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잡기장
이사갈 집을 보고 왔다. 월세가 싸게 나와서 얼릉 어머니랑 보러 갔는데, 사람이 없어 다시 오기로 하고는 주변만 살짝 둘러보고 설명 좀 듣고는 돌아왔다. 이번에도 반지하인데 지금 사는 곳보다는 햇빛이 잘 들것 같다. 창문 바로 앞에 작은 나무들이 있어 적절히 햇빛은 들어오면서 안은 잘 안보이게 되어 있다. 시장도 가깝고, 전보다는 지하철 역이 더 가깝다. 또 나오면 바로 불광천으로 연결되서 아침 운동, 밤 산책하기에도 좋다. 나는 자전거로 바로 한강까지 갈 수 있고.
저녁에는 내가 시간이 안 되서 엄니와 형이 왔는데 내게 전화로 복비 계산하는 법을 묻는다. 인터넷을 뒤져 알아냈다. 바로 계약할 분위기. 지금 막 집에 돌아왔는데 물어보니 계약했다고 한다. 이삿날은 7월 5일.

안에 들어가서 본 건 아니지만 주변 환경은 일단 맘에 든다. 어머니도 맘에 드시는 듯. 햇볕이 좀 더 들어온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할 만큼 지금 사는 집을 답답해 하셨다. 게다가 값까지 싸니. 그래도 월세는 오래 있을 건 못됀다. 얼릉 돈 벌어 월세를 벗어나야지. 그래도 일단 마음은 편해진다. 일단 지금 상황에서는 좋은 방향으로 결정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엄니 기분이 좋은 것 같아 내 기분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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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한강으로 나왔다. 영등포에 갈때는 이렇게 가고 종로에 갈때는 녹번-홍제-무악재-독립문으로 해서 오는데 오늘은 불광천이 바로 옆에 있으니 한강으로 달리고 싶어져 종로로 가지만 한강쪽으로 들어왔다. 조금 달리다가 벤치에 앉아 잠시 쉰다. 가방에서 SF를 꺼내 읽는다. "0으로 나누면". <당신 인생의 이야기>에 수록된 테드 창의 단편. 한강에서 자전거타다 술은 많이 마셨지만 한강에서 자전거타다 책을 보는 건 드문 경운데, 한강에서 자전거타다 책을 보는 것도 의외로 좋다.

왠지 내가 폼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출출해진다. 어제 광화문에서 퍼포먼스하고 자전거로 대학로까지 갔는데, 한딱거리하고 났더니 너무 힘들고 배고팠다. 니콜라가 싸온 도시락을 조금 먹었다. 오늘, 벤치에 앉아 책을 보다 그 생각이 났다. 나도 간단한 도시락을 싸들고 나오면 좋겠군 하고 생각한다.

몇가지 생각할 지점이 떠올라 메모한다. 자전거 안장이 앞으로 쏠려 그것도 바로 잡는다. 언제나 휙휙 지나던 지점이지만 오늘은 제법 오래 이 자리에 머무른다. 이런 것도 생각보다 좋구나. 화장실에 가고 싶은데 자전거를 세워 두고 그냥 갖다 오긴 뭐해서 읽던 페이지만 마저 읽고 정리해서 아예 가려고 했는데, 아 이게 너무 재미있다. 결국 꾹 참고 다 보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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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을 따라 달리다가 마포로 들어간다. 출출해져 가끔 들르는 떡볶이 집을 찾아가려 했으나 역시 너무 이른 때라 열지 않았다. 배고픔을 참고 공덕을 지나 종로까지 달린다. 종로에 도착하니 1시. 지금 한창 대청소 중이다. 미디어문화행동이 방을 빌려쓴지 꽤 됐는데 이런걸 같이 한적이 별로 없어 살짝 미안하다. 빌려쓴 도구들 꺼내놓고 방을 치운다. 어제 G8 대항 퍼포먼스때 쓴 물품들이 남아 있다. 어제 일을 생각하면 참 신기하다. 그런 걸 할 수 있다니.

