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시아 에코토피아는 매년 환경파괴에 맞서는 투쟁과 연대하는 캠프를 꾸립니다. 
블로그를 운영하기 시작한 2018년 이전의 캠프 소식과 2015~2024년의 자료집을 차례차례 정리해서 공유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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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행동과 연대하는 2016년의 캠프는 9월 말 강원도 양양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캠프를 앞두고 나흘동안 진행된 바이크투어 참가자들은 자전거를 타고 산길을 구비구비 지나 홍천과 인제를 거쳐 양양으로 향해 갔습니다. 3일 동안의 캠프에서 숲 스케치, 초보 아크로바틱 등 참가자들이 자율적으로 꾸린 여러 워크숍이 진행되었고, 설악산과 케이블카 사업에 대한 정보를 담은 자료집을 함께 읽었습니다. 케이블카 하부 정류장 예정지인 오색지구에서 피켓팅도 진행했습니다.

 

설악산 국립공원의 중심부인 오색-대청봉 탐방로 인근으로 케이블카를 건설하려는 시도는 1980년대부터 반복되어 왔습니다. 2010년 자연공원법 개정으로 케이블카 최장 거리 제한이 완화되고, 2014년에서 2015년 사이 평창올림픽 개최를 명목으로 산림규제완화 정책과 산림 민영화 정책이 본격 추진되며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은 또다시 고개를 들었습니다. 캠프 개최 얼마 전에 환경영향평가가 실시되었고, 전국 산악 지역에 우후죽순 케이블카 사업이 추진되기 시작했습니다. 캠프 참가자들은 설악산과 함께 연대할 방안을 의논하고, 다른 지역의 케이블카 사업 반대 행동과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궁리했습니다. 캠프에서의 논의를 바탕으로 2017년 초 전북 진안 마이산 케이블카 사업 반대 행동과 연대하는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마이산 케이블카 사업은 2015년부터 추진되었으나 주민들의 강력한 저항으로 2020년에 마침내 백지화되었습니다.


* 2016년 캠프 자료집 '설악산과 우리의 서식지' pdf로 읽기 
* 자료집의 내용은 캠프 당시의 시점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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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10 10:30 2025/05/1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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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신공항 건설을 막아내기 위해 국토교통부, 환경부 청사 앞에서 진행되던 천막농성은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부동의를 촉구하기 위해 올해 4월부터 전북지방환경청 앞으로 옮겨져 진행되고 있습니다. 농성이 1188일차를 맞은 어제(5월 8일), 에코토피아는 농성장에서 한나절을 함께했습니다. 

 

신공항 예정 부지는 미 공군기지인 군산공항에서 불과 1.3km 떨어진 거리에 있습니다. 그간 신공항이 확장된 군사기지로 활용될 것이 우려된다는 문제제기와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들이 수차례 제시되었으나, 최소한의 경제성도 확보되지 않은 신공항 사업은 2019년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으로 선정되며 다시 적극 추진되기 시작했습니다. 새만금 사업이 진행되며 우리 삶의 터전인 만경강 동진강 하구 연안 갯벌의 상당수를 잃었지만 남아있는 습지에는 여전히 많은 생명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신공항 예정지 인근에는 법정보호종이 최소 59종, 멸종위기종이 27종 서식하고 있으며, 도래하는 철새들만 20만 마리 넘게 확인되었습니다. 

 

2022년 9월 국민소송인단이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제기한 '새만금 신공항 기본계획 취소 소송'은 다음주 목요일, 5월 15일에 1심 선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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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09 15:15 2025/05/09 15:15

* 동아시아 에코토피아는 매년 환경파괴에 맞서는 투쟁과 연대하는 캠프를 꾸립니다. 
블로그를 운영하기 시작한 2018년 이전의 캠프 소식과 2015~2024년의 자료집을 차례차례 정리해서 공유하려 합니다.

 

주행중 자전거 뒷모습 / 자전거 도로에 6대의 자전거가 주행중인 모습을 뒤에서 찍은 사진이다. 자전거 도로 양 옆으로는 풀밭과 농경지가 있고 더 멀리는 산이 보인다. 도로 왼편에는 울타리가 세워져 있다. 자전거를 탄 사람들은 가벼운 여름 옷차림이며 자전거마다 많은 짐이 실려있다. 하늘에는 구름이 조금 껴 있지만 햇살이 강렬하다.

 

회색 옷 가운데에 흑백 그림이 있는 사진이다. 그림 속 수달은 강변 모레사장에 서서 한쪽 앞발로 나뭇가지에 묶은 낡은 천 깃발을 들고 있다. 깃발에는 '흘러라 내성천'이라고 적혀있다.

