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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0일 오후에 가덕도에서 일정을 마치고 우리는 을숙도로 갔습니다. 해가 넘어간 뒤 을숙도에서 어두운 물가를 걷고 있으니 도둑게 등 기수역 습지에서 서식하는 게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낙동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을숙도와 인근 모래톱 등의 습지는 수많은 새들의 보금자리입니다. 특히 겨울 철새들이 많이 머무는 곳으로 남한의 주요 철새 도래지 중 가장 많은 종이 찾는 장소이며, 국제적으로도 중요한 철새 서식지입니다. 천연기념물이자 생태계보전지역, 습지보호구역 등 각종 보호법으로 보전해야 하는 장소지만 1987년 하굿둑이 들어서고 부산 서남권 개발 바람이 불며 을숙도의 생태계는 파괴되어 왔습니다. 상당히 개체수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매년 각 종마다 수천마리씩 찾아왔던 철새 무리의 수는 4대강 사업이 진행되며 급속도로 줄어들었습니다. 새들의 먹이가 되던 습지 식물의 군락지가 파괴되었고, 상류로부터 토사 공급이 끊기며 새들의 주요 번식처이자 서식지인 모래톱이 유실되어갔습니다.

 

4대강 사업은 지금도 여전히 강 유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 관련 법인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일명 '친수법')'은 생태적으로 민감한 하천 유역 개발을 위한 법률로 강 유역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에 대한 각종 규제를 면제하고, 사업자에게 강제수용의 권한도 부여합니다. 입법 당시 '수자원공사 특혜법'이라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한국수자원공사는 경제성 부족으로 중단되었던 사업을 다시 가져와서 '친수법'을 근거로 부산시와 함께 추진하기 시작했고, 2016년부터 을숙도에 인접한 강서구 일대에서 '에코델타시티' 개발 사업을 시행합니다. 감사원도 국회 예산처도 사업타당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지만, '에코'라는 이름을 내건 사업은 자연습지를 밀어내고 농민을 몰아낸 뒤 아파트를 짓고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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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인 10월 11일에는 낙동강 상류 지천인 내성천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영주역에서 지율 스님과 만나 내성천 물길을 막아서고 있는 영주댐이 들어서며 수몰된 지역으로 갔습니다. 그 곳에는 제비 무리가 머물고 있는 제비 숙영지가 있었습니다. 떼지어 해뜨는 시간에 맞추어 집을 떠났다가 해지는 시간에 맞추어 돌아온다는 제비를 만나기위해 어둑어둑한 강가에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아직 추운 계절이 시작되지 않아서 흐린 하늘을 나는 제비 무리를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강을 두고 사업을 강행하는 측도, 이를 비판하거나 평가하는 측도 강을 온전히 이해하고 있는 이는 드물다는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여러 지천과 이들이 합류하는 큰 강과 그 유역에서부터 바다까지 연결되어 있는 시스템, 인간을 비롯해 강에 기대어 사는 생명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습니다. 이익을 위해 자연을 파괴하는 일은 명쾌하고 쉽지만, 파괴된 것들을 되돌리는 일은 복잡하고 지난하고 힘듭니다. 언뜻 보아서는 그것을 이해하기 어렵기에 많은 이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도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그 곳을 지키며 기록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는 길을 잃지 않고 함께 연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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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07 19:36 2021/12/07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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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동아시아 에코토피아는 캠프를 꾸리는 대신 그동안 연대 행동을 했던 장소에서 '2021 에코토피아 주말'을 진행했습니다. 10월 10일에는 부산의 가덕도로 갔습니다. 부산 에너지정의행동에서 활동하시는 김현욱 선생님께서 가덕도 구석구석을 안내해주셨습니다. 강아지 탈핵이도 함께했습니다.

