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리반 텃밭에 새싹이 돋았다
꼬뮨 현장에서 2010/09/18 13:52두리반 텃밭에 새싹이 돋았습니다.
어제 텃밭에 가보니 열무와 배추 그리고 얼갈이 새싹들이 막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귀여운지 그자리에 주저 앉아 연신 사진을 찍어댔습니다.
황무지 같은 두리반 공터를 완전히 갈아엎고, 풀을 제거하고, 돌을 골라내고, 퇴비를 주고, 씨를 뿌리고, 매일 물을 주었습니다.
그렇게 사흘이 지나니 이제 본격적으로 싹이 트네요.
힘내서 잘 자라길.
두리반 텃밭은 이제 거의 매일 작업을 합니다.
일단 매일 물을 주어야 하고요, 또 땅이 척박하기 때문에 작물이 자라는 모양을 보면서 적절히 비료도 줘야 합니다.
아직 싹이 틔지 않은 상추와 쑥갓과 시금치도 곧 새싹이 올라올 것 같습니다.
그러면 우리들은 건물이 무너지고, 잔해가 나뒹굴던 두리반 뒷마당에 텃밭을 늘려갈 것입니다.
이미 김선수가 배추 모종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저마다 무언가를 심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현재 만들어놓은 텃밭으로는 부족해서 오늘도 땅을 갈아서 텃밭을 늘리는 작업을 합니다.
이게 힘든 중노동입니다.
두 시간 하고 나면 삭신이 쑤십니다.
두리반 텃밭을 분양한다고 하니까 누군가는 그렇게 말하더군요.
현재의 돌멩이 가득한 황무지 같은 공터를 직접 우리가 갈아엎어서 비료도 주고 정성껏 돌봐서 옥토로 만들어서 무엇이든 심으면 바로 자랄 수 있는 상태로 완성시켜서 분양하는 것 아니었냐고요.
자기는 그냥 완성된 텃밭에 가서, 심고, 가끔 가서 