 

강을 찍은 사진이다. 굽이쳐 흐르는 얕은 강 오른편으로는 넓은 모래사장이 있고 왼편으로는 나무와 풀이 우거진 산이 있다. 뒤로는 맑은 하늘이 보인다.

 

강 한쪽편에서 공사중인 댐을 찍은 사진이다. 강을 가로 막고 있는 대형댐이 거의 완성되어 있고 강 너머에는 흙이 드러난 가파른 사면과 뒤쪽 산이 보인다.

 

밤에 큰 텐트 두 동이 세워져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다. 왼쪽 텐트에는 불이 켜져있고 안에 앉아있는 몇몇 사람들이 보인다. 큰 텐트들 뒤편으로는 작은 텐트가 세워져있다. 텐트 앞쪽에는 나무와 자전거가 보인다.

 

넓은 바위 위에 다섯 개의 바구니가 올라가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다. 칡넝쿨로 만든 바구니는 제각각 다른 크기와 모양이며 두 바구니 안에는 작은 돌 몇 개가 들어가있다. 바위 옆에 두 사람 바구니를 향해 서 있고, 그 중 한 사람은 가운데 놓인 바구니를 손으로 만지고 있다.

 

맑고 얕은 강물에 누워있는 어린이를 찍은 사진이다. 강 바닥에는 고운 모레가 있고 그림자가 반쯤 드리워져있다. 어린이는 편안한 자세로 강물에 누워 얼굴 위쪽이 수면에 드러나있고 눈을 감고 있다.

 

2015년의 연대 캠프는 8월 말에 내성천 강변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실크스크린 판화로 제작한 티셔츠를 판매하여 진행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했습니다. 캠프를 자세히 소개하고 어떻게 참가할지 고민되는 부분을 함께 의논하는 준비 모임도 가졌습니다. 캠프를 앞두고 나흘동안 바이크투어가 진행되어 자전거로 캠프 장소까지 함께 이동했습니다.


3일 동안의 캠프에서 칡넝쿨 바구니 만들기, 자전거 자가 정비 등 서로의 기술을 공유하는 워크숍이 진행되었습니다. 4대강 사업과 영주댐 건설, 자연하천 개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자료집도 함께 읽었습니다.낙동강 유역 4대강 사업 현장을 계속해서 모니터링하고 내성천을 지키기 위한 활동을 이어가는 지율 스님이 캠프 참가자들을 맞이하여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수몰 예정 지역을 함께 돌아보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준공이 멀지 않은 영주댐 공사는 거의 막바지에 다다라 있었지만, 넓은 내성천에 맑은 강물은 아직 흐르고 있었고 고운 모래도 여전했습니다. 강이 흐르는 한 강을 지키기 위한 움직임도 멈추지 않습니다. 참가자들은 캠프 이후에 이어갈 활동과 계획을 함께 고민했습니다. 

 

* 2015년 캠프 자료집 '모래강 내성천과 강의 이야기' pdf로 읽기
* 자료집의 내용은 캠프 당시의 시점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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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30 21:18 2025/04/30 21:18

* 동아시아 에코토피아는 매년 환경파괴에 맞서는 투쟁과 연대하는 캠프를 꾸립니다. 
블로그를 운영하기 시작한 2018년 이전의 캠프 소식과 2015~2024년의 자료집을 차례차례 정리해서 공유하려 합니다.
 

해질녘의 넓은 강 유역에서 약 7명의 사람들이 걷고 있는 장면의 사진이다. 물의 깊이는 정강이 중간쯤까지 오고, 사람들은 저마다 바지를 무릎 위로 걷어올려 신발을 들고 있거나 어린이들과 손을 잡고 있다. 강 옆으로 모래톱과 낮은 산자락이 보인다.

 

작은 흙화덕을 찍은 사진이다. 자갈과 흙이 있는 바닥에 진흙, 나뭇가지, 돌 등으로 반원형의 화덕이 만들어져있고 그 위에는 금속 볼이 놓여있다. 화덕 입구는 큰 돌로 막혀있고 연기가 피어오른다.

 

모래사장 위에 맨발의 사람들이 둘러서 있고 가운데에 손가락으로 모래에 쓴 '에코토피아 내년에 만나요'라는 문구가 적혀있는 장면의 사진이다.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주체들이 꾸리는 연대 캠프의 일종인 에코토피아 캠프는 주로 환경파괴에 맞서는 투쟁과 연대하기 위하여 구성됩니다. 에코토피아 캠프에 참가하거나 함께 준비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서 매년 캠프를 주최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4년 준비 캠프를 꾸렸습니다. 


