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생이 지각생에게

잡기장
그를 처음 봤을때를 기억해? 인사를 했는데 널 흘낏 보고 가볍게 인사를 받고는 모니터만 계속 바라봤지. 옆얼굴을 조심스레 살펴봤어. 뭔가 심통이 난 것 같기도 하고. 원래 무심한 사람인가. 넌 그때 그가 어떤 옷을 입고 있었는지도 기억해. 왜 그런거야 하고 중얼거리며 신경을 껐겠지. 오바 친절로 사람들을 대하던 네게는 그런 대접이 익숙치 않았어. 너같으면 보통 별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나 그러겠지. 그런가보다 하기로 했어.


그 후로 몇번 마주칠 일이 있었지만 별다른 생각은 없었지. 별로 예뻐 보이지도 않고. 뭔가 불만에 찬 듯한 표정. 감각은 있어보이네. 나쁜 사람 같진 않은데. 그때 넌 누군가를 혼자 좋아했다가 안 좋게 끝나던 때라 힘들었지. 일에 치이고 조직 분위기도 안 좋았어. 밖으로 나돌기 시작할때였어.



그때 넌 블로그를 쓰고 있지 않았어. 설치형 블로그를 몇번 써보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그런 걸 써보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지. 제대로 글이란 걸 쓰진 않고 묵혀뒀어. 학교 다닐때 날적이 쓴 거 말고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글을 쓴적은 거의 없었어. 블로그보단 위키에 더 관심이 많았지. 그게 기술적으로는 더 흥미 있었으니까. 그러다, 너는 그 사람의 블로그를 보게 된거야.

처음에는 참 솔직하구나. 꾸밈이 없네 하는 생각이었지. 그런데 보다 보니 참 재밌어. 신기했고. 어떻게 이렇게 쓸 수 있을까? 기발한 문구를 써서 웃기는 것도 아니고, 미사여구를 붙여 아름답게 꾸미는 것도 아닌데 보면 볼 수록 뭔가 생생하게 와 닿는 느낌이 놀라웠어. 그때만 해도 넌 너의 언어를 잃어버리고 어디서던 쭈삣쭈삣하며 당당히 말하지 못하던 때였어. 너 스스로 뭘 하고 싶은지 알지 못했고, 자신없고 위축되어 있었지. 어디가서 사람들에게 너가 좋아하는 걸 말하지 못하고 있었어. 혼자 연습장에 끄적이다간 사람들이 볼 수 없게 덮어두고, 처박아 뒀지.



너가 보기엔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부러웠어. 스스로 원하는 걸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당당히 말하는 모습은 나와는 동떨어진, 멋있는 사람들의 것이라고 생각했지. 물론 자기만 옳다고 하며 함부로 거칠게 말하는 건 좋아하지 않아. 그런데 그 사람은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서도 군더더기 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 같더군. 그 사람이 놀랍고, 너도 그렇게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됐던거야.

블로그를 만들었어. 하지만 여전히 조심스러웠지. 다른 사람들의 글을 보며 감탄하며 넌 여전히 위축되어 있었어. 별로 네 자신의 이야기랄게 없는 것 같았어. 각박하게 살다보니 별로 내세울 것도 없고, 뭐 특별한 이야기 재미난 이야기도 없는 것 같았지. 그나마 재밌겠다 싶은 학교때 얘기하고, 지금 고민하고 있는 걸 조심스럽게, 아주 겸손해 보이며 애쓰며 조금씩 얘길 하기 시작한 거야. 그러던 어느날 밤이었어.



그의 블로그를 보면서 감탄하고 부러워하며 계속 이전글들을 보기 시작했지. 지금은 기억도 거의 안나. 하지만 읽다보니 놀랍더군. 어찌 보면 무뚝뚝하고, 자기 주장 강하고, 당당하고 그리고 유쾌하고 그런 사람으로만 보였던 그에게서 다른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어. 그 이미지가 실제로 그가 스스로 한 말에 들어 있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넌 그 이미지를 떠올리게 됐어. 어두운 사무실.. 그는 혼자 남아 있었지. 모니터 앞에. 그런데 그는 울고 있어. 책상에 엎드려 온몸을 떨면서 슬피 울고 있어. 그 모습이 그냥 눈에 보이는 것 같았어.