밥을 해먹는데 옆에 껴서 같이 먹었다. 사람들은 화요일 일을 얘기한다. 재밌고, 놀라고 화나는 이야기들.. 밥을 다 먹고 가위바위보로 설겆이할 사람을 뽑았는데 계속 지다가 마지막 3명 중 운 좋은 한 사람이 되서 빠져 나왔다. 하지만 저녁때는 한 사람 뽑을 때 걸리고 말았다. -_-

밥 다 먹고 일을 시작한다. G8 관련 영상을 주로 올릴 사이트에 뭔가 해야 한다. 거의 했다 싶었는데 잘 작동이 안된다. 무한 반복 삽질에 들어간다. 그래도 안된다. 빨리 끝내고 책 마저 읽고 싶은데. 다운 받은 영화도 보고 싶고, 구해놓은 음악도 듣고 싶다. 몇시간 동안 붙잡고 있었지만 해결이 안되니 슬슬 짜증이 난다. 결국 책 조금 보다가, 영화 조금 보다가, 음악 조금 듣다가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저녁 먹고 설겆이 하고 나니 IT노조 회의시간이다. 약속 시간에 늦으면 맛있는거 사가기로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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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한 두 방울 내린다. 자전거 타고 갈까 말까.. 에라 모르겠다. 그냥 달린다. 내 자전거 도로 주행은 점점 대담해진다. 자신 있긴 하지만 조심은 하는게 좋을텐데. 땅이 살짝 젖었으니 더 조심해야 한다. 다행히 오늘은 차가 별로 귀찮게 하지 않는다. 운전하는 사람도 조금 더 조심하고 무리 안하려는 듯. 공덕을 지나 다시 마포로 들어가 다리를 건넌다. 서울교를 건너니 그 근처에 볼일이 있다는게 기억났다. 깜박했군. 내일 가야지. 영등포에 오니 차 한대가 빵빵거린다. 지금까진 조용히 잘 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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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을 했으니 뭐던 사오라는 소리를 듣는다. 다들 저녁 먹었을테니 일부러 안사온거라고 했지만 당연히 마음을 움직이진 못한다. 음료수와 과자 한봉지를 사온다.

원래 연말까지는 이런 저런 걸로 버텨보려했지만 얼릉 다른 일자리를 구하는게 낫겠다. 활동은 계속 하겠지만 그걸 본업으로 하진 않을 참이다. 한동안은. 불연듯 이력서 쓰고, 일자리 알아보고, 살짝 죽이고 들어가고 할 생각을 하니 갑갑하다. 제대 이후 이런 저런 간단한 알바만 하다가 2년 반동안 상근 활동을 했으니 이러는게 거의 5년 전쯤 되는 것 같다. 건성으로 한건 아니지만 아주 절실히 와닿지는 않는 상태로 그동안 노조에 함께 한건데, 이제 그게 다 내 이야기가 된다는 생각에 기분이 묘하다. IT노동자의 현실. 허울만 좋지 뒤틀린 산업 구조 속에서 엄청나게 착취당하는 IT노동자. 그동안 사람들은 단체 상근활동하면서 돈을 조금밖에 안 받으니 이런 저런 때마다 날 배려해주곤 했는데, 사실은 고용 안정에, 보람에, 사람들끼리 서로 존중하고, 어느 정도 자유롭게 일한다는 생각에 오히려 괜찮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회의에 조금 더 열심히 참여한 것 같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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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그냥 그런 하루가 지난 것 같다. 최근, 지난 주말, 그리고 어제 너무 재밌고 격하게(?) 보낸 뒤라 살짝 맥빠져 보이긴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오늘도 이것저것 많이 해 놓은 하루다.

