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지하철을 타면서, 계단을 올랐더니 아직도 숨이 가쁘다.
돌이켜보니, 3보 이상 구보하지 아니한지 꽤 된 듯하다.
이러다간 조만간 평지도 못 걸어다닐 지경이 될지 모르겠다.
나이 먹어서 가끔 산이라도 오르려면,
어여 체력을 회복해야 겠다.
그런데, 게으른 내가... 무슨 수로...

스물스물 몸 속에 돌아다니던 뜨거운 기운이,,,
어느덧 대열을 형성하고, 마침내는 하나로 똘똘 뭉쳐버리면,,, 참 힘들다.
그 뜨거운 기운을 삭이기 위해,
포도 세 송이를 순식간에 어그적어그적 해치우고,
더러워서 차마 손을 집어넣기조차 찝찝한 쓰레기통 2개를 수세미로 뽀드득 소리나게 닦았다.
결코 위생적이지 않은 걸레를 빨라서 책상을 닦고, 탁자를 닦고,
내친 김에 다른 사람 책상도 닦고,
정수기 옆에 쌓여있는 컵도 닦고,,,
사람들이 참~ 바쁘다. 다들 바쁘다고 한다.
나도 바쁘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바쁜 이유, 즉, 내 일은 '바쁜 사람한테 짬 내달라고 사정하기'라는 거다.
안 되면 그만일터인데,,,난 왜 집착하고 있는 것일까.
모두에게 중요한 일이라고 (나 혼자) 생각하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는 사람들.
나도 남 일은 대수롭게 생각지 않으면서, 또 뜨거운 기운이 한 곳으로 몰려드는 경우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의지박약 흐린날.
월요일부터 끊겠노라고 다짐했던 것(커피, 돼지고기) 중, '담배'를 아직 못 끊고 있다.
'화'도 끊고 싶다. '열'도 끊고 싶다.
차가워지고 싶다. 아예 꽁꽁 얼어버리고 싶다.
어디 강원도 산중 얼음골같은 데 '켁' 묻혀버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