4대강 사업으로 전국 주요 강에서 대규모 준설과 댐 건설이 추진되며 강 생태계가 심각하게 파괴되고 있는 와중에, 모래강 내성천을 지키는 활동과 연대하는 캠프가 열렸습니다. 캠프에 앞서 서울에서 영주까지 자전거로 이동하는 바이크투어가 진행되었습니다. 다양한 자전거 경험을 가진 참가자들이 천천히 서로에게 맞추어가며 내성천으로 향해 갔습니다.
 

부드럽고 깊은 모래층이 아직 남아있던 내성천 강가를 걸으니 발가락 사이로 부드럽게 흐르는 물과 고운 모래가 느껴졌습니다. 강변에서 3일에 걸쳐 진행된 캠프 동안 서로의 기술과 경험을 나누었습니다. 강을 지키기 위한 한 평 사기 운동으로 조성된 사과밭에서 사과를 수확했고, 캠프 이후 잼으로 만들어 판매하여 조성한 금액은 두번째 한 평 사기에 보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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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22 15:49 2025/04/22 15:49

강변 난간 앞에서 다섯 사람이 손에 저마다 배너나 쿠피예를 들고 서 있다. 배너에는 군사기지와 침략에 반대하고 팔레스타인에 해방을 요구하는 메시지들이 글과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다. 뒤로는 밤섬과 여의도 빌딩의 모습이 보인다.

 

한강의 북쪽편에서 밤섬을 바라보고 제주,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생명평화 백배를 하며 2025년의 첫번째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어둡던 강가가 서서히 밝아오는 동안, 누구나 평온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는 날을 위해 점령과 폭력을 멈추려 고군분투하는 모두의 노고를 생각했습니다. 

 

접시에 납작하고 네모난 디저트가 담겨 있다. 옆에는 시럽 병이 있고, 아래에는 '에코토피아에서 보내주셨어요. 시럽 뿌려요. 팔레스타인 디저트! 크나파'라고 적힌 종이가 놓여있다.

 

백배를 마친 뒤, 팔레스타인 차와 디저트인 크나파, 그리고 떡만두국을 나누어먹었습니다. 강정의 친구들도 멀리서 같은 음식을 나누어먹었습니다. 새해를 맞이한 모두에게 연대의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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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01 11:58 2025/01/01 11:58

해돋이 사진을 배경으로 다음 문구가 적혀있다. '제주와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위한 새해맞이 생명평화 백배. 2025년 1월 1일 수요일 아침 7시. 제주, 강정천 멧부리. 서울, 밤섬 북측 한강변' 문구는 초록색과 빨간색, 흰색 글씨로 적혀있다. 화면 맨 아래에는 주먹을 든 섬, 돌고래, 꽃 모양의 그림이 배열되어 있다.


제주 강정마을에서는 매년 새해 첫날에 강정천 끝자락 멧부리에서 범섬을 바라보며 평화를 기원하는 백배를 합니다. 서울에서도 한강변에서 밤섬을 바라보고, 제주와 팔레스타인에 하루 빨리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며 백배를 합니다.


강정 앞바다 범섬 일대는 제주연안연산호군락지로 지정된 보호구역이지만 군사기지건설로 계속 훼손되어가고 있습니다. 한강의 주요 습지 중 하나인 밤섬은 1968년에 군사독재정권의 한강개발계획에 따라 원주민들이 이주되고 섬은 폭파되었습니다. 우리는 범섬과 밤섬을 바라보며 개발 앞에 파괴되고 군사화되어가고 있는 땅과 바다를 생각하고, 팔레스타인에 정의로운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며 2025년의 첫 해를 맞이합니다.


서울 지역에서는 지하철 6호선 상수역 4번 출구에서 아침 6시 40분에 만나 한강으로 이동해서 7시 무렵 백배를 시작합니다. 바닥에 깔 돗자리나 매트를 챙겨주시고, 비치할 피켓이나 배너가 있다면 가져오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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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3 18:28 2024/12/23 18:28

3일 동안의 캠프가 끝나는 9월 21일에는 이른 새벽부터 거센 비바람이 불어왔습니다. 머문 자리를 정리하고 각자 짐을 꾸린 뒤, 창문을 흔드는 바람 소리를 들으며 닫는 회의를 가졌습니다. 각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나눈 뒤, 거제씨월드를 향해 이동했고 거제 지역 활동가분들과 함께 피켓팅을 시작했습니다.

 

커다란 돌고래 조형물 옆으로 작은 간이 테이블이 놓여있다. 테이블 좌우에는 골판지로 만든 피켓이 놓여있다. 피켓에는 돌고래 그림과 함께 '돌고래를 바다로, 지난 9월 8일 거제씨월드에서 아기돌고래가 죽었습니다. 좁고 얕은 수조에 갇혀 쉬는 날 없이 공연 중입니다. 그 결과 거제씨월드 개장 이래 15번째 돌고래가 죽었습니다. 함께 추모해주세요. 헌화와 메시지를 남겨주세요'라고 적혀있다. 테이블 위에는 영정사진 형태의 돌고래 그림, 꽃들, 사망 돌고래 명단이 올려져 있고, 테이블 앞면에는 '거제씨월드 사망 돌고래 추모 공간'이라고 적힌 골판지가 붙어있다.