 

우리는 대항 전망대에서 만났습니다. 북쪽으로는 가덕도에서 가장 높은 산인 연대봉이 보이고, 남쪽으로는 대항 선착장이 보이는 곳입니다. 화창한 주말을 맞아 가덕도를 찾은 관광객들과 등산객들로 도로는 북적였습니다. 마을 진입로 주변으로는 공사가 한창인 새 건물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올해 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된 이후, 투자 목적으로 많은 건물이 들어서고 있으며, 전년과 비교하여 유입 인구도 급증했다고 합니다.

 

반면 가덕도에서 삶을 이어오고 있던 주민들은 아무런 소통없이 강행되고 있는 신공항 사업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합니다. 대체로 어업과 소규모 농업을 생업으로 삼고 있는 주민들은 보상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이주와 정착이 불가능할 것이고, 무엇보다 지금과 같은 삶을 이어나갈 수 없을 것이기에 공항 건설을 환영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주요시설들이 들어설 장소는 대체로 강제수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특히 활주로 예정지인 외양포 마을 주민들은 더욱 걱정이 크다고 합니다. 백여년 전 가덕도에서 가장 큰 마을이었던 외양포 마을 주민들은 일본군에 의해서 강제이주되었습니다. 일본군 시설로 쓰였던 마을은 해방 이후 국유지화되었고,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은 사실상 최소한의 보상도 기대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사업자에게 전례없이 수많은 특혜를 부여하는 특별법에는 주민 의사를 반영하는 민주적 절차나 주거권에 관련된 내용은 전무하며, 오히려 공항 건설 반대 및 저항 활동에 대한 처벌이 별도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건설 사업으로써의 측면만 보더라도 가덕도 신공항은 타당성이 없는 사업입니다. 2006년 동남권 신공항 계획이 공식화된 이후에 국토부에서 실시한 자체 연구 및 외부 용역 등을 통해 안전성, 시공성, 운영성, 환경성, 경제성 등의 거의 모든 측면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적절하지 않다는 점이 수차례 지적되어 왔습니다.

 

가덕도와 연안 바다는 가덕도 주민들 삶의 터전일 뿐만 아니라, 그들과 복잡하고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많은 생물의 터전입니다. 상괭이의 주요 서식지 한 가운데에 위치한 가덕도 앞 바다에는 2018년 기준, 127마리의 상괭이가 서식하고 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서부산권역 생물 다양성의 보고인 가덕도 일대에는 수달, 솔개 등 많은 멸종위기종과 희귀식물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극상림과 연안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왔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정부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서천 등의 지역에서 파괴된 연안습지를 복원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압도적으로 높은 탄소 흡수량을 자랑하는 연안 해양 생태계를 대규모로 파괴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가덕도의 동쪽편에 위치한 새바지항 언덕에 올라가니 낙동강 하류와 바다가 만나는 지점이 보였습니다. 가덕도에 공항이 들어선다면 바로 옆에 위치한 하구 연안습지와 철새 도래지도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될 것입니다. 복원과 파괴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미래는 무엇일까요.

 

지난달 국회에서는 가덕도 특별법 적용 가능 지역을 확대하자는 개정안이 발의되었습니다. 각 당이 앞다투어 내놓은 개정안에는 신공항 부지 주변 지역 개발을 적극 추진하기 위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지난주 국회에서 확정된 내년 예산 계획에서 가덕도 신공항 사업 예산은 증액되었습니다.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은 매주 목요일에는 서면에서, 매월 첫번째 목요일에는 가덕도 대항마을 대책위 앞에서 공항 건설 저지를 위한 행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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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06 21:47 2021/12/06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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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길로만 다니던 우리들은 박그림 선생님과 누리솔님의 안내를 쫓아 처음으로 설악산 안에 들어가보았습니다. 우리를 처음 맞이한 것은 아프리카돼지열병 차단을 위해 설치되었다는 철망이었습니다. 설악산 전역에 설치된 이 철망으로 인해 산양 등의 야생동물들은 이동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곧 본격적인 가을 등산철이 시작되면 설악산의 몸살도 함께 시작된다고 합니다. 종종 등산객들이 산에 편의 시설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왜 대피소에 샤워실은 없는지, 등산로에 가로등은 없는지 묻곤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국립공원은 유원지가 아니며, 산과 숲은 그 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는 이들의 공간입니다. 우리가 그 경계를 넘어 들어갈 때에는 그 장소를 존중하는 태도를 취해야 마땅합니다. 설악산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케이블카 사업이 완전히 철회되어야 합니다.
 

