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에도 다음날 아니 어떨때는 돌아서자마자
내 모습이 낯설고 어색해 보인다.
내 불로그가 자유롭지 않다. 읽는 사람들을 너무 의식한 탓인가.
요즘 재밌게 살려고 하는 건 맞는데, 아직은 의식적인 노력이 많이 들어가고
즐거움의 순간 앞의 긴장, 뒤의 허탈함에 허우적거린다.
그래도 기록은 즐거운 순간에 집중해 남기는게 좋겠지. 그렇겠지. 근데 정말 그럴까
다른 사람에게 "나 즐겁게 살아요" 라고 광고하고, 혹시나 지치고 피곤한 사람이 잠깐 접하고픈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면 그러면 되지만
왠지 계속 이렇게 가다보면 내가 힘들어질지도.
아직은 버틸만 하니, 좀 더 있어보면 자연스럽게 되지 않겠나 싶어 버티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되겠지. 그냥 노느라 피곤하고 안놀다가 놀려니 헷갈리는게지.
뭐랄까. 모든걸 다 담고 싶다? 즐거웠던 순간을 위해 힘들게 준비한게 있다면 그것, 중간 중간에 불쑥 엉뚱한 감정이나 생각들이 떠올랐다면 그것도, 끝나고 아쉬웠던 것이 있다면 그것도. 이런건 그냥 잊어버리는게 나을랑가. 그래도 조금이라도 기억해 두고 싶다는 것은 훗날 고통을 갈구할때 쓰기 위함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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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일부러 그러는걸까?
왠지 나랑 경쟁하려 드는 것처럼. 난 경쟁에 익숙하지만, 이런 걸로는 경쟁하고 싶지 않아.
나도 불안하지만 당신도 불안해하는 것 같군. 하지만 이러면 서로 더 불안해지고 말거야. 그리고.. 우리 둘다 놓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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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정말 얼마 안남았는데, 그냥 쓸데 없는 책임감따위 벗어던지고 내 갈 준비나 하는게 낫지 않을까.
우선, 2시간 남은 교육 준비를 하자. -_-
세번째 한강 번개. 리우스, 혜미, 지각생이 모였습니다.
혜미는 5월 말 남해안 자전거 여행을 위해 자전거를 배우려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체력단련에 만족해야했습니다. 한끝 차이일 것 같은데.. 0.5초 타는데만 성공. 지난 주 성공에 고무됐던 지각생이 호언장담했으나 결국.
오랫만에 만난 리우스는 여전히 싱글거립니다. 까죽나무(가중나무) 순과 머우, 방울토마토, 부추와 함께 소주를 가져와 모두를 즐겁게 했습니다. 지금껏 한강을 달리고 마지막에 술을 한적은 있지만, 달리기도 전에 대낮에 마시긴 또 처음입니다. 그런데 얼마나 맛있던지! 리우스가 가르쳐준 길을 지날땐 이제 길가의 나무들을 살피면서 가야겠습니다. :) 다들 어지간히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금방 다 마시고, 리우스가 싸온 풀까지 다 뜯어먹고는(^^;) 바로 맥주를 사와서 마십니다. 한잔 하면 겁이 사라지지 않을까하며 혜미도 자전거 배우다 같이 마셨는데 기대한 효과보단 부작용이 더 컸나 봅니다.
다들 술을 어지간히 좋아하고 낙천적이어서, 한가롭게 여유를 만끽합니다. 다들 얼마나 척박하게 살고 일하는지 토로합니다. 햇빛을 받지 못하는 사람, 받을 수 있으나 같이 일하는 사람의 구박으로 커텐을 쳐야하는 사람.. 이렇게 한강에 나오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자전거를 타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술을 마셔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재미난 얘기를 나누면 더할나위 없이 기분이 좋아집니다. 오랫만에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고 술을 마시며 재미난 얘기를 나눕"니다. :)

너무 낙천적인 학생과 한번의 성공으로 너무 낙관한 강사. 자전거를 배우는게 생각보다 쉽지 않고, 시간이 계속 흘러갑니다. 어찌 어찌 보면 조금씩 되는것 같고, 순간 장면을 포착해보면 감을 잡아가는 것도 한데, 그게 계속 유지가 안됩니다. 무관심이라는 강수를 둬도 크게 나아지진 않습니다. 리우스에게 깃대와 깃발을 선물했습니다. 혹시 원하는 사람 있을까 해서 지난주부터 갖고 다녔던 깃발 세트. 살짝 물어봤는데 리우스가 어느새 이곳 저곳에서 끈을 모아 단단하게 깃대를 고정시킵니다. 그리고는 지각생에게 깃발을 하나 그려달라고 합니다. 에? 설마..
내가 하고 다닐거라면 쪽 팔려도 내가 팔리는 거니 괜찮은데 다른 사람껄 해달라니... 해도 될까 싶었지만 해보고 싶긴 하더군요. 어떤 메시지를 담고 싶으삼? 주 5일, 8시간 근무. 흠... 살짝 난감. 하지만 기분 좋은데다 술도 먹은 탓인지 그냥 떠오르는데로 밑그림을 그리고는 빈 벤치를 찾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가능하면 사람이 많이 안 지나다니는 곳에서 하고 싶었지만 그런데가 없더군요. 그리다보니 지나던 아이들이 다 쳐다보고 가는것 같았습니다. -_- 어쨌든 하다 보니 재미가 붙어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역작!

아무래도 혜미는 오늘 안에 배우기 힘들 것 같습니다. 슬슬 지치고 아파올때가 됐죠. 혼자 천천히 연습하기로 하고 리우스와 지각생은 자전거를 타기로 합니다. 지난주처럼 배워서 조금이라도 같이 타는게 좋긴 하지만 어쩔 수가 없습니다. 리우스가 자전거로 출퇴근하면 다닐 코스를 오늘 달려보기로 합니다. 동호대교 북쪽에서 시작해서 왼쪽으로 달려 한강대교에 이른 후, 남쪽으로 건너 다시 동쪽으로 달립니다. 동호대교 남쪽에 오면 지각생은 다시 북쪽으로, 리우스는 그대로 집으로 달리기로 합니다. 1 : 술마시고 놀기, 2 : 자전거 배우고, 깃발 만들기, 3 : 드뎌 자전거 라이딩입니다.



한강대교 근처에서 잠시 쉬었습니다.

못 본 사이에 이쁘게 꾸며놨더군요. 반포대교 근처에 있던데 뭐라더라... 이건 리우스 블로그 참고 ^^;


내 사진도 ^^;


신나고 즐거운 세번째 "한강 자전거(타다가 술마시는) 번개"는 이렇게 끝났습니다. 다음주는 토요일엔 "리눅스 설치 축제", 일요일은 이주노동자 홈페이지 교육이 있어 제가 시간이 안되는군요. 다른 분이 번개를 때려보아요~ 전 19일에 다시 뵙죠. Happy Han-River Ri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