이렇게 하루를 보내며, 온 종일, 그 사람은 오늘 어떻게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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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08 02:56 2007/06/08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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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깽 2007/06/08 03:06 URL EDIT REPLY
8시가 조금 안 됐었나, 아현 고가차로 아래에서 자전거를 타는 지각생을 봤죠. 혼자 반가워했더랍니다. ㅎ
리우스 2007/06/08 06:01 URL EDIT REPLY
잔차를 참 맛있게도 타시요...ㅎㅎ 나도 오늘 잔차로 출근해보까...? 하는 생각이...^^
디디 2007/06/08 08:41 URL EDIT REPLY
그 사람은 또 누구야. 사랑에 빠져버렸어? -0- 이야!
지각생 2007/06/08 12:09 URL EDIT REPLY
부깽// 오 그랬어요? 불렀으면 같이 반가워했을건데 :)

리우스// 참 이게 끊을 수 없는 맛인지라 ㅋ 잔차로 출근했삼?

디디// 흠흠, 관심 자제효..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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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지난 금요일, 네오스크럼을 만났다. 미디액트 5주년 행사에 참가했다가. 자연식 부페를 준비했다는 말에 "오호? 그래?" 하면서 다음날 생각도 안하고 먹을 생각만으로 갔다. 점심을 안먹었는데 그건 절대 계획적이 아니었다. :D

지각생이 여기도 지각은 하지 않고 제 시간에 도착, 방명록에 이름 한번 써주고 기념품을 챙겼다. 5층으로 올라가니 아직 준비가 한창이다.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며 준비하느라 바쁜데 좁은 복도에 있기 뭐해 사무실로 들어가보니 거기에서 뭔가 하고 있는 네오스크럼 발견. 같은 처지(?)끼리 반갑게 인사하고는 담배피러, 나는 바람쐬러 밖으로 나오는데 사람들이 잡는다. 어딜 가삼. 도망가는거죠? 행사 곧 시작하니 자리 채우고 있으삼. 아뇨. 도망가긴요. 근데 밥은 언제 먹나? 먼저 먹으면 안되요? ^^;; 밥은 행사 끝나고 먹는다고 한다. 너무 일찍 온것이다.

밖으로 나가 벤치에 앉아 담배피고/바람쐬면서 네오스크럼이 요즘 SF 많이 읽고 있느냐고 물었다. 어슐러 르귄꺼 읽은 후엔 뭐부터 볼지 몰라 고전부터 하나씩 보는 중이라고 했더니 몇가지를 추천해 줬다.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 "제 5도살장", "앨저맨에게 꽃을", 그리고 그냥(?) 단편집 (이건 못찾았다-_-) 일요일 신나게 논 후 사실 그와 같은 시간대에 행해졌어야 할 노동을 월요일에 하고, 모처럼 일찍 집에 들어와 쉬려고 하는데 이 생각이 번뜩 나서 서점에 들러 "당신 인생의 이야기"와 "제 5도살장"을 샀다. 그리고는 신나서 돌아오자 마자 네오스크럼 블로그에 가서는, "내일 일정 없으니 졸려 쓰러질때까지 읽으렵니다!"하고 덧글을 남겼다. 그리고는 정말 졸려 쓰러질때까지 읽었다. 하지만... 오늘 아침에 일어나 책을 다시 펼쳐보니 기껏해야 20페이지까지 밖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ㅡ,.ㅡ;  과연 나는 정말 20페이지만 읽은 것일까 아니면 비몽사몽간에 조금 더 본것일까. 스펙타클 긴 긴 긴 주말을 보낸 다음날은 역시 쉽지 않았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 첫번째는, "바빌론의 탑"이다. 바빌론 탑을 쌓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 같은데 배경만 이해하고 주인공이 탑을 이제 막 올라가려고 하는데까지가 분명히 본 기억이 난다. 그리고는 바로 잠에 빠져들었거나 적어도 가수면 상태로 간것 같은데 덕분에 오늘 생생히 기억나는 꿈의 내용은 거기서부터 시작한다. "하늘의 천장"을 파러 올라가는 광부 중 한명이 되어 같이 올라갔는데, 올라가보니 왠 개천이 하나 있다. 그 천을 따라 내려(?)가고 있는데 천 주변에 사람의 손길이 있다. 강둑이라 하나? 그게 쭉 쳐져 있는거다? 어 이상한데 누가 여기 왔다간거야?하고 묻지만 나랑 같이 가는 사람들은 신경도 안쓰고 대답도 없다. 아니, 지금 생각하면 누가 있었는지도 불확실하다.