국립공원이자 천연기념물인 설악산에서 이루어지는 개발사업에 대한 권한을 가진 문화재청은 책임을 다하지 못했지만, 그나마 지방환경청에서는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부동의 의견을 내놓고 다시 보완할 것을 통보했습니다. 하지만 양양군은 설악산이나 해당 사업과 직접적인 관련도 없는 정부부처에 행정심판 등의 요청을 반복하며 사업을 계속 추진하려 합니다. 강원도 역시 케이블카 설치의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으며, 중앙정부도 '그린 뉴딜'을 내세운 산악관광 활성화를 추진하며 사실상 케이블카 사업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주고 있습니다. 
 

신선대에서 바라본 설악산은 아름다웠고, 미끄러운 돌 위를 걷는 것은 힘들고 무서웠습니다. 산 바로 아래에는 리조트와 골프장이 있었고, 멀리 해안가에 영랑호와 청초호가 보였습니다. 90년대 중반에 환경 파괴 우려와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허가를 얻은 리조트 시설은 최근까지도 증축과 신축을 반복하며 사업 영역을 넓혀오고 있습니다. 울산바위를 바라보며 골프를 치는 누군가는, 그 옆 대청봉으로 케이블카가 설치되는 것을 당연하게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설악산이 오르기 힘든 곳으로, 산양을 포함한 여러 생명들의 터전으로, 먼 미래에도 지금 모습 그대로 남아있기를 바랍니다. 설악산 그대로!
 

(사진 : 박그림, 동아시아 에코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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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8 12:38 2021/10/08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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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강원도 속초시에 위치한 영랑호에서는 호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다리와 수면 위 데크길을 조성하는 '생태탐방로 조성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2016년, 2017년 에코토피아 캠프 때와 올림픽 개최지 답사 때 많은 도움을 주셨던 최정화 선생님과 함께 영랑호를 찾아갔습니다. 
 

영랑호는 6000~8000년 전에 형성된 호수로 동해안에서 원형을 잘 보전하고 있는 몇 안되는 자연 석호 중 하나입니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역에서 오랫동안 인간 등의 생물종이 자리를 잡고 삶을 이어왔습니다. 동해안 생물 다양성의 보고인 석호 인근에서 신석기 시대 선사 주거 유적을 발견한 사례가 수차례 있었습니다. 영랑호의 풍부한 습지 생태계는 수많은 철새와 동식물들의 보금자리가 되어왔습니다. 영랑호에서는 지금까지 희귀 철새인 바다 꿩과 아비, 천연기념물인 큰 고니•노랑부리저어새•새매•원앙,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개리•검은머리갈매기• 흰목물떼새•수리부엉이•큰기러기,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흰꼬리수리, 국내 미기록 조류인 버플헤드(Bufflehead) 등이 관찰되었고, 흰뺨검둥오리, 가마우지, 황조롱이, 수달 등이 살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러 생물종의 보금자리이자 지역 주민의 공유지인 영랑호 생태계의 중요성을 이야기해왔으나 아직 석호에 대한 보호 및 보전 제도는 미비한 상태입니다.
 

그런 와중에 속초시는 북부권 개발과 관광 활성화를 명목으로 '생태'라는 이름을 붙힌 영랑호 개발사업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영랑호와 같은 연안습지에 대해 환경영향평가에 준하게 작용하는 '일반해양이용협의서'는 졸속으로 작성되었고, 사업 추진을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시의회 의결도 사후에 진행되었습니다. 공사는 이미 시작되었고, 이달 중으로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영랑호를 지키고자 하는 속초 시민들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통해 타당하지 않은 개발사업을 저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영랑호 일대에는 주민들이 아름다운 호수의 경관을 향유할 수 있는 모든 시설이 이미 갖춰져 있었습니다. 자유롭게 드나들며 호수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산책로, 도로, 자전거 도로 및 휴양을 위한 공간도 충분했습니다. 한 때 주변지역의 무분별한 개발로 오염되었던 영랑호는 30여년에 걸처 500억원이 넘는 사업비를 들여 수질 정화와 복원 사업을 진행하여 지금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굳이 호수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다리와 수변광장 및 조명, 수면 위의 데크길을 조성하여 서식 환경과 경관을 파괴할 이유가 없습니다.
 