 

 

테이블 위에 놓인 큰 종이에 한 사람이 몸을 기울여 메시지를 쓰고 있다. 농이에는 다른 사람들이 쓴 메시지들이 있다. 옆에는 꽃들이 놓여 있고, 바로 앞에는 사망 돌고래 명단이 놓여있다.

 

9월 8일에 거제씨월드에서는 태어난 지 열흘 가량 된 새끼 큰돌고래가 사망했습니다. 올해 들어 벌써 세 번째, 거제씨월드가 문을 연 이래로 15번째 죽음이었습니다. 9월 18일에는 지역 모임 ‘통영 비건’에서 거제씨월드 사망 돌고래 추모 집회를 열어 추모 공간을 운영했습니다. 18일에 만났던 통영 분들은 19일의 캠프 일정에도 함께하셨습니다.

 

시설물 계단 벽면 쪽에 10여명의 사람들이 "돌고래를 바다로, 죽음의 쇼 중단하라, 15번째 죽음 더이상 안돼, 기후위기 이미 도착한 미래, 돌고래 좋아하시죠 보내주세요'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과 배너를 들고 서 있다.  계단 쪽에서 우산을 쓴 가족들이 피켓과 배너를 든 사람들을 쳐다보며 지나간다.

 

궂은 날씨에도 많은 관람객들이 거제씨월드를 방문하고 있었습니다. 아쿠아리움 앞 피켓팅에 처음 와 본 한 참가자는 생각보다 시설의 규모가 너무나 작다며, 이 안에서 10마리의 고래류가 살고 있다는 사실이 참담하다고 말했고, 관람료가 이렇게 비쌀 줄 몰랐다는 이야기도 덧붙였습니다. 

 

거제씨월드 앞 계단에서 10명의 사람들이 "돌고래를 바다로, 죽음의 쇼 중단하라, 15번째 죽음 더이상 안돼, 기후위기 이미 도착한 미래, 돌고래 좋아하시죠 보내주세요'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과 배너를 들고 서거나 앉아서 주먹을 들거나 팔을 뻗고 있다

 

사육시설의 중대 과실로 인한 동물의 폐사, 시설 내 번식 등을 통한 고래목 동물의 신규 개체 보유 등 야생생물보호법과 동물원수족관법 위반 사항이 명백한데도 거제시나 경상남도, 환경부나 해수부 그 어디에서도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거제씨월드는 거제시로부터 시유지를 장기간 무상임대하여 고래를 감금하고 학대하며 이윤을 얻고 있는데 행정기관들은 이를 사실상 묵인하고 있는 셈입니다. 우리는 관람객들에게 고래가 그들의 집인 바다로 돌아가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함께할 것을 호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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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1 15:02 2024/10/11 15:02

9월 19일, 거제 남방동사리 책방을 거점으로 하여 3일 동안의 캠프가 시작되었습니다.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새롭게 합류하는 사람들을 기다리며 참가자가 준비해온 게임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이후 점심을 먹으며 여는 회의를 가지고, 14명의 참가자들과 함께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 분들의 안내로 골프장 사업 예정지 답사를 시작했습니다.

 

둥근 탁자 주변에 다섯 명의 사람들이 둘러 앉아 세 가지 종류의 카드로 게임을 하고 있다.

 

햇살이 비추는 우거진 숲 속 비탈을 10여명의 사람들이 걸어 올라간다.

 

노자산과 가라산 일대 369만㎡ 면적에 걸쳐 27홀 규모의 골프장을 포함한 리조트 등을 조성하는 거제남부관광단지 사업은 2016년 경동건설과 거제시가 추진하기 시작하여 이후 전략환경영향평가를 거쳐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업 진행의 주요 근거가 되는 환경영향평가서는 사업 예정지 일대의 생태적 가치를 실제보다 낮게 평가했고, 멸종위기종과 법정보호종의 존재를 누락했습니다. 엉터리 환경영향평가를 바로잡기 위해 시민들은 수년 동안 자체 조사를 통해 50여 법정보호종의 서식을 확인했습니다. 이러한 조사 결과를 근거로 문화재청, 환경부, 시청과 도청에 사업 보류와 재조사를 요구했습니다. 또한 평가서 거짓 작성에 대한 고발이 이루어져 2023년 12월에 부산지방법원에서 해당 업체에 대한 1천만원의 벌금형이 확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재판이 한창 진행되던 작년 6월과 12월에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문제의 환경영향평가를 조건부로 통과시켰고, 사업은 강행 추진되고 있습니다. 환경적 타당성은 물론 절차적 타당성도 확보하지 못한 개발사업에 맞서서 노자산과 거제의 미래를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은 관광단지 지정을 무효화하기 위한 소송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환경영향평가제도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개정을 추진하는 공동행동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능선이 이어지는 산이 내려다보인다. 산 중턱에는 길고 좁은 도로가 나 있고 정상부에는 구름이 걸쳐 있다.