하늘로 올라갔는데 어찌 나는 계속 내려가기만 한다. 가다 보니 강둑은 점점 조악한 것에서 세련된 형태로 바뀐다. 깔끔하게 다듬어진 돌인데 표면은 무슨 그물을 씌워 놓은 듯 하다. 지금 생각하면 어떤 아케이드게임의 한장면이었을까? -_- 여튼 계속 다다보니 점점 현대식(?) 분위기가 되어가고, 어느새 무슨 박물관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건물앞에 다다랐다. 안내문이 있지만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고 누군가 무슨 돌에 손을 얹어 문을 연것도 같은데 정말 그랬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건물 안은 초현대식 시설이다. 기계식이랄까 그런 분위기가 나고 무슨 공장 지하나 잠수함 통로를 연상시키는 복도를 지나 더 나아가니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나온다.

엘리베이터는 세대가 있다.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았지만 그 중 하나만 우리(?)가 가려고 하는 곳으로 데려다주고, 다른 두개는 파멸로 간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 세대의 엘리베이터가 번갈아 일정 시간 간격으로 문이 열린다. 어디로 들어가지? 첫번째 엘리베이터에 들어갔다. 그런데 문이 다시 열린다. 밖을 보니 어느틈엔가 사람들이 와글와글하다. 분명히 나랑 같이 올라온 사람들은 아니고 현대식 복장들. 왠지 밖으로 나와야 할 것 같아 얼릉 뛰어나왔다. 사람들이 우루루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간다.

다른 두 엘리베이터도 상황이 비슷하다. 여기서 무슨 드라마 주인공처럼 차분히 생각해 해답을 도출하려는 시도를 하는데, 내 멋대로 세 엘리베이터에 믿음, 소망,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였다(어이 뭐냐 이 단순함은 ~-_-~)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사랑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러자... 현실로 돌아왔다. -_-

하지만 아직 꿈을 깬 건 아니다. 나는 누군가의 블로그를 보고 있다. 그 블로그는 파란색 배경이다. 내가 잘 아는 사람이다. 사람들이 그 블로그에 막 덧글을 달며 이리로 연락해, 왜 연락이 안돼? 무슨 일 있어 하고 그런다. 그 사람들 아이디도 다 내가 아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계속 보다 보니 대답없던 그 사람이 "다들 날 못잡아먹어서 안달이군" 하며 분노 혹은 절망스런 목소리로 덧글을 단다. 이건 마치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것 같다. 그러자 자기의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를 적으며 이리로 연락하라는 덧글은 끝난다.

그 다음은 상담모드? 역시 내가 알고 있는 이름의 사람이 "진단"을 내려준다. 그러자 그 블로그 주인은 뭐라뭐라 얘기하는데 내용은 기억이 잘 안난다. 간혹 현학적인 표현도 나오는 것 같고 그런데 "진단"하는 사람은 계속 짧게, 그런데 잘 들어보면 별 상관 없는 얘기를 하고 있다. 어쩌면 별로 귀담아 듣고 있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이부분은 잘 기억이 안나네.

그리고는 정말로 잠이 깼다. 시간을 보니 8시 반. 내가 몇시에 잤을까? 책을 다시 펼쳐보니 침은 안 흘렸다. 잘 덮고 옆에 두고 잔걸까 아니면 누가 옆으로 빼내준걸까. 이쯤 봤을까 싶어 펴보면 아주 생소하다. 앞으로 넘겨본다. 여전히 생소하다. 계속 넘겨 20페이지에 도착하니 이건 분명히 읽었다는 걸 알겠다. 꿈의 기억이 확 난다. 꿈의 배경은 바로 여기서 시작하고 있다. 역시 여기까지 읽고는 헤롱헤롱 거리다 쓰러져 잤나 보다. 엎드려 책을 본게 결정적이었다.