넌 견딜 수 없었지. 너도 그때 혼자 사무실에서 밤새 일하던 중이었을꺼야.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갔지. 그리고는 밖을 내다봤지. 한참동안이나. 가슴이 답답하고 메어왔어. 당장 뭔가 해야할 것 같고, 어디론가 가고 싶어. 그가 있는 곳으로. 가서 뭘 할 수 있을지 아무 생각도 없지만.. 그리고 그때부터 시작됀거야.



넌 그 사람을 만날 기회가 종종 있었지. 그런 기회가 되면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어. 다른 모든 일은 그걸 위해 재조정됐지. 그날 이후로 그는 네게 다른 사람이었어. 안 좋게 보였던 것이 다 좋게 보이고, 그의 모든게 매력적으로 보이기 시작했지. 그리고 왠지 그도 네게 관심이 있을거라는 생각을 했어. 그때부터 넌 그의 주위를 계속 맴돌기 시작했지. 하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어.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똑바로 잘 쳐다보지도 못했고, 말도 잘 건네지 못했지. 바보가 된 것 같았어. 어찌나 긴장했던지..

그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갑자기 에너지가 샘솟는 것 같고, 자신있게 행동하게 됐지. 마치 딴 사람이 되고 있는 듯했어.  평소에 생각은 했지만 실천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기 시작했고, 바뀌고 싶다고 생각만 하지 실제로는 늘 그자리에 맴돌던 것들이 정말로 눈에 띄게 달라지는 것처럼 보였어. 그가 갖고 있는 생각, 하는 말, 행동은 다 너를 변화시키기 시작했지. 그래서 너는 조금씩 자신을 갖게 된거야. 조금씩 더 자유를 있는 그대로 추구하게 된거야. 조금씩 더 당당하게 말을 하기 시작한거야. 지금의 네가 할 수 있는것, 하고 있는 것,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은 너 혼자만의 것이 아냐. 대부분은 그가 네게 준것이기도 해.

------------

너가 그때 바로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 "경애"의 감정. 지금껏 주위를 맴돌면서 말하지 못했지만, 말하고 싶다는 걸 알아. 네가 얼마나 그 사람에게 깊은 영향을 받고 있는지. 힘을 얻고 있는지. 그가 멀어진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괴롭고 주저앉고 싶어지는지.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자신을 숨겨오며, 이제는 그런 말을 할 기회가 점점 사라지는게 아닐까 걱정을 하고.


너는 이제 예전의 네가 아냐. 넌 달라졌고, 계속 달라지고 있지. 여전히 작은 일에 크게 요동치며 희망과 절망을 왔다갔다하고는 있지만, 옛날 같으면 이런 말도 부끄러워 할 수 없겠지. 이렇게 차분하게 얘기할 수 있다니. 사실 지금도 망설이고 있다는 걸 알아. 비밀글로 할까, 공개할까. 하지만 어떻게든 그에게 이 얘기를 들려주고 싶군. 그가 원한다면 더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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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12 03:45 2007/06/12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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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이기 싫다고

사회운동
지금껏 구체적인 얘긴 안하고 "바꿔야 한다. 그러지마라"는 말만 했지.
마침 또 그런 일이 생겼으니 이참에 말해줄께. 잘들어 활동하는 분덜.

정보통신활동가를 보는 당신들의 감정이 어떤건지는 정확히 모르겠어. 사람마다, 경우마다 다르고 짐작할 수 있을뿐이지.
아마 무시하는 마음과 경외하는 마음이 번갈아 섞여 나올거야. 호감이었다가 비호감이었다가 할지도 몰라.
어쨌든 개인적 감정은 없어.