인근에 위치한 또 다른 석호인 청초호의 주변을 돌아보며, 영랑호 개발사업 강행의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었습니다. 청초호의 모습은 영랑호와 사뭇 달랐습니다. 자연스러운 호수의 곡선을 잃고 매립과 개발사업으로 직선화된 네모난 호수 주변에는 고층 아파트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습니다. 그중에는 역대 강원 지역 최고의 분양가에 거래되었다는 고급 아파트 건설 현장도 있었습니다. 호수 주변의 습지는 작게 조성된 공원 구역에 흔적만이 남겨져 있었습니다. 속초시가 졸속 절차로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하며 그리고 있는 지역의 미래는 과연 무엇일까요.
 

대단위 개발사업으로 지역 주민 모두의 공용 공간이자 여러 생물종의 서식지인 자연 공간이 생태적 가치를 잃은 공원이 되거나, 특정 건물 단지 거주자를 위해 사적으로 점유되고, 특정 업체를 위해 제한된 관광지가 된 사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당장 우리가 사는 지역의 산과 강 어디에서나 이러한 사례를 쉽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최소한의 절차적 정의마저 무시하는 개발사업은 자연 공간을 이윤 창출을 위한 도구로 활용할 뿐만 아니라, 이 장소에서 앞으로도 살아갈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종들의 권리를 침해합니다. 
 

영랑호는 모두의 공간입니다. 철마다 이 곳을 찾는 많은 철새들, 영랑호 주변에 자리를 잡고 살아가는 여러 동식물들, 이 곳에서 삶의 일부를 보내왔던 주민들 모두를 위해 영랑호를 지금 모습 그대로 지켜내야 합니다. 영랑호를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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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6 18:28 2021/10/06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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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에코토피아 주말 / Ecotopia Weekend : 10월 2일~24일]
올해 10월 주말 동안 에코토피아는 그동안 캠프를 열었거나 함께 연대했던 장소들에서 시간을 보내려 합니다. 지금까지의 변화와 현 상황을 함께 살피고 생각하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하고 서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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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1 11:14 2021/10/01 11:14

브라질 176개 선주민 부족을 대표하는 6천여명은 행정수도 브라질리아에서 8월 22일부터 ‘삶을 위한 투쟁(Luta pela Vida)’ 캠프를 시작했다. 이들은 연방의회 상원 표결을 앞두고 있는 선주민 보호구역 권리 축소 법안의 통과를 저지하고, 보우소나루 정권의 억압에 저항하기 위해 모였다. 

 

법안은 선주민 보호구역 내에서 선주민의 토지 권리를 극도로 축소하고, 보호구역을 상업, 농업, 광업 및 발전소 건설 등의 사업에 개방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는 그 동안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던 개발동의 절차 조차도 면제하여 사실상 선주민의 모든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브라질 전역의 85만 선주민은 이 법이 1988년 10월 5일 개정된 헌법 231조가 보장하는 선주민의 토지권리를 침해한다고 말한다. 문제의 법안은 헌법 공표일 이전부터 선주민이 해당 토지에 거주했음이 입증되어야만 토지 점유를 인정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군부의 토지 몰수로 많은 선주민들이 자신의 땅에서 강제이주되어 쫓겨난 상태였다. 여전히 많은 선주민 부족들은 척박한 이주지에서 삶을 근근히 이어가고 있으며, 조상 대대로 살았던 원래의 땅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이에 선주민 연합은 해당 법률에 대한 위헌 소송을 청구했다. 대법원의 판결은 몇 차례 연기되어 9월 8일(현지시각)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전에도 심각한 수준이던 브라질의 삼림 파괴 및 땅뺏기는 2019년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취임 이후 더욱 악화되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브라질의 광활한 땅을 소수의 선주민들이 차지하고 있어서 농업 발전과 경제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말해왔다. 현 정권은 경제개발을 내세워 개발사업을 장려하고 각종 규제를 완화해왔다. 그 결과 2020년에서 2021년까지 이루어진 삼림 파괴는 9년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반면 매년 환경범죄로 처벌받는 건수는 보우소나루 집권 이전과 비교하여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공격적으로 확대된 광산 개발사업으로 많은 선주민 공동체가 고통받고 있다. 광산 개발은 플랜테이션 농축산업, 벌목과 함께 열대우림 파괴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사업자들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서 폭력적인 땅뺏기를 자행하며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강과 숲, 사람의 생명과 삶을 파괴한다. 