 

산 아래 마을과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바다에는 크고 작은 많은 섬들이 있다.

 

100만평 숲을 밀고 골프장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듣기는 했지만, 실제 가라산 능선에 올라 바라본 사업 예정지의 규모는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넓었습니다. 노자산과 가라산 사이 마을을 연결하는 도로가 보였는데 도로 위 산 정상부근을 포함하여 율포고개 바로 앞 봉우리까지가 관광단지에 포함된 곳이라고 합니다.

 

높이 솟은 바위에 12명의 사람들이 서 있다. 사람들은 주먹을 쥐거나 손을 앞으로 펼치고 있으며, '노자산 100만평 골프장 반대, 우리 함께 살아요, 팔색조의 고향 노자산을 지켜라' 등의 문구가 적힌 다양한 현수막을 들고 있다.

 

골프장 사업 허가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기 전에는 해발고도 550m가 넘는 가라산과 노자산 정상부 근처에 골프장을 지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1980년대 후반에 올림픽 개최를 거치며 골프장 인허가 관련 제도가 크게 변화되어 전국에서 골프장 건설 붐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2천년대 초반 또다시 대대적으로 골프장 건설 규제가 완화되고 이전에는 골프장을 지을 수 없었던 농경지나 높은 산지에서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각 시도별 임야 대비 면적 상한제가 폐지되며 골프장 공사에 맞서 땅과 숲을 지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 되었습니다. 

 

미군과 국군의 골프 시설을 제외하고도 전국 골프장의 수는 522개에 이르며, 골프장이 차지하고 있는 땅은 전체 체육시설의 90%에 달합니다. 체육 종목으로서 골프는 연중 온난한 기온 범위와 고른 강수량이 유지되고 한지성 잔디가 분포하는 일부 특정 지역에서만 가능한 스포츠입니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해 남부 아시아 등 기후적 여건이 전혀 부합하지 않은 여러 지역에서 골프장 개발이 추진되며 기존 주민의 땅과 삶을 빼앗고 여러 생물의 서식지를 돌이킬 수 없이 파괴하며 녹색 황무지를 확장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숲이 우거진 사이에 13명의 사람들이'노자산 100만평 골프장 반대, 우리 함께 살아요' 등의 문구가 적힌 다양한 현수막을 들고 서거나 앉아있다.

 

거제도의 마지막 원시림인 노자산에는 세계 유일의 팔색조 번식지 보호구역인 학동 동백숲이 위치해있습니다. 팔색조는 정부가 지정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야생생물이며, 국제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환경영향평가서에는 팔색조의 존재가 지워졌지만, 2019년부터 5년 동안 시민행동의 자체조사로 37개의 팔색조 둥지가 확인되었고, 국가유산청이 실시한 현지 조사에서도 6개의 둥지가 공식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가라산에서 내려온 다음 우리가 향해 간 곳은 팔색조 두 쌍이 한 바위 위에 두 개의 둥지를 튼 곳입니다. 이런 쌍둥지는 국내에서 최초로 발견되었으며 세계적으로도 사례를 찾기 어렵다고 합니다. 

 

노자산에는 팔색조 뿐만 아니라 긴꼬리딱새, 거제외줄달팽이, 거제도롱뇽, 대흥란 등의 보호종이 살고 있습니다. 유일하게 환경영향평가서에 기록된 보호종인 대흥란은 토양 균류와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난초의 일종으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노자산에서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종의 특성상 다른 서식지로 이식이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지고, 실제 이식을 한 참고 사례도 하나 없는데도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불가피할 경우’ 다른 곳으로 이식하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개발의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사업자측은 올해 여름에 비공개로 이식 작업을 진행했고, 기존의 서식지는 심각하게 훼손되고 말았습니다. 

 

답사를 마무리한 첫 날 저녁에는 참가자가 제작한 다큐멘터리를 함께 봤습니다. 통영 앞 바다의 쓰레기를 수거하는 시민들과 어민들의 활동을 담은 영화를 보고 난 뒤, 공공과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관공서 진입로 부근 공터에서 14명의 사람들이 '노자산을 그대로, 고마운 노자산,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 기후위기 이미 도착한 미래, 기후정의 사회정의 이뤄내자, 우리만 편해도 될까 우리가 지켜야 하는 노자산' 등의 문구가 적힌 다양한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서 있다.

