의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하려는 사람들 - 이 자연스럽게, 부담없이 결합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할 수 없는 운동이라면 그건 모든 사람을 위한 운동이 될 수 없다고 본다. 사실 자신한테 하는 얘기다. 나를 괴롭히지 말자! 그게 자연스러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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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10 18:49 2006/09/10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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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뛰는 소리

사회운동
컴퓨터에 심장이 있을까요 없을까요?

이런 식의 질문을 했으니, 문제 푸는 요령을 아시는 분은 "있으니까 그렇게 물었겠지!" 하고 답을 아실 겁니다.

정답은 "있다!" 입니다. 컴퓨터에도 심장이 있습니다. 물론 사람의 심장과 기능이 완전히 같지는 않습니다 :) 그럼, 감정도 있을까요? 글쎄요, 그건 모르겠습니다. 뭐 사람의 감정도 심장에 있는 건 아니니까.

컴퓨터와 친해지기 위해,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서 본체 케이스를 열어보신 적이 있나요? 없다면 해보세요. 적어도 한번은. 좋은 경험이 될겁니다. 언젠가 나중에 제가 캠커더로 동영상 매뉴얼 만들어 볼까 생각중입니다. 본체를 열어보면 대개 한번씩 이름은 들어봤을 부품들이 보입니다. 메인보드(혹은 마더보드), CPU, RAM(메모리), HDD(하드디스크), 그외 주변장치들... (CD-ROM, 사운드 카드, 그래픽 카드, 랜 카드...)

컴퓨터가 참 신기한 것은 심장의 속도가 생각의 속도와 같다는 것입니다. 사람과 다르죠. :) 사람은 심장이 빨리뛰면 성질만 급해져서 문제를 어렵게 만들잖아요? ㅎㅎ 컴퓨터의 심장은 "클락"이라고 합니다. 그것이 한번 뛸때마다, 각각의 장치에서 전류가 흐르고 흐르지 않는 상태를 체크하고, 그것에 따라 0과 1을 결정합니다. 그리고 그것들이 주룩 나열되고 주고 받고 하면서 011000101010010101010110... 뭐 이런 식으로 되서 (저건 그냥 막 쓴 코드입니다 ^^;;) 계산도 하고, 장치 제어도 하고, 현란한 그래픽도 표현하고.. 뭐 그런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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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어떤 자신만의 리듬?이랄까, 저마다의 속도와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서로 모여 함께 살아갑니다. 여기서 각자의 속도와 성격 차이에 의해 많은 변수들이 생기죠. 잘 조화되어 시너지 효과를 낳기도 하고, 서로 마찰을 일으켜 모두 힘겹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맞춰 나가느냐가 사실 아주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무조건 빠른 사람에게 맞출 거냐, 아님 가장 늦는 사람에게 맞출거냐. 그리고 속도만이 차이인가하면 그렇지도 않죠.

하지만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런 내부 조율의 중요성을 소홀히 여기고, 특정한 기준, 외부의 목표 그것들에 대해 드러내고 혹은 암묵적으로 따르기를 강요하는 분위기입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외부화 되는 성과를 위해 내부 과정이 무시되기도 합니다. 모든 사람은 각자 저마다의 리듬에 맞춰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노동의 착취, 여성 억압, 환경 파괴, 그리고 모든 사회적 소수에 대한 억압은 본질적으로 개인의 자기 결정권 - 삶의 방식, 패턴 -을 박탈하고, 특정한 무언가를 위해 통일을 요구, 강제합니다.

주어진 작업 환경에서 노동자는 자신을 그 작업에 알맞는 인간으로 스스로 변형해갈 것을 강요받습니다. 그 안에서, 그리고 그 밖에서도("근로"의 미덕!). 양성(특히 여성!)은 자신의 내면에 숨겨진 것을 억압하고 지배적인 사회적 가치를 따르도록, 스스로 내면화하도록 강요됩니다. 이런 삶을 통해 원래 가지고 있던 삶의 리듬은 흐트러지고, 망가지고, 변조됩니다. 휴식의 필요성, 새로운 것에 대한 집착, 초월적인 힘에 대한 갈구 등은 사실 흐트러진 삶의 리듬을 바로 잡기 위한, 혹은 재 설정하기 위한 몸부림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것을 "소외"라고 말할 수 있는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컴퓨터와 인간이 다른것은 인간이 자신을 "self-programming" 한다는 것입니다. 컴퓨터는 아무리 잘나도 첨에 셋팅된 범위 이상을 넘지 못합니다. 물론 장치 말고 프로그래밍을 통해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고,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으나 그것은 수동적이고, 그래봐야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비록 한계가 있다는 것은 동일하나 장치(육체)와 프로그램(정신) - 이분법을 일단 따른다면 - 모두를 스스로 선택, 결정, 변화해 갈 수 있다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그 인간으로 구성된 사회는 개개인의 그런 가능성을 점점 축소하고, 고정된 역할을 수행하는 기계와 같은 존재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것으로 인한 소외와 그로 인한 불평등 각종 사회 모순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것을 참을 수 없게 됐을때 스스로 일어나 문제제기를 하면서 운동이 시작됩니다. 즉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기 위한 요구, 활동을 시작하는 거죠. 잃어버린 리듬을 되찾기 위해서.