홈페이지를 하나 만들어 달라고 하더군.
난 디자인을 못하기 땜에 혼자서는 못한다고 했지.
그랬더니 "디자인 전혀 신경쓸 필요 없어. 글만 올리면 돼. 그냥 홈페이지가 돌아가기만 하면 돼"
난 이말이 보통 이렇게 번역하면 된다는 걸 잊고는, 그말을 그대로 믿고 승낙해버렸지.
=> "난 그것에 대해 신경쓰고 싶지 않아. 그냥 너가 신경써서 만들어봐"

여기까진 괜찮아. 지금 막 내게 일어난 일이 화가 나는데 그냥 사람좋게 넘기거나 체념할 수 있지만
이제 정말 이런게 끝나길 바라니 말해줄께.

막상 가페이지를 보여주니 디자인이 너무 이상하다고 말하지.
디자인 상관 없다매.
그래도 좀 아냐. 곧 회의가 있으니 거기서 얘기해보면 되겠군.
그럼 어떻게 바꿔야 할지 좀 가닥이 잡히겠다 싶어 난 일단 내 자리로 돌아왔지.

그런데 한참 시간이 지났는데 조용해.
계속 기다리다가 슬쩍 알아보니 회의는 이미 시작됐어.
또 한참 지났는데도 날 부르진 않더군.

아마 끝날때쯤 살짝 날 불러 홈페이지 얘기하곤 바로 끝내거나, 따로 일대일로 "전달"을 받는 입장이 되겠지.
나는 아마 계속 대기하고 있는게 좋을꺼야.
늘 이런 식이라는 거야.

나는 고용된 기술자가 아니라, 내 생각을 갖고 어디든 참여하고자 하는 활동가야.
나중에 작업은 혼자하더라도, 난 사업 기획이 어떻게 논의되는지 생생하게 듣고, 필요하면 의견도 내고 싶어. 머리속으로는 홈페이지를 통해 그런 것이 실제로 이뤄지는 걸 그리며.
그리고 많은 경우, 나중에 보면 그런 제안을 기획단계에서 하지 않아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는걸 알아.
일도 일이지만, 제대로 유기적으로 연결도 안되고,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더 많은 가능성을 놓치고 말지.

홈페이지를 만드는건 단순히 기능적인 일일 수 있어. 하지만 영리를 위해 남의 홈페이지를 만드는 사람과
정보통신활동가는 생각이 달라. 내가 하는 노동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생각하고 있고, 어떻게 구체적 현실과 매 순간 만날지 고민하지. 디자인이던, 코딩이던, 프로그래밍이던, 그냥 주어지는대로 해주고 립서비스 칭찬 한번 받고 끝나는게 아니라, 그 과정 전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싶다는 거야. 그러다가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일이 기술적인 부분이라 판단되면 그 역할을 선택해서 하고 싶다는 거야.

만일 내가 기획 과정 전체에 참여하는게 적합치 못할 이유가 있다면, 혹은 내가 다른 일로 바쁘거나 관심이 없을 것 같아 그런다면 내게 물어봤어야 한다고 생각해.
"회의에 들어올래? 처음부터나 잠깐이라도. 아니면 끝나고 나랑 따로 얘기해도 된다면 그렇게 하고." 내게 선택의 여지를 줘야 한다는 거지.
또 적어도 이미 회의가 시작됐는데 다른 얘기로 시간이 많이 지난다면 잠깐 나와 내게 말해줘야 하지.
"얘기가 길어질 것 같아. 혹시 다른 일정이 있어? 바쁜, 집중할 일은 없고? 원하면 먼저 그 이야기부터 할까?"
그렇게 말해주지 않으면 결국 난 그 회의가 끝날때까지 밖에서 계속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잖아.

홈페이지를 만드는 건 그 안에 담기는 컨텐츠, 운영 주체의 성격과 무관한 작업이 아냐.
어떤 내용을 담을 건지, 누가 어떻게 운영할 건지 등이 파악이 되야 제대로 만들고, 빠진 부분을 지적하고, 새로운 것을 제안할 수 있어. 그런데 기획한다는 사람들. 집행위원회쯤 된다는 사람들은 제때 자료를 주는 것도 아니고, 논의 과정에 참여시키지도 않지. 아니면 틈틈히 연락을 하며 알려주는 것도 아니지.
이래서는 우리가 뭐가 되는 거지? 언제까지 정보통신활동가는 다른 활동가들을 위해 봉사하는, 대기하는 사람으로 남아 있어야 하지? 필요할때 잠깐 그들과 대면하고 끝나면 다시 잊혀지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다시 말하지만 개인적 감정은 없고, 하나씩 떼어 놓고 보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겠지. 하지만 이런게 반복되는게 싫어. 그동안 감정 안상하게 하려고, 정치적으로 살고, 돌려 말하고 했지만. 이젠 좀 바꾸자.

