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까지 시골집 입구 아치가 개나리였다. 노오란게 너무 앙증맞았었는데,
올해는 어름넝쿨로 바뀌었다.
처음 봤는데, 너~무 이쁘다.
핫. 울 엄니가 마당에서 나물을 캐고 계신다.
수련회를 다녀왔다. 3월28~29일.
어렵게 어렵게 일정을 맞추었는데, 결국 그만둔 J군은 함께가지 못했다.
6명이 스타렉스타고 강릉⇒주문진⇒대관령⇒용평⇒효석마을에 다녀왔다.
강릉에 도착해 바닷가에 서서 2~3분가량 바다와 수평선을 봤나보다.
다들 "와우~ 바다다!"라고 외쳤고, 정해진 시간이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바다를 일별 후 약속이라도 한듯 다들 차에 올라탔다. "이제 어디로 가지?"
빠듯한 일정에 익숙해져서 하릴없이 노닥거리는 여유는 아예 상상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냥 차 바퀴닿는 곳을 돌다가 서울로 돌아왔다.
연인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바다와 어우러져 참 예쁘게 나왔다.
태어나서 처음 가 본 스키장 꼭대기.
맑은 날씨였지만 꼭대기엔 눈이 많았고, 눈 쌓인 나무도 흐린 하늘도 멋스러웠다.
물론 꼭대기까지는 곤돌라를 타고 올라갔다. 20여분에 걸쳐 1,450m까지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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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봉평 효석마을
이효석 생가와 바로 옆 메밀국수집 곳곳
3월27일 이른아침, 소쇄원에 들렀다.
광주에 살 때 가까운 담양에 자주 갔었고, 이후로도 전라도를 지날 때면 잠깐 스쳐도 참 상쾌했던 기억이다.
특히 소쇄원은 편안하면서도 푸근한 정원이다.
그런데, 내가 나이가 들어서인가, 이번에 소쇄원은 '정적'인 느낌이었다. 멈춰버린, 살아있지 않은 듯한.
그냥 느낌이겠지. 역시 조용해서 좋았다.
그러나 내가 내려갈 때 즈음 관광버스가 몰려왔고 등산복을 입은 사람 뭉텅이가 마구마구 올라왔다.
기묘사화 때 스승인 조광조가 사사되자 홍문관 대사헌으로 있던 소쇄 양산보가 관직을 그만두고 내려와 소쇄원을 지었단다.
들어가는 길. 오곡문이라고 쓰여있다.
제월당 뒤켠에 있는 굴뚝.
제월당 천장.
제월당 옆 담길
저런 공간이 내 거처에 있다면 술이 참 잘 들텐데...
광풍각.
소쇄원 옆길. 담양스러운 대나무들...
소쇄원을 둘러보고 바로 앞에 있는 식당에서 대나무죽통밥을 먹었다. 행복한 순간. 떡갈비를 곁들였다. 물론 술도.
당초 호수를 목적한 바는 없었으나,
지난 주말, 토요일엔 대청호 일요일엔 충주호에 갔다.
한적하게 목적한 바 없이 다니다 각각의 호수에 다다른 것 뿐.
주말이 되기 전, 갑자기 활자를 과식했다.
16일 새벽 2시경 펼친 소설책을 내친 김에 끝까지 보니 5시가 됐고,
사무실에 나와서는 경향신문을 한 면, 한 꼭지 빼놓지 않고 다 읽었더니 2시간 가량 지났다.
오후엔 '남십자성'님이 올린 [32일간의 베트남 종단일기]를 모조리 숙독하기에 이르렀다.
그런 짓을 며칠 하다보니 눈알 속에서 모래알이, 그것도 제법 큰 알갱이가 달그닥거린다고 생각했다.
아니, 달그닥거렸다.
그랬으니, 난 미처 깨닫지 못한 사이 내마음이 잔잔한 호수를 그리워하고 있었을까.
차분한 빛의 물을 보며 눈알을 씻고 왔다.
느닷없이 쌀쌀해졌다며 툴툴거렸는데
하늘은 이미 9월부터 곧 가을이 온다는 눈치를 주고 있었나보다.
하늘 한번 쳐다볼일 없이, 살갖에 닿는 따가운 햇볕만 탓하다
창졸지간에 스산한 가을을 맞았다.
그러나, 가을은 9월에 이미 와 있었나보다.
사진기 정리를 하다가
9월6일 사무실 베란다에서 찍은 사진을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