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일기
꼬뮨 현장에서 2011/05/13 03:36
이날 공연실황을 녹음한 파일을 아껴가면서 혼자 꺼내서 한 곡 한 곡 조금씩 들었다. 저작권 문제가 걸릴 수 있어 공개를 하지 않고 혼자 들으려니 참으려 해도 음악이 너무 좋아서 탄성이 나왔다. 아, 이걸 어쩔까 하다가 이발사 윤영배에게 물어보니 당연히 공개하라고 한다. 즐거운 마음에 감동적이었던 이날의 현장을 그 생생한 숨결까지 전하기로 했다. 듣기 http://blog.jinbo.net/yongsanradio/374
요즘 Fredrik Mellqvist Trio 의 음악을 매일 듣는다. Horgalaten 같은 노래는 지금 내 기분을 잘 표현하고 있다. 정말 맘에 잘 맞는 피아니스트와 드러머가 있으면 다른 활동은 모두 접고 재즈밴드에서 베이스 기타를 치고도 싶다.
에 상세히 적어 놓았는데, 다시 읽어보니 재밌다.
어제 봄눈별과 이야기를 하면서 4대강 공사로 철거가 임박한 두물머리에 들어가 하우스 안에 텐트를 치고 지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까 도둑괭이가 강정마을 구럼비 해안에 앉아 있는 사진을 올린걸 보니 얼른 그곳에도 가야할 것 같다. 어째야 하나. 두리반은 질질 끌려가는데, 구속을 결의하고 점거투쟁이라고 해야 하나ㅠㅠ
수업료도 없고, 커리큘럼은 각자 스스로 만들어 가며, 학생과 교사의 구별도 없는 두리반 사회운동 학교를 벌써 1년 반 동안 다니고 있다. 그동안 자본주의 사회체제 및 농성 투쟁에 대해서는 빠삭하게 배웠지만 솔직히 이제는 졸업을 하고 싶다. 그래도 끝마무리는 확실히 해야겠지.
나는 가능한 매일 요리를 하는데, 먹는 사람이 나 혼자이다보니 그냥 내 입맛에 맛도록 멋대로 만든다. 그래서 보통 카레볶음도 아니고 카레도 아닌, 희한한 잡탕 요리를 만들게 된다.
그리고 만들 때마다 맛이 달라진다. 그날 재료에 따라 기분에 따라 적당히 넣거나 다 쓸어넣거나 해서 30cm 궁중팬을 반쯤 채우고 볶으면서 각종 양념을 친다. 부추든 양파든 건포도든 애호박이든 브로콜리든 느타리버섯이든 두부든 넣고 싶은대로 넣고 간장, 식초, 요리당, 카레가루를 기본으로 케첩, 고추가루나 고추장, 볶은 참깨, 쿠민씨 등을 첨가하기도 한다.
이 잡탕밥을 뭐라고 부르는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그냥 '돕밥'이라고 부른다ㅋㅋ
5월 8일에 두리반 벼룩시장이 열렸는데, 거기서 부추전을 만들어 먹었다. 나와 두리반 안종녀 위원장 그리고 봄눈별 3인이 부추전을 부치는데 각자 방식이 달랐다.
나는 기름을 적게 넣고 자주 뒤집으면서 익히는데 안위원장은 기름을 많이 두르고 뒤집지 않고 아예 튀기는 방식으로 부침개를 만들었다. 그래야 바삭하다고. 난 기름을 아껴 쓰는 습관이 있어서이기도 하고, 기름을 적게 넣어야 튀지 않기 때문에 적게 넣는 습관이 벤 것 같다. 사람마다 요리를 하는 방식은 역시 각양각색에 천차만별이다. 재밌다.
4. 약 한 달 전쯤 스마트폰을 샀다. 되도록 최소한으로 소비를 하면서 살자고 주장해온 조약골이 스마트폰을 구매했다는 사실에 놀라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너가 마지노선이었는데' '뭐야, 조약골이 스마트폰을 샀다고?' '최근 가장 충격적이었던 일' 등의 맨션들이 쏟아졌다.
두리반은 지금 전기 없이 농성을 하고 있다. 인터넷? 그런 것도 없다. 농성 500일이 지났고, 단전은 300일이 되고 있다. 매일 발생하는 이런저런 일들, 전하고 싶은 소식들은 산더미처럼 쌓인다. 그냥 소통을 하지 않고 혼자서만 담아두면 모를까, 공개적으로 농성을 하고 있는 마당에 활동가라면 매일 고통스럽고 힘들어도 농성 소식을 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리반에서 지속적으로 농성 소식을 전하려다보니 어쩔 수 없이 24개월 노예계약으로 대기업 통신사에 말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아마 전기도 24시간 들어오고, 와이파이나 인터넷도 펑펑 터지는 거의 대부분의 일반 사무실에서 생활했다면, 단언컨데, 나는 스마트폰은 쓰지 않았을 것이다. 길거리 농성장에서 생활하려니 어쩔 수가 없었다. 아마 지금 두물머리 하우스로 달려가 텐트를 치고 살거나 강정마을 구럼비 해안가에 텐트를 치고 살면 또 스마트폰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진보신당 부산시당에서 활동하는 절친 '톰'이 와이파이가 안터지는 곳에서 노트북을 켜고 '테더링'이란 것을 하면서 인터넷 접속을 하는 것을 보고 놀라웠다. 전기도 안들어오는 농성장에서 인터넷을 통해 조직활동과 홍보활동 등을 하기 위해서는 테더링이 되는 스마트폰이 하나쯤 필요할 것 같았다. 두리반에서 누가 나에게 그런 것을 사줄 사람도 없고,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결심을 했다.
대신 난 이걸 그들 대기업 자본가들의 멱을 따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