정보통신활동가들이 사업 전반의 과정에 자유롭게 참여해서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해봐. 과연 무슨 일이 생기나.
아마 당신들이 말로 열심히 떠드는 걸 간명하게 정리하고 현실화시켜줄 수도 있을껄? 이게 옳으냐 저게 옳으냐 싸울때 두 가지 모두 슬기롭게 풀어내는 방법을 제시해 더 나아간 논의를 하게 해줄 수도 있을껄? 보다 유연하고 현실적인 사고를 더해줄 수 있을걸? 아니 그런거 다 제쳐두고라도, 정보통신활동가들이 내놓는 결과물의 질이 틀려질거야. 사업 기획 과정에서 소외되서 만드는 홈페이지와 전 과정을 꿰뚫고 있을때 만드는 홈페이지.

자, 메모들 하고. 혹시 지금까지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적 없는지 한번 잘 생각해봐. 활동하시는 분들. 당신들이 지금껏 얼마나 많은 "기회"를 놓쳐왔는지 생각해볼 수 있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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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09 12:12 2007/06/09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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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09 12:55 URL EDIT REPLY
말투가 랩인데.-_- 분노를 표출.-_-
지각생 2007/06/09 13:22 URL EDIT REPLY
ㅋㅋㅋ 역시 대단한 홍. 다시 보니 정말 그렇네. 곡 붙여줘~ ^^
마로 2007/06/09 13:51 URL EDIT REPLY
너무나 공감하는 내용이에요...함께 참여하여 인터넷 소통을 만들고 싶은 정보통신활동가의 마음과는 상관 없이...대다수의 인터넷 활용을 겁네하는 활동가들은 인터넷을 그저 기술로만 봐서 그런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저도 예전에는 아무 사심 없이 순수하게 정보통신 기술을 여기저기 뿌리고 다녔는데, 그저 필요할 때만 기술을 제공해야 하는 입장에 처해지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을 알게 되고..고민 많이했었죠..활동가들의 인터넷에 대한 마인드는 많이 바뀌어야 해요...
su 2007/06/09 13:53 URL EDIT REPLY
와, 곡 붙으면, 꼭 들려줘 :)
지각생 2007/06/09 14:13 URL EDIT REPLY
마로// 맞아요 맞아. 인터넷 활용을 겁네는 마인드, 그걸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니, 폄하하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인지부조화랄까요. 바뀌도록 함께 노력해봐요~

su// 나, 지금 중얼중얼거리고 있어 ㅋㅋ
로이 2007/06/09 15:29 URL EDIT REPLY
지각생님의 마음이 이해가 되네요. 속 시원하네요 ㅋ
EM 2007/06/09 16:59 URL EDIT REPLY
음... 저는 "정보통신"도 잘 모르고, "활동가"도 아니지만, 예전에 무슨 단체 홈페이지 관련된 일을 어쩌다가 맡았었는데... 지각생님 말씀과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근데 랩으로 하진 않았네요. ;;
지각생 2007/06/09 19:21 URL EDIT REPLY
로이// Yo! 내겐 랩의 피가 흐르는가.. ㅋㅋ

EM// 아, 그런 경험한 분이 많군요. 랩으로 안하면 혹시 춤? ㅎㅎ 얘기를 하긴 하신거죠? 사람들 반응이 어떻던가요?
쥬느 2007/06/09 19:24 URL EDIT REPLY
이글 추천
지각생 2007/06/09 19:25 URL EDIT REPLY
쥬느// 아.. 그사이 덧글을. 언제나 변함없는 추천 감사Yo~!
병희 2007/06/09 23:35 URL EDIT REPLY
적극 공감!!!
ER 2007/06/10 02:56 URL EDIT REPLY
어... 리더기로 통해 조용히 보기만 하다가 정말 공감가는 글이라서 댓글 남겨봅니다.

