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인님과 새벽길님을 지지하는 의미에서 썼기에 일단 트랙백보냄 -_-.
* 프로그램을 짜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단연 "디버깅"이다. 버그 잡기. 인간의 상상과 기획은 아무리 치밀하게 해도 절대 완전할 수 없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계속 부대껴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실제 코드를 짜는 시간은 전체 일정중 작은 비중밖에 차지하지 않고, 또 잘 관리되지 않는 일정은 대개 2배정도 더 걸리기 마련이다.
지도부는 디버깅을 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비전"이랍시고 던지고, 대강의 기획을 던진다. 그럼 그 기획을 세부화, 현실화 하고, 그것을 구현하고, 그것을 디버깅하는 것은 모두 실무자의 몫이다. 이것은 당연히 지도부가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가 소요되는 일이다. 구현이 늦어지거나 미비한 점이 있었다. 그건 지도부와 실무자 모두의 책임이다. 그런데 지도부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노동하고, 책임지는 것은 실무자고, 공을 가져가는 것은 지도부다. 외부 사람들은, 지도부가 잘해서 그런줄 안다. 실제로 그들이 한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가장 웃긴 것은, 지도부도 스스로가 잘해서 그런 줄 안다.
* 버그를 발견해 보고해 주는 사람은 소중하다. F/OSS 는 그런 사람들의 공으로 이루어진다. 근데 버그를 발견했다고 자랑스럽게 떠벌리고 실제 해결엔 기여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이 프로그램 문제 있어, 버그 투성이잖아. (MS의 잘 만들어진 프로그램들에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버그가 많다는거 아실까?) 이거 이거 안돼. 그 사람이 정말 그 버그가 해결되기 바란다면, 구체적인 보고를 개발자에게 보낸다. 이렇게 했더니 이런 출력이 나오고 이런 반응이 나오고... 하지만 오직 스스로를 드러내고자 할 뿐인 사람이라면 "이 프로그램이 이런 문제가 있었어! 내가 찾았지" 기껏해야 두 문장의 선언으로 끝나고 말것이다. 그리고 그 버그 발견자가 그 프로그램에 실제로 "애정"이 있다면 지속적으로 그 버그가 해결되는 과정에 참여할 것이다. 그 사람이 "능력"도 있다면 직접 코드를 개선해서 실험해보고 결과를 사람들과 공유할 것이다.
자, 우리 운동권은 어떤가?
* 실무, 행동 - 실제적인 활동을 하지 않거나, 할 수 없는 사람들은 대개 말이 많아지고 목소리가 커지기 마련이다. 본질을 꿰뚫지 못하거나, 스스로의 경험과 문제 의식에서 출발하지 않거나, 외부에서 주입된 사상을 자신의 주된 생각으로 갖고 있는 사람은 그 말이 어렵고 복잡해지며 길어질 수 밖에 없다. 오직 현란한 말놀이를 할 수 있을뿐, 공허한 외침을 할 수 있을뿐 실제적으로 이 세상을 좋게 만드는데 한뼘도 기여하지 못한다. 스스로도 느낀다. 그러니 더 말이 많아지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그럴때 정말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 말보다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초인"이 아닌 것이 죄(?)다.
* 외부에서 비판하는 사람은 소중하다. 내부에서 절대 발견 못할 버그를 발견해주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 비판이 스스로의 혜안을 돋보이려 하는 건지 정말 그 대상을 아껴서인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비판자가 정말 능력이 있다면 보다 근본적인 진단을 내려 줄것이고, 애정과 능력을 모두 보유하고, 함께 책임도 질 생각까지 있는 사람이라면, 정말 실현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며 지속적으로 관심갖고 검증해 주려 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자신의 시간을 쪼개서 함께 실행해 보기도 할 것이다. 뭐, 그렇다고 자신을 돋보이려 비판하는 사람(정말 좋아져서 문제 삼아질게 없어지면 난감한 사람)조차 특정 단계에선 필요한 존재이긴 하다.
* 중요한 것은 행동이다. 지금 운동권에 "말"이 부족한가? 절대 아니다. 그 많은 제안, 아이디어들을 실현할 수 있는 사람들은 어디 있는가? 직접 뛰어들지 못하면 애정을 갖고 한 번 더 삭힌 다음 정말 실제로 도움되는 게 뭔지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실제로 집행할 수 있는 사람은 적은데 안되는 것으로 뭐라고 하고, 기획도 틀렸다고 한다. 그리고는 자신의 기획(사실 다른건 토씨 몇개밖에 없어보이는데)을 주장한다. 옆에서도 누가 일어나 강변한다. 서로 싸운다. 또 다른 자리에서 누가 일어난다. 한참 싸운다. 결국 끝나고 각자 만족하며 "전망을 찾았다" 얘기한다. 하지만 새로운 건 없고, 그때까지 열심히 일하고 있는 실무자는 스스로 기운을 북돋우며 다시 일을 시작한다. 지금 한국은 "기획"은 과잉이다. 실천력이 부족하다. 그러니 늘 했던거에 기초해 재탕을 할 수 밖에 없지 않나. 기획한 대로 할 수가 없지 않나.
* 내부의 모순(언제나 있었던것)을 외부의 변화로 해결을 모색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걸 "근본적 해결"이라 생각하는것 같다 - 바로 "미국"이 이런식으로 하고 있지 않은가). 주고 받는 말 속에서 모든 것이 이뤄지리라 생각하는 사람들 같다. 지금 당신들이 하고 있는 일이란게 대체 뭔가? 도대체 뭐를 이루어내고 있는가? 좋은 세상이 정말 왔을때 스스로 감당이나 할 수 있으려나? 정말 그들이 고통 없는 세상을 원하는지 - 단지 "고통이 새로워지는" 세상을 원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