밖에서는 마더와 파더가 꿈에 대한 얘기를 하는 중. 엄니가 꾼 꿈은 큰 집을 사는 꿈. 너무 놀라 꿈 속에서도 이건 꿈일거야 꿈일거야 했다는데, 도중에 한번 깨고 다시 잠들었는데 꿈이 그냥 이어지더라는..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잠에서 깬 게 아니라 깬 것 자체도 꿈이 아니었을까 하신다. 그런데 그 넓고 좋은 집이, 여전히 반지하다. 꿈속에서 잠깐이나마 행복하셨던지 목소리는 밝았지만 나는 내심 조마조마. 집 얘기만 나오면 나는 살짝 긴장한다. 요즘엔 돈을 집에 통 못 갖다 주니까. 그러다 화제가  "인생역전"으로 간다. 아들이 돈 많은 집 딸과 결혼해 잘 살게 됐다는 누군가의 이야기도 나온다. -_-; 흠흠 난 결혼 안할까 생각중인데 그 말을 할까 말까 잠깐 고민했다. 늦게 결혼하게 된 사촌형의 얘기를 들으며 난 밥만 우걱우걱.

혹시 몰라 그 사람 블로그에 가봤다. 꿈일까 생실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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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05 10:07 2007/06/05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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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군 2007/06/05 11:11 URL EDIT REPLY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네오한테 빌려서 다 봤고, 너무 좋아서 샀지요. 네오거 돌려주면 나도 한권 갖고 있어야지 하고..
제5도살장은 안봤음.
2007/06/05 12:13 URL EDIT REPLY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사랑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러자... 현실로 돌아왔다. -_-
케산/세르쥬 2007/06/05 12:43 URL EDIT REPLY
사랑의 엘리베이터를 탔더니 현실로 돌아왔다고?
지각생에겐 현실에서 사랑이 가장 필요하다는 해몽같으이...
히히...근데 나 '그 사람' 누군지 대충 알 것도 같으이ㅋㅋㅋ
그나저나 이마에 책 활자 잉크가 찍히지는 않았는지?
지각생 2007/06/05 19:28 URL EDIT REPLY
달군// 이거 정말 좋네요~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다니. 문화연대 후원주점 얼릉 갔다 와서 마저 봐야겠삼 ㅎㅎ

홍// 뭔가 있어 보이남? ㅋㅋ

케산/세르쥬// 그려, 내겐 사랑이 가장 필요해. 책과 이마 모두 무사하다우 :)
2007/06/07 14:35 URL EDIT REPLY
사랑이 가장 필요한 이상적인 어떤 가치인데,용기를 내어 탔더니
엘레베이터가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현실에 내려주었다는 해석인 것이죠.
'우리' 연애 지진아들은...털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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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사회와 기술의 만남 - 바캠프 2007

IT / FOSS / 웹
지난 토요일, 2일에 바캠프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이것때문에 유럽 자전거 여행을 연기했다가 표를 못구해 좌절한 orz 지각생. 돈이나 많았으면 비싼표라도 구했겠지만. 흠, 그 아쉬움까지 더해 이번 기회를 잘 살려보겠노라 다짐했었죠.
근데 너무 어깨에 힘이 들어간 탓일까요? 이번에도 발표하는 그 날 그 자리에서 자료를 만들었다는 -_-;; (바캠프는 참가한 모든 사람이 자기의 주제를 발표해야 합니다.) 닥쳐야 뭔가 나오는 건 어쩔수 없나 봅니다. 사실 며칠 전부터 "준비해.. 준비해.. 준비해.." 하고 계속 되뇌었지만 계속 엄한 딴짓만 했습니다. 영화 다운받아 보고 새로운 음악을 듣고 싶어 인터넷 뒤지고, 사놓고 고이 처박아둔 책을 갑자기 꺼내 읽기도 하고 말이죠. 은근히 긴장을 하긴 했나보군요.

참가 인원이 제한되어 있어, 많은 분들이 대기 중이라고 했는데, 혹시 늦게 가면 내가 짤리는게 아닐까 하는 별 걱정을 다했습니다. 그래서 지각생이 정말 모처럼 부지런하게 움직였습니다. 알람 소리에 버얼떡! 일어나 찬밥을 찌개에 비벼 와구와구 넣고는 대충씻고 행사장으로 갔습니다. 도착하니 아직 사람이 많이 안왔고 한참 현장셋팅중. 깜박잊고 명함도 안 가져갔더군요. 역시 지각생의 엄한 삽질이었습니다.