 

두번째 날 아침, 우리는 거제시청 앞에서 진행되는 피켓팅에 참가했습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골프장 개발 사업에 대한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거제시는 지역경제를 내세워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노자산을 지키고자 하는 시민들은 이러한 사업이 오히려 지역을 착취하고 공동체를 파괴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또한 노자산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 다른 무엇보다도 나 자신의 삶을 지켜내기 위한 일이라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숲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과 한 줌의 이익을 위해 얼마든지 파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사이 감각과 생각의 차이를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한 고민도 나누었습니다.

 

냄비에 떡볶이가 담겨 있다.

 

피켓팅을 마무리하고 점심을 먹은 뒤 일부 참가자들은 보금자리로 돌아가고 새로운 참가자가 합류하는 와중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골프 산업에 대한 문제인식의 공감대를 확대하고 더 많은 행동을 하기 위해 어떤 방법이 있을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골프라는 것이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또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얼마나 대중적으로 향유되고 있는지, 개개인에 대한 공격이나 비난에 그치지 않고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질문은 계속해서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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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줄기가 점차 거세어진 오후에는 원종태 선생님의 안내로 민물생물 탐방에 나섰습니다.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의 도움 덕분에 캠프 동안 거점으로 머물고 있는 남방동사리 책방 근처 하천에는 멸종위기종인 남방동사리가 살고 있습니다. 국외에는 중국 일부 지역과 일본 남서부 지역에 서식하며, 국내에는 거제 산양천 일대가 유일한 서식지입니다. 개울가에 도착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운좋게도 남방동사리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왕종개와 돌고기, 긴몰개와 밀어, 갈겨니와 참갈겨니, 두꺼비와 어린 무자치 등을 관찰하며 산양천 부근 지역에서 진행되는 개발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관찰 활동을 하는 동안에도 하천 물줄기 한쪽은 상류에서 내려오는 부유물로 흐려져 있었습니다. 

 

천 위에 나뭇잎 모양이 찍혀 있다.

 

거점으로 돌아온 뒤 참가자가 준비해온 자연물 프린트 찍기 워크숍이 진행되었고, 한쪽에서는 책방에 꽂혀있는 도감들을 보며 어제 오늘 관찰한 생물종에 대해 찾아보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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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고 난 뒤 내일 일정을 위한 피켓을 함께 만들며 캠프의 마지막 밤이 저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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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0 18:56 2024/10/10 18:56

완만한 산 사이로 넓은 강이 흐르는 모습이다. 하늘에는 구름이 조금 있고, 거울처럼 강이 하늘을 비추고 있다.

 

9월 15일 바이크투어의 둘째날 아침, 자전거와 텐트에 맺힌 이슬을 말리고 머물던 자리를 정리한 뒤 산청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산청 읍내에 도착하기 직전에 참가자가 넘어지는 사고가 있었지만 최세현 선생님의 도움으로 바로 보건의료원을 찾아가 응급처치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정자에 몇몇 사람들이 둘러 앉아 있다. 난간에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라고 적힌 피켓이 기대어져 있다.

 

한숨 돌린 후 모여 앉아 산청에서 진행되고 있는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2023년에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시행 허가가 난 뒤, 전국에서 산악지대를 둘러싸고 지자체마다 앞다투어 케케묵은 케이블카 사업을 다시 꺼내들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최초의 국립공원인 지리산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산청군은 4번째 케이블카 사업안을 내놓았습니다. 이는 지리산 권역을 통틀어 9번째로 시도되는 케이블카 사업입니다. 환경적, 공익적, 경제적, 기술적 측면에서 모두 부적합하여 환경부에서 반려되었던 2016년의 사업안을 그대로 들고나왔습니다. 경상남도는 산청군의 사업안을 지리산 단일 케이블카 노선으로 체택하고 나서야 뒤늦게 5억 4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사업 추진을 위한 용역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업을 실제 진행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천억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군청은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도 없이 군비나 도비를 통해 추진할 수 있을 거라는 안일한 전망을 내놓는 동시에 이미 용역비 등 매몰 비용이 발생했으니 돌이킬 수 없이 사업을 추진해야만 한다는 황당한 논리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케이블카가 들어선 어느 지역에서도 수익을 얻는 곳은 찾기 어려우며 오히려 매년 수십억 원에 달하는 운영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현실은  외면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립공원 등 보호지역에 케이블카가 들어설 때 가장 우려되는 탐방 압력과 산 정상부 훼손 우려에 대하여 대비책을 내놓기는 커녕, 산청군수는 상부정류장 예정 지역인 장터목 대피소에서부터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탐방로를 연계하는 개발을 추진하겠다며 공공연히 발언하고 다닙니다. 케이블카 사업을 발판삼아 보호지역 산림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개발로 확대하는 사업의 방향성은 산청군민을 비롯하여 이곳에서 살아가는 누구에게도 아무런 이득을 보장할 수 없으며 오히려 지역의 미래를 암담하게 만들 뿐입니다. 