 

감염의 확산을 막기 위해 캠프 주최 측은 각지에서 대표단이 도착한 캠프 첫 날에는 감염 확인 검사를 실시하였고, 강화된 보건 지침을 적용하고 있다. 선주민 전문가와 브라질 보건협회, 브라질리아 대학 선주민 보건 클리닉, 브라질리아 대학병원 등이 이를 지원하고 있다. 캠프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공식회의의 명칭은 ‘오권(The Five Powers)’이다. 여기서는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민중, 영적 권한이 처한 현 상황을 논의한다. 브라질 선주민 연합(Apib)등 캠프 주최 측은 공동성명을 통해 “보우소나루의 대량학살 행위에 동참한 각국 정부들, 그리고 이 협력체로부터 이익을 얻는 모든 기업들과 맞서는 투쟁을 목적으로 한다.”고 분명히 말하며, 아마존 파괴와 선주민 권리 침해에 대해 책임이 있는 기업들의 목록을 열거했다. 이 목록의 상단부에는 금융자본 블랙스톤(Blackstone), 농산물 대기업 카길(Cargill) 등이 포함되어 있다. 아래 인용문은 캠프의 여러 회견, 워크숍, 회의 등에서의 발언 중 일부다.

 

“카길 등의 기업과 그들의 관행은 근본적으로 인종차별적이다. 치즈버거 하나를 팔아치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선주민과 흑인들의 피가 뿌려지는지 알게 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게 될 것이다.”
“선주민의 땅에서 나는 목재, 기름, 광물, 농산물과 축산물은 모두 선주민의 피나 다름없다.”
“우리는 악이 무엇인지 안다. 악은 우리 땅을 침범하는 농산물 기업이다.”
“정부는 아무런 고통을 감내하지 않는다. 우리가 바로 고통받는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싸우러 이 곳에 왔다.”
“이 법안은 브라질 선주민 공동체와 아마존 열대우림 전체에 대한 사형 선고이자, 절멸 선언이다.”
“이 법안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은 역사상 가장 중요한 판결이 될 것이다. 선주민의 투쟁은 인류의 미래를 위한 투쟁이다.”

 

해당 법안 이외에도 브라질 정부는 개발사업을 위한 수십가지의 정책과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돌이킬 수 없는 생태계 붕괴가 시작될 임계점은 멀지 않았다. 아마존 삼림의 18%는 이미 파괴되었다. 과학자들은 삼림의 20~25%가 파괴되고 나면, 아마존의 기후가 사바나 기후로 급격히 변화하기 시작할 것이며 남미 대륙 전체에서 심각한 가뭄과 치명적인 탄소 배출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동아시아 에코토피아는 삶을 위한 투쟁을 지지한다.
동아시아 에코토피아는 명백히 조직적이고 의도적으로 선주민의 땅과 모두의 미래를 착취하는 브라질 정부를 비롯한 각국 정부 협력체와 기업들에 대한 강력한 문제제기에 동의하며, 브라질 동지들의 투쟁에 함께 연대한다.