모인 사람들끼리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돌아가면서 하고, 점심을 먹었습니다. 건물 1층에 준비된 부페. 전날에도 자연식부페를 먹었는데 이게 왠일. 아침을 대충 먹고 나온지라 배가 무지 고팠습니다. 잡채와 더덕을 중심으로 세번을 떠다 먹고 나니 졸음이 살살 옵니다. 아 귀찮다... 자료 만들지 말고 그냥 말로 때울까.. 잠깐 누워 잤으면 좋겠다. 세번째 떠먹을때 그런 모습이 혹시 안스러웠던 것일까? 한 분이 정보공유연대에서 활동한다구요? 힘들지 않으삼 하고 물어보시더군요. :)







본 행사는 큰 방에 칸막이를 쳐서 4개의 트랙으로 나눈 다음 밥먹기 전에 짠 프로그램대로 각자 다른 발표를 하는 식으로 진행됐습니다. 한쪽은 터놓아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며 관심있는 주제를 들을 수 있게 하구요. 이게 지각생이 좋아하는 방식입니다. "잘못 들어온"죄로 지루한 강의가 끝날때까지 꾹참고 듣거나 유체이탈을 해야하는 "단일" 트랙보다는 자유롭게 움직이며 선택해서 듣고, 발표하는 사람은 관심 갖고 "들으러 온" 사람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말할 수 있고. 프로그램을 정하는 것도 좀 더 자유롭게 시간과 순서, 주제와 방식을 조정할 수 있었습니다. 좀 더 많은 행사가 이런식으로 열리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첫번째 트랙, 네번째 순서에 발표하기로 정해졌습니다. 아무래도 발표가 신경쓰이고 자료를 만들까 말까 고민하다 결국 만들게 되면서 계속 첫번째 트랙 구석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조금 돌아다니며 다른 얘기도 듣고 했으면 좋았겠지만 별로 그러지 못해 아쉽더군요. 첫번째 트랙에는 다른 곳보다 조금 더 인문,사회적인 내용이랄까요? 그런게 많았습니다. 스크린도 크고 좋은 곳이다 싶었는데 제일 구석인지라 조금 발걸음이 뜸한게 아닐까 하는 느낌을 받았죠. 한때는 내가 발표할때 아무도 없는 거아냐 orz 하는 걱정까지. 으이구.

솔직히 마음이 딴데 가 있어 충분히 생각은 못했지만 역시 다양한 발표 주제들은 흥미로웠습니다. 웹2.0이 역시 여전한 화두인지 그에 관련된 내용이 많았구요. 위에 말한대로 첫번째 트랙은 "오픈 소스", "지식노동자로서의 프로그래머" 등 사회적인 내용, 생각할 꺼리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좀 우직한 주제인 셈인데 "정보통신기술인의 직접적인 사회 참여"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주제에 걸맞는 "직접적인" 터놓고 말하기가 제대로 됐나 모르겠습니다. -_-



시간이 부족해 준비한 얘기를 충분히 하지 못한게 아쉽습니다. 원래부터 부족한 20분인데 앞에서부터 쭉쭉 밀려 지각생은 빨리 끝내야겠다는 마음에 다다다다다 떠들었는데 그러다보니 좀 재미없게 "올곶은" 분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살짝 속으로 생각해놓고 이렇게 얘기하면 재밌겠다 하며 실실 쪼개던 것들은 모두 허공속에.. -_-;;