취지를 이해해주고 구현해주면, 자신의 생각이 원래 그랬던 것인양 착각하고 저와 산물자체를 분리시켜서 배척하는 꼴을 당하고 나니까. 그냥 돈되는 일과 자기 경력에만 신경쓰는게 낫겠다고 생각이 변하더군요...

그 과정을 본 다른 사람들요? 도구에게 무슨 감사를... 이라던데요? -_-;
무나 2007/06/11 09:12 URL EDIT REPLY
토욜, 컴퓨터는 너무 어려운 도구 어쩌구 저쩌구 했던 내 말도 되게 짜증 났겠네. 반성 - -; 배우겠습니다 (_ _)
지각생 2007/06/11 13:44 URL EDIT REPLY
병희// 신나는군요!
ER// 원래 그게 서로 계속 소통하고 맞춰야하는 건데 그 책임을 다 이쪽에 떠넘기는 거잖아요. 그럴때 정말 열받죠
무나// 오 노.. 그런거 아닌데. 배운다는 거야 대환영입니다만 :)
EM 2007/06/12 04:16 URL EDIT REPLY
바보같이 그땐 암말도 못했어요. 한편으론 그땐 별생각이 없어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론 제가 상대하는 "분들"에게 저같은 "것들"이 감히.. 하는 마음도 알게모르게 있었던 것같고요. 하지만 앞으로 비슷한 일이 제게 또는 제 주변에서 생기면 지각생님 말씀이 생각날 것 같네요. 다시 한번 좋은 글 고맙습니다. ^^;
지각생 2007/06/12 04:52 URL EDIT REPLY
EM// 사실 저도 별 말 안하고 계속 홈페이지 만들어주고 있다는 ^^;; 조금씩 인식이 확산되길 바라며 여기서 얘기해봤습니다.
이드 2007/06/12 12:50 URL EDIT REPLY
남자들이 술에 취해 마눌에게 전화해서 사람들 델꼬 갈테니 간단히 차려~ 해놓고는 상다리 휘어질 정도 아니면 실망해서 타박하는 모습이 오버랩되는 건..ㅎㅎ..
걍 기술자로 본다고 하더라도 의뢰한 자는 문외한일텐데 여튼 전문가와 이래저래 상의하면 지가 모르던 것도 알게 되고 더 멋진 뭔가가 생산될 수 있다는 걸 모르는 바보들이 아직도 이리 많다니.. 고생하십니다요..
지각생 2007/06/12 13:40 URL EDIT REPLY
아하.. 그런 바보같은 남자들이 아직도 그리 많다니.. 전 아직 이해를 못합니다만 ^^
정말 서로 자신없더라도 같이 뭔가 하다보면 이래저래 배우는게 많고, 생각도 자유로워지고 그러는데 잘 안하려고 하니 안타깝삼!
콩!!! 2007/06/12 14:07 URL EDIT REPLY
너무 속상하셨겠네요. 한편으로는 역시, 지각생님에 대한 제 예감이 맞기도 했구요. ^^ (이런 분일 줄 알았다니깐)
저희 단체도 내년 쯤 홈페이지를 개편해갈 생각으로 올해부터 작은 팀을 꾸릴 참인데, 기획단계부터 함께 참여하면서 어떤 걸 원하는지를 이해해가고, 또 어떤 게 어떻게 가능할지를 조언해주면서 기획을 같이 완성해갈 그 누군가(긍까 정보통신활동가)가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껴요. 그런 분이 계실까 걱정했는데 마음이 놓이기도 하고, 그러기 어려운 현실에 같이 불끈하기도 합니다. 공감이랑 지지 한표씩 받으셈~
지각생 2007/06/12 16:29 URL EDIT REPLY
공감과 지지 감사요 ^^ 이걸 어떻게 모든 정보통신활동가들과 나눌까요~