하지만, 그렇게 시작된 운동이 개인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조직이 되고, 세력이 됐을때 그 내부에 또다른 억압과 강제가 발생하는 것, 그래서 활동하는 사람 조차 자신의 리듬을 찾지 못하고 새로 주입된 리듬에 몸을 맡겨야 한다는 것이 아이러니입니다. 자신이 시작한 일이니 불평만 할 순 없고, 뭔가 스스로 막중한 책임을 지고는 있는데, 그래서 계속 어거지로 에너지를 쏟고는 있는데, 자신의 리듬은 계속 파괴되어 갑니다. 공허함을 느낍니다.

이런 운동이 과연 "그 날"을 위한 피할 수 없는 과정인 것일까요? 일시적인, 과도기적인 현상일까요? 모든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이런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요? 그렇다면 지금의 현실 자체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되는 거라고 누가 말한다면? 아니면, 당장 완벽하진 않지만 그 과정 자체에서 파괴의 속도와 정도를 낮추고, 그 자체로 새로 활력이 생기는 운동을 해야 하는걸까요. 뭔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제가 생각하는 결론은 모든 사람은 자신의 심장 박동에 맞춰 살 권리가 있고, 활동하는 사람은 정말 그것을 원하고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모든 활동가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을 위한 기본적인 공동 협력체계를 유지해 나가야합니다. 활동가가 자신의 심장 박동 소리를 듣지 못하거나, 혹은 그것을 위해 생긴 조직이 개개인 활동가의 심장 구동을 억압한다면, 이것은 그 자체로 불행이고, 그런 방식으로는 결국 모든 사람이 자신의 심장 박동에 맞춰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없다고 봅니다. 우리가 원하는 세상은 지금 바로, 우리 내부에서부터 만들어 가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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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10 18:14 2006/09/10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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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anPlease 2006/09/11 12:17 URL EDIT REPLY
이런 글을 보면 '가짜 컴과생 연대'의 회원자격이 의심스러워지는데요. ㅋㅋ
지각생 2006/09/11 17:54 URL EDIT REPLY
가짜 컴과생 맞아요 :) 사실 전 인간이 아니거든요
ScanPlease 2006/09/11 23:37 URL EDIT REPLY
큭... 그렇군요. '지각생'님이 가장 정체성이 명확하니 의장으로 옹립해드리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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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BOOT

잡기장
요즘 불여우가 자주 죽는다.
쓰던 글을 날렸는데, 뭔 내용이냐면, 제목에서 눈치챌 수 있을 내용.
지랄같던 기술 실무작업의 압박에서 약간 벗어났기에
최근 안하던 성격의 활동들을 연달아 했기에, 그리고 맞는 주말이기에
그리고 다음 한주 휴가를 냈기에!!

그동안 씨앗을 뿌려놓고 물도 제대로 주지 못했던 내 발상들을 키우기 위해
메모했던 생각들을 좀 내뱉어보려 했다.

근데... 날리고 나니 똑같은 글을 쓰는게 왠지 허탈하다.
쩝. 그냥 앞으로 뭘 쓰고 함께 고민해 보고 싶은지 살짝 나열해보련다.
이것은 꼭 쓰겠다는 약속. 내 자신에 대한, 그리고 포스트가 없어도 계속 방문해주는 사람들을 위한.

전에 행인님 글에 관련글 썼다가 숨겨 버린 부끄런 짓을 수습하기 위해
한국 운동 방식에 대한 내 고민들. 좀 다른 내용으로.

그리고, 내가 항상, 가장 어이없는 모순이라 생각되는 활동가의 자기 소외문제.

운동조직의 위계제를 극복, 혹은 가로지르는 네트워크 형태의 운동을 위한 아이디어들.
그 첫번째로 "정보통신활동가 네트워크" 제안.

운동의 성격에 대한 끄적임. "번역"에 대해.

연달아 그 자체로는 별 내용없는 포스트가 올라가는 것 같아 좀 그렇긴 하지만.
하여간 앞으로도 관심 가져주시고 제 망상과 편견에 기반한 주장들을 바로잡고, 풍부하게 해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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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사람을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고
서로의 외로움을 얼마나 덜어줄 수 있는 걸까.

계속 찾아오는 절망감. 파도처럼.

내 한계를 느낀다.
부정적인 생각따위 하고 싶지 않은데 계속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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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10 16:46 2006/09/10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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