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5일, 올 들어 처음 시골집에 갔다.
마당에 핀 꽃을 찍고 있으니, 엄마가 따라다니시며 이건 무슨 꽃, 이건 어떤 꽃,,, 알려주신다.
가끔은 시골집에서 올라오기 싫을 때가 있다.
그러나, 다시 내 일상으로 돌아오면, 시골집은 다시 찾아가야 하는 '의무'가 되고 만다.
봄꽃이 가득 피었을 때 엄마랑 꽃구경을 실컷 하고싶기도 하고,
아니면 여름 장마비가 지겹도록 내릴 때 방 안에서 빗소리 들으며 엄마가 만들어주시는 수제비를 먹고 싶기도 하고,
선선한 가을바람 맞으며 잔디밭을 맨발로 걷다가 간지러우면 그냥 드러누워 책을 읽고싶기도 하다.
흰눈 소복히 쌓인 날 삶은 고구마 먹으며 아빠랑 티격태격해도 좋겠다 싶다.
다시 무엇인가가 내 안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것 같다.
그것들이 내 속에 다 차서, 더 이상 숨을 들이쉴수도 밥을 먹을 수도 없게 되면
난 다시 그것들을 토해내느라 한참동안 웩웩거리겠지.
내 마음 속이 조금만 더 넓었으면 좋겠다.
이런 쓰레기같은 감정 따위는 흔적없이 삼켜버릴 수 있게 말이다. 마치 바다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