그나저나 간만에 블로거진 올라가고, 덧글 많이 달려 신난다~~
언저리 2007/06/13 03:53 URL EDIT REPLY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어요. 작년겨울에 철거촌 사시는 분들한테 연탄날르는 행사를 촬영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편집까지 해주기로 하고 촬영을 했었는데요. 별말 없고 걍 알아서 하라길래 정말 제 맘대로 제 느낌대로 흥겨운 뮤직비됴 홍보물을 만들었는데 가편 보구서 (가편이라도 구성이 다되어있는거라 구성자체를 뜯어고치기는 힘듬니다.) ccm으로 음악을 바꾸어 달라는 멜을 보냈더군요.(뮤직비됴에 구성이 음악의 박자와 리듬과 그런건데 음악 바꾸는게 아주 쉬운건 아니었거든요. 리드미컬하게 장면커트를 한거라서요.) 나중에는 편집 안한 원본을 보내 달라고 하더군요. 아무 설명도 없이 말이에요. 그래서 답멜을 다시 보냈죠. 원본이 왜 필요하냐고 물었더니 자기들이 프로의 솜씨하고는 다르겠지만 (이부분 진짜 웃겼어요. 마음에 안든다는 얘기를 이렇게 비꽈서 말한건가 싶더군요. 뭐 아니라고는 하지만) 한번 자기들 수준에 맞춰서 자신들이 하고자하는 방향으로 다른 조용한 버전을 만들어 보겠다고 그러더군요. 그럴꺼면 절 왜 불렀는지 ... 애초에 방향을 잡아주던가 ... 진짜 열받아서 그 사람이 얼마나 무례하게 행동하고 있는지를 상세히 적어서 보내줬담다.
활동가로서 미시적인 성찰이 부족한 분들이 많아요 정말. 거대한거 주장하기전에 자기나 똑바로 살라고 말하고 싶더군요.
지각생 2007/06/13 13:08 URL EDIT REPLY
서로 잘 모르는 부분이 많아 어디나 그런 문제가 있는 것 같네요. 그걸 드러내 적극적으로 계속 얘기하면 서서히, 분명히 나아지겠죠. 상세히 적어 보내주니 뭐라 그러진 않던지?
언저리 2007/06/14 00:07 URL EDIT REPLY
변명과 사과를 하더군요. 그래서 조용한 버젼도 제가 만들어 주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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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블로그 리뷰 (1)

지각생
내 블로그의 글을 다시 보는 중이다. 태그를 달며 이참에 링크깨진 것도 잡고, 읽기 좋게 수정. 시간이 솔찬히 지나간다.
1번부터 77번까지 봤는데 대략 1년 반 전부터 6개월 정도의 글.
그 기간동안 내생각, 말투, 감정들이 변해가는 걸 보는 게 꽤 재밌는걸. 새롭게 나를 발견하는 느낌이다.

그래, 그때 이런 생각들을 했었지. 지금 하고 있는게 원래 그런 생각들로부터 시작한건데.
살짝 방향 감각을 잃었다가 다시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몇 개 스크랩해 본다. 작년 봄 웹2.0이 화두였을때, 한국사회포럼 즈음에 썼던 글들. 사회운동2.0을 고민하던때. 개인이 조직에 눌리지 않고 자유롭게, 즐겁게 하는 활동. 모든 사람이 자신의 욕구대로,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스스로 만들게끔 제시하는 운동.

to 진보네 : 태그 구름 기능 너무 좋삼 :) 수고하셨고, 혹시 태그 검색이 지금 가능한가요? 폼 하나 추가해주시면 좋을듯.


다시 "사회운동 2.0"

한 명 한 명, 활동가와 "대중"(사실 이런 구분 자체가 우습죠) 의 솔직한 두려움과 고민은 담겨나오지 않습니다. 사실 다를게 뭡니까? 활동가는 사람이 아닌가요? ㅎㅎ

운동이 쉬워야한다는게 과연 활동가의 마인드 문제이거나 대중 추수적인 발상이겠습니까? 아뇨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면 아무런 가치도 없는 운동이라고 전 말하고 싶네요. 그런 운동을 통해 바꿔질 세상이 어떤 걸까요??