 

관공서 건물 앞 진입 도로에서 여러 사람들이 피켓과 배너를 들고 있다. 피켓에는 '케이블카 반대', 배너에는 '케이블카, 지리산 그 어디에도 안됩니다!!!' 라고 적혀있고 사람들 옆에는 자전거 몇 대가 있다.

 

또한 케이블카 사업에 맞서고 있는 산청 주민들은 지리산의 앞날을 결정하는 중요한 사안을 지역경제의 측면에서만 국한하여 평가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묻습니다. 지리산을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외침에는 앞으로 삶을 살아나갈 모든 이들을 위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평화의 소녀상과 지리산 모습을 담은 조각 뒤로 8명의 사람들이 '케이블카 반대, 지리산을 그대로'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산청 시민들의 모금으로 청소년수련관 앞에 2020년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을 방문한 뒤 우리는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새롭게 합류하는 참가자들도 만나고 투어 경로 근처에서 친구의 공간을 방문해 휴식을 취하기도 하며 원지를 지나 진주에 도착하여 밤을 보냈습니다. 

 

길 한켠에 다섯명의 사람들이 자전거 옆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길 옆에는 강이 있고 건너편에는 숲이 우거져 있다.

 

세번째 날 아침, 머문 자리를 정리한 뒤 남강을 따라 고성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자전거 길이 시작되는 지점의 강 너머에는 새로이 조성된 자전거 길과 보행로 데크가 있었습니다. 이는 진주시에서 추진한 자전거도로 조성 사업의 일부분입니다. 당초 사업 예정 구간은 남강에서 유일하게 자연강변 생태계가 남아있는 장소로 생태자연도 1등급지가 포함되어 있으며 20여 종의 법정보호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해당 경로를 지나갈 수 있는 기존의 자전거 도로가 이미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진되는 공사로 인해 훼손되는 환경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이어졌고, 진주시는 당초 계획의 절반에 해당하는 구간에만 공사를 진행해 2022년에 준공했습니다. 하지만 진주시장은 나머지 구간에 대한 사업 추진의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캠프를 향해가는 입장에서 자전거 도로 공사가 어떻게 수변 개발의 초석으로서 악용되는지에 대해 익히 잘 알고 있습니다. 도로를 공유하는 교통수단으로서 자전거가 존중받아 마땅하다는 것과 동시에 레저수단으로써 자전거를 내세운 개발이 더이상 이루어져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를 짧게 나누고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다리 위 난간 옆으로 9명의 사람들 자전거와 함께 나란히 늘어서서 앞쪽을 쳐다보며 팔을 자유롭게 뻗고 서 있다. 뒤로는 바다와 시가지의 풍경이 보인다.

 

고성의 해안가에서 머문 뒤, 거제로 향해가는 네번째 날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이례적으로 더운 9월 중순의 날씨 속에서 바이크투어 전체 일정은 예상보다 힘들었지만, 마지막 날은 유독 더 햇살이 뜨겁고 최고 기온이 34도에 육박하여 더욱 지쳤습니다. 자주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물을 마셔가며 오르락 내리락 조금씩 움직이다보니 어느새 거제 시내를 지나 남방동사리 책방에 도착했습니다. 모두 무사히 도착했음에 기쁨의 한숨을 돌리고, 참가자가 준비해온 질경이 연고 만들기 워크숍을 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나흘 동안의 바이크투어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탁자 위에 10개의 동그란 연고통이 놓여있다. 연고통 뚜껑에 여러가지 그림과 '골프장 반대, 질경이 평화, 질경이 연고' 등의 글씨가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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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8 14:07 2024/10/08 14:07

2024 에코토피아 캠프를 향해 가는 4일 동안의 바이크투어는 9월 14일 함양에서 출발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읍내에서 만나 병곡면 대광마을을 향해 갔습니다. 대봉산과 백암산 사이 계곡에 자리잡은 대광마을 일대에서 함양군은 ‘함양 사계 포유(4U)’라는 이름의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나무가 우거진 사이에 ‘원주민을 몰아내는 난개발사업 결사반대한다, 대광마을주민대책위원회’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중앙정부가 조성한 지방소멸대응기금 공모와 민간 투자를 더해 이루어지는 이 사업으로 주택단지와 캠핑장, 정원과 골프장 등을 조성하여 체류형 관광객을 유치할 거라고 합니다. 마을 대책위 분들은 전례없이 더운 추석 연휴에 땀을 뻘뻘 흘리며 도착한 참가자들을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시원한 음료와 간식을 먹으며 인사를 나누고 사업을 둘러싼 현 상황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들은 뒤에 마을 뒤쪽 길로 백암산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주택 실내에서 세 명의 사람이 ‘골프장 말고 논 밭 숲’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웃으며 서 있다.