 

2021년 9월
동아시아 에코토피아

 

브라질 선주민 연합의 삶을 위한 투쟁 선언문(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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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3 13:49 2021/09/03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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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4일에 가덕도 신공항 건설 예정지에서 부산기후용사대, 부산에너지정의행동, 을숙도 철새지킴이, 핫핑크돌핀스와 함께 답사 및 공항 건설 반대 행동을 했습니다.


뉴스를 통해 가덕도에 공항이 들어설 예정이고, 심각한 환경 파괴가 예상된다는 정보만 알고 있었습니다. 막상 와보니 이 곳 역시 사람이 사는 곳이고, 여기에도 바다가 있고, 숲이 있고, 자연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누군가는 그냥 자료와 지도를 보고 여기를 공항 예정지로 결정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가덕도와 바다에 사람과 여러 생명들이 살아가며 만들어온 흔적과 기억들은 그 누군가가 쉽게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가덕도를 파괴해서는 안됩니다. 또 새로운 공항 자체가 어느 곳에서도 더 이상 만들어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아래 링크는 핫핑크돌핀스에서 발표한 성명문입니다.

http://hotpinkdolphins.org/?p=24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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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7 15:01 2021/04/2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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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세계 여성의 날입니다.
연대와 공동행동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많은 이들의 삶이 움츠러 들었지만, 차별과 폭력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지금 당장 차별과 폭력을 멈출 것을 요구합니다.
더 이상 단 한 명도 잃을 수 없습니다. 이제는 우리 곁에 없는 이들을 기억하며, 손을 맞잡고 분노하고 함께 싸우고 서로를 보듬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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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8 14:20 2021/03/0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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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첫째 날 밤섬이 보이는 한강변에서 평화의 섬 제주와 연대하는 새해맞이 생명평화 백배를 했습니다.


한강의 주요 습지 중 하나인 밤섬은 1968년에 군사독재정권의 한강개발계획에 따라 원주민들은 이주되고 섬은 폭파된 곳입니다. 파괴적인 개발 사업과 군사화에 맞서는 제주의 친구들과 땅과 바다를 생각하며 한 해를 시작했습니다. 백배를 하는 동안 해가 떠올라 하늘과 강, 밤섬과 도시를 밝게 비추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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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1 17:39 2021/01/01 17:39

인천 서구에 위치한 수도권 매립지는 국내 발생 쓰레기의 30% 가량을 처리하고 있다. 수도권 매립지의 사용 기한은 2025년 5월에 종료될 예정이다. 이 지역에는 매립지 뿐만 아니라 대규모 폐기물 처리 시설들이 밀집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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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건설, 사업폐기물을 처리하는 400여개의 업체들로 쉴새없이 대형트럭들이 드나들고 있었다. 여기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 인근에 위치한 사월마을 주민들은 2017년부터 주민들의 건강과 주변 환경 역학관계조사를 정부에 요구했었다. 2년여에 걸친 조사 끝에 작년 11월 환경부는 52세대, 125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사월마을이 사람이 살기에 적합한 주거환경이 아니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 발표에 따르면 주민 중 12%가 암에 걸린 상태라고 한다. 그러나 오염원과의 인과관계는 명확하게 인정하지 않았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부평에 있는 한 폐기물 업체의 사업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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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에는 아파트 단지가 많았고 맞은 편에는 중고차 매매단지가 위치해 있었다. 넓은 공터에 많은 차들이 주차된 가운데 높은 펜스가 쳐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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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옆에는 폐허가 된 건물이 있었고 펜스가 쳐진 공간에서부터 이 건물까지 각종 폐기물이 높게 쌓여있었다. 해당 업체는 2015년부터 1만8천톤의 건설폐기물을 방치하고 있다. 업자는 2017년에 고발되어 2018년 11월에 구속되었으나 압류할 재산이 없어서 폐기물을 얼마 처리하지 못했다. 업체가 처리한 양은 2천300여톤에 불과하고, 업체의 방치폐기물처리이행보증 보험금으로는 고작 635톤만을 치울 수 있었다. 장마철마다 침출수가 흘러나오고 주민들의 민원이 이어지고 있으나 수십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처리 비용 때문에 계속 방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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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쓰레기산 위로는 풀들이 높게 자라 언뜻 보아서는 야산인지 쓰레기 더미인지 알 수가 없는 지경이었다.