모든 사람이 어떻게든 직,간접적으로 사회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긴 하지만 조금 더 많은 IT기술인이 직접적으로 참여했으면 좋겠다.. 그런 말을 하고 싶었죠. 전에 핵무기를 만든 과학자들이 "사회적 책임"을 얘기했는데 오늘날 IT기술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핵무기보다 훨씬 강력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IT기술인도 스스로 만들어가는 기술 사회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고 적극적으로 개입하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지금 IT기술이 세상을 좋게 만드는것만 같고, 앞만보고 달리는 사람이 많지만, 실제로는 정보격차로 인해 그런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습니다. 혜택을 못받는 정도가 아니라 새로운 장벽이 된다고 할 수 있죠. PC는 많이 보급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저소득층은 새로운, 다양한, 성능 좋은 정보통신기기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고, 대부분의 IT기술인이 "젊은, 비장애인, 남성"인데 지금 노인, 장애인, 여성 기타 사회적소수자(지금 여기서도 소수인 ^^;;) 들은 특히 IT기술 환경을 활용하는데 여러 기술적, 문화적 장벽들이 있습니다. 이런 것들에 대해 IT기술인은 책임이 없는걸까? 그냥 이건 국가나 국제기구에 맞겨 놓으면 되는 걸까? 이런 고민을 던지고 싶었죠.

그러면서 지금 정보통신분야에는 어떤 사회적 이슈들이 있는지, 특히 한국에서 최근 어떻게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통제사회로 가는 전조가 보이는지를 공유하려했습니다. 통신비밀보호법인터넷 실명제를 그냥 정부가 선전하는데로 믿고 내버려두면 되는 건지, 노동자감시 문제도 점점 심각해지고. 이밖에도 미처 발굴되지 않은 이슈가 얼마나 많을까요? 이런 문제에 대응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는 어떤게 있는지 소개하고, 그곳들이 공통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 참여하려면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지 등도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싶었습니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에서 눈치챌 수 있겠지만 이런걸 쉽고 재미나게 얘기하고, 편안하게 생각들을 나누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제 앞의 발제하신 분들 미워요 ㅜㅜ

일단 그런 문제들에 대해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IT기술인이 많아지면 좀 더 풍성한 얘기와 창의적인 대안등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어느 단체에 개인적으로 결합하는 건 근본적인 방법이 아닐것 같은데 아직 한국의 시민사회 영역에서는 IT기술, IT기술인에 대한 인식과 대우가 온당하지 않은 면이 많아 자칫하면 실무만 잔뜩 받아 혹사만 당할 수도 있으니까요. 이건 시민사회영역에서 정말 바꿔야 할 부분이죠. 주체적인 활동 영역으로서 어서 자리매김할 수 있어야겠습니다. 물론 그러려면 그만큼 더 많은 IT기술인이 직접 목소리를 내야하는 것이니 돌고 도는 문제이긴 합니다.

그것보다는 기술  활동가들의 독립적인 그룹이 있어, 그 안에서 자유롭게 공부하고, 연구/실험하다가 그 성과를 시민운동사회에 던져주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입니다. 과학상점과 기술워크샵 뭐 이런 거죠. RFID등 새로운 기술이 가져올 구체적 삶의 변화등을 제시해서 사람들이 더 상상하고 토론할 수 있게 하는 것도 가능하겠죠. 발표할때 예로 든것이 CivicSpace 라는 드루팔 변종 배포본인데요. 이제 홈페이지 만들고 운영하는 정도는 큰 에너지를 쏟지 않고 되어야 웹2.0이니 뭐니, 태그니 뭐니 하는 걸 얘기할텐데 지금 한국에서 홈페이지 만드는 건 여전히 인력과 시간, 돈이 꽤 들어가는 작업입니다. 이제 홈페이지는 생각날때 바로 뚝딱 만들어놓고, 그곳에 어떤 컨텐츠를 쌓고, 어떻게 활용할지 등으로 고민이 금방 넘어가야지 않겠어요? 이런걸 가능하게 해주는게 드루팔 같은 CMS라 요즘 밀고 있는데, 작년에 영국에 갔다가 CivicSpace 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정확하게 들은 거라면, 시민 사회단체들이 구체적으로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드루팔커뮤니티(개발자)에 제안을 했고, 그래서 사람들이 달려들어 civicrm 이란 걸 만들고, 또 그런 프로그램과 기본 설정, 추가적인 모듈등을 묶어 "더" 쓰기 편하게 드루팔 배포폰을 만들었다는 겁니다. 그게 CivicSpace 라죠. 이런게 한국에서도 가능할 겁니다. 한가지 더 예를 들면 캐나다의 쿰빗(Koumbit.org)개발자들이 사회적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공간을 제공합니다. 이번에 필름포지(FilmForge) 라고 독립미디어 인터넷플랫폼을 만들려는 국제 프로젝트가 진행중인데, 쿰빗의 개발자들이 참여해서 개발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시민사회단체들이 필요로 하는 것, 원하는 것과 정보통신기술인들이 해줄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이 만날 기회가 너무 적었습니다. 이번 행사에서 또 하나의 의미를 찾는다면 지금까지의 IT관련 행사들보다 더 많은 인문,사회분야의 사람들이 참여한 게 아닐까 합니다. 영화제 일을 하는 분도 있었고, 디지털 보존 운동을 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적극적으로 시민운동을 하는 사람도 있고, IT기술인의 사는 모습을 그려 공감을 얻고 있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가능하다면 앞으로도 종종 이런 자리가 열리면 좋겠습니다. 이 자리에 어느 정도 사회적인 인지도가 있는 사람들도 모인 것 같은데 그냥 그분들이 자기 블로그에 이런 생각들을 살짝 올려주는 것만으로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고민할 수 있게 되겠죠.