 

산림청은 매년 각 지역에서 숲 가꾸기 사업의 일환으로 간벌을 진행하고 이를 위한 임도를 꾸준히 만들고 있습니다. 경제성을 높이고 산불 위험을 낮추기 위해 필수적인 사업이라고 하지만 지속적으로 간벌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해온 주민의 평가는 달랐습니다. 지난 사업 자료와 비교하여 실제 간벌지를 보면 절반 가까이 계획서와 다른 결과를 보인다고 말합니다. 숲을 경제성의 측면에서만 평가하는 간벌  사업 자체에도 문제가 있지만 사업상의 목적에도 어긋나는 방식으로 일부 나무를 특정하여 무단 반출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합니다. 산불 대응을 위해 만든다는 임도는 무단 반출을 위한 인프라를 제공하며 산사태의 위험을 높이고 있습니다. 

 

산길에 7명의 사람들이 서서 위쪽을 바라보고 있다. 사람들이 바라보는 곳에는 큰 나무가 끈으로 묶여 있고, 아래로 가파른 경사면에는 흙이 흘러내린 자국이 보인다.

 

정상부가 점점 가까워지며 산 아래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골프장이 들어설 예정인 산너머의 지곡면 일대도 보였습니다.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지방소멸대응기금과 도비를 합친 예산보다 3배 더 많은 1천억원 이상의 민간투자가 필요하지만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은 없습니다. 골프장 건설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함양군은 전체 사업에서 골프장을 제외하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공모사업안 변경을 위해 진행되는 것은 없는 상황입니다. 이 사업의 절차상 문제는 이것만이 아닙니다. 우선 공모 결과가 발표된 올해 1월까지 영향권에 들어가는 지역 주민들은 사업 계획을 알지 못했습니다. 군은 사업에 대한 보안을 유지하고 투기를 막기 위해서라고 해명했습니다. 6월이 되어서야 구색을 맞추기 위한 주민설명회가 진행되었으나, 주민들은 항의 의사를 표명하기 위해 참석을 거부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사전타당성과 경제성을 평가하는 작업이 뒤늦게 시작되었습니다. 주민들은 사업 진행에 근거가 되는 세부계획서를 요청했으나 군청은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산 아래 시가지 풍경이 보이는 사진이다. 뒤로 높은 산들이 많고 하늘에는 구름이 조금 있다.

 

백암산 정상에서는 대광마을 위쪽 계곡에서 발원하여 광평천과 위천으로 이어지는 강줄기와 함양 읍내가 한 눈에 보였습니다. 그 옆으로는 ‘함양 사계 포유’ 사업과 연계하여 활용하겠다는 대봉산 휴양밸리 시설이 보였습니다. 군이 ‘함양의 랜드마크’라 주장하는 휴양밸리는 사업 추진 때부터 타당성과 경제성,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결국 10여년 동안 1천억원을 들여 건설되었고, 개장한 2021년부터 현재까지 운영 적자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백암산, 621.4m, 함양군’이라고 적힌 표지석이 있는 공터에서 7명의 사람들이 ‘골프장 말고 논 밭 숲’이라고 적힌 배너를 들고 서 있다.

 

일부 개발사업자와 관청이 무책임하게 대규모 개발사업을 밀어붙이는 동안 이 곳에서 삶을 이어나가야 하는 이들의 존재와 목소리는 철저하게 외면받고 있습니다. 지역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조성되었다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오히려 미래를 위협하는 개발사업에 쓰이고 있는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주민 대책위는 매일 군청 앞 1인 시위와 매달 집회를 개최하고, 법적 행정적 측면에서의 문제제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주민들을 비롯하여 이 곳에서 계속 살아나가야 하는 모든 존재의 보금자리를 지키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골프장을 짓고 관광객을 유치하는 사업이 아니라 논과 밭, 숲을 지키는 일이라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백암산에서 내려와 마을 분들께 인사를 드린 뒤, 최상두 선생님의 안내로 도착한 조용한 강변에서 잠자리를 꾸리고 참가자가 준비한 게임 워크숍을 진행하며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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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7 11:14 2024/10/07 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