쓰레기 문제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때, 주로 이야기되는 것은 생활폐기물이다. 점차 증가하고 있는 생활폐기물 역시 중대한 문제지만 상대적으로 많이 언급되지 않는 건설폐기물과 사업폐기물의 양도 무시할 수 없다. 2019년 수도권 매립지 반입량 기준으로 생활폐기물의 비중이 18.9%인데 반해 건설폐기물은 49.78%, 사업장폐기물은 30%에 이른다. 최근 확인된 무단 투기 폐기물 중 79.9%가 건설폐기물이다. 리모델링 공사 등으로 발생되는 5톤 이하의 건설폐기물은 생활폐기물로 분류된다. 정부도 이러한 소규모 건설폐기물이 무단 투기 폐기물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건설폐기물은 민간업체가 수익성 높은 자재만을 선별해 수거하고 나머지는 방치되는 경우가 많아서 아예 폐기물 처리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다. 통계에 포함되는 건설폐기물의 경우, 재활용률이 매우 높다고는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재활용’이 무엇인지도 보아야 한다. 현재 폐기물 재활용의 주요 방법으로 사용되는 재활용 시멘트와 순환 골재에 포함된 유해물질의 문제,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추가 오염의 문제 등도 심각한 상황이다. 긍정적으로 조명되고 있는 시멘트 소성로를 통한 폐기물 처리 방식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 방식은 의성의 쓰레기산을 비롯해 최근 가시화된 대형 쓰레기산의 처리 방법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시멘트 업체들은 폐기물 처리 명목으로 환경부로부터 배출가스 특혜를 누리고 있다. 전국 오염물질 배출 다량 사업장 상위 20개 중에 이와 같은 시멘트 공장이 8개 포함되어 있다. 측정기로 확인된 사업장 배출 총 대기오염 중 22%가 이 공장들의 몫이다. 환경부와 시멘트 업체는 폐기물 처리 과정에 유해한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고 거듭 이야기하지만 이들 공장에서 측정기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굴뚝으로 불법 분진을 다량 분출하고 있음이 여러차례 확인된 바 있다. 시멘트 산업은 그 자체로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인 동시에 생산 과정에서 환경 파괴와 생산지 주민들의 피해를 만들어내고, 버려지는 과정에서도 엄청난 환경 부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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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위기 상황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일회용품과 소비 생활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있는 만큼, 전국에서 이루어지는 새로운 건설 사업과 재개발 사업을 폐기물 문제의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보자. 우리는 과연 필요한 만큼 짓고 있는가? 무엇을 지을 때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지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는가? 한 번 지은 것을 소중히 여기고 세심하게 관리하여 여기에 투입된 자원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는가? 그 안에 깃들어 살고 있는 사람들의 존재도 귀하게 여겨지고 있는가? 우리 주변 곳곳에서 이 질문에 대한 대답들을 찾을 수 있다. 산, 강, 바다, 농지, 마을, 도시 할 것 없이 쉴새없이 오가는 공사 차량과 타워크레인으로 빼곡하고, 지은지 수십년도 되지 않은 곳에서 사람들은 쫓겨나고, 소수의 수익 사업을 위해 누군가의 서식지는 언제까지 활용될지도 알 수 없는 건설사업으로 뒤덥히고 있다. 생활폐기물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개개인의 소비와 폐기에 대한 인식만을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소비재 생산과 유통으로 이익을 얻는 기업들에게 문제 해결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은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다. 이와 같은 관점을 적용하여 건설 사업으로, 재개발 사업으로, 대규모 토목 사업으로, 부동산 사업으로 이익을 얻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겪고 있는 이 문제에 대해 물어본다면 또 다른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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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7 11:06 2020/12/27 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