모든 열띤 발표가 끝나고 경품 추첨이 있었습니다. :) 이런데 지지리 운이 없던 지각생이지만 경품이 탐이 나는 것들이고, 또 꽤 많이 준비가 됐길래 내심 기대를 했죠. 그런데 정말 당첨됐습니다! FON 무선공유기 ^^ 안그래도 필요했던 건데 정말 잘됐습니다. 시작할때 티셔츠랑, 컵이랑 이것저것 주섬주섬 챙겨놨는데 마지막에 또 이런 아이템을 습득하다니.. 행사에 참여한 보람의 쓰나미가 몰려옵니다. (네, 원래 공짜를 좋아합니다 -_-) 이번에 인연이 닿은 분들과 조금 더 시간을 같이 보냈으면 좋았겠지만 이런 저런 일들과 피곤때문에 일찍 돌아왔습니다. (아쉽지만 다음에 또 뵙지요.)그런데 그냥 계속 있을 걸 그랬습니다. 일을 끝내고 난 후 찾아오는 허탈감, 긴장이 풀리는 느낌에 하려던 일도 안되고 괜히 헤매다가 잤는데 담날 컨디션이 메롱이었다는.. 역시 뭔가 한 다음에는 재밌게 놀아줘야 피로가 다음으로 안남어가는건데 ㅋ

이런저런 아쉬움이야 남지만 어쨌든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다시 바캠프에 참여하게 되면 그때는 좀 더 준비를 많이해서 매끄럽게 해보렵니다 ^^ 원래 지금쯤 스페인 어딘가를 신나게 달리고 있어야 하지만 뭐 자전거야 어디서 타도 즐거우니 한국에서 사람들이랑 신나게 타고 놀아야죠. 그리고 그만큼 값지게 두달을 보내볼까합니다. 바쁘게 사느라 못해본 것들 해보고,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갖구요.

* 위 사진들은 다른 분들이 찍어 공유해주신 것들이고, 찍히신 분의 허락같은것도 안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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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04 16:00 2007/06/0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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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 2007/06/05 10:53 | DEL
한마디로 말하면 &#8220;역시!&#8221;입니다.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습니다. 물론 시기적인 면도 많은 영향을 주겠지만 지난 1차 때는 Web 2.0이라는 화두와 그를 이용한 다양한 방법론들이 BarCamp...
바리 2007/06/07 18:25 URL EDIT REPLY
이야 재미있었겠어요
지각생 2007/06/08 01:42 URL EDIT REPLY
네 재밌었삼 :) 이런 형식이 맘에 들더라구요. 주제가 다양하니 관심 있는 것도 있고. 겹치거나 내 발표 준비때문에 못들은게 아쉽삼. 그리고, 듣기만 하는 사람이 없고 다 한가지씩 발표한다는 것도 좋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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