그런 세상에 모든 사람들이 잘 살 수 있을까요? 모든 이가 직접 만들지 않은 세상, 누군가가 "대신"만들어준 세상?


 "사회운동 2.0"

그럼 "이름", "선언"일 뿐인 웹 2.0이 기술이 아니면 뭐냐? "문화"라고 저는 단언합니다. "개인"과 "소통"을 재발견한 것입니다.

집단, 전체, 조직에 개인이 묻히는 사회구조(운동 포함!), 그리고 그것이 반영되어 버린 가상 공간, 그 속에서 사람들은(활동가 포함해서) 소외를 느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거대한 집단속에서의 개인, 언제든 밀려날 위험 속에서 "동질감"과 "안정"을 추구하는 심리, 그것을 자본과 권력이 잠깐이나마, 부분적이나마 해소시키고 있지요.

"자본의 포털"이 운동진영의 네트워크를 "차단"했을까요? 물론 그렇겠죠. 하지만 집단으로서의 추상적 자본 말고, 개개의 자본이, 만약 운동진영의 네트워크가 사람들에게 잘 먹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에 연결고리를 갖지 않을 수 있을까요? 결국 문제는 사회운동의 방식이 뭔가 지속적으로 대중의 흐름을 놓치고 자기 폐쇄성을 갖는 것일 겁니다.
....

웹 2.0에서 자본은 "장치"를 발견했습니다.
운동진영은 "욕구"를 발견해야 합니다. 왜 이런게 나왔지? 지금까지의 방식이 뭐가 문제였지? 그리고 자본을 따라잡아 "장치"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그것을 같이 제공해야 합니다.
...


"몰"과 "분자"

지금까지의 역사, 운동은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그게 최선이었다. 동원할 수 있는 장치가 "몰"의 단위밖에 없었으니까. 근데 이어져오는 흐름을 계속 타고 가다보니 "분자"의 가능성이 보인다. 근데 자본이 그것을 관심 갖고 있다. 국가권력은 어쩌면 남몰래 "분자"기술을 개발해 사용해 오고 있는지 모른다.(이게 음모론이죠 ㅎㅎ) 운동진영도 "분자"의 수준에서 사고하고, "분자"로 나아가는 기술을 활용하자. 그래서 "활동가"와 "대중"의 분리구도를 다시 극복해 하나가 되는 노력을 하자. 이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


집단지성 - 위키

이런 과정을 통해 초기의 간단한 아이디어는 점점 살이 붙어 하나의 기획이 되고, 정리안된 메모는 얼굴 모르는 인터넷의 누군가들에 의해 정리되고, 내용이 붙어 완성된 텍스트가 되어 간다. 생각은 갖고 있으나 완결된 하나의 글을 쓰는데 어려워하던 사람들이 자기가 잘 아는 것, 자기가 많이 생각한 것, 불쑥 떠올랐다가 사라질 수 있는 아이디어들을 자기가 자신있는 방법으로 적용, 글 작성 과정에 참여한다. 이 작업이 "충분히 많은" 사람들에 의해 수행될때, 그 효과는 거기에 참여한 사람들의 범위를 넘는 훌륭한 성과물로 도출된다.

이른바 네트워크 효과다. 충분히 많은 사람이 거쳐가면서 그 생각의 양도 풍부해지고, 질적으로도 뛰어나진다.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주고 받아지며 정제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글 자체를 넘어 "자정 능력"등 부수 효과도 생긴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기에 생길 수 있는 위험이 물론 존재하지만, 혹 허위 내용과 광고 등의 쓰레기도 역시 "또 다른 누군가"에 의해 결국 정리되리라는 믿음, 탄력이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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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계속 업뎃할거임. 77번 이후의 글 중에서도 뽑아 여기에 추가하겠음.

그나저나 그때는 수줍어하면서도 지금보다는 솔직하게, 거침없이 얘기를 한 것 같은데.. 지금은 겉멋이 조금 들어간 것 같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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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08 15:19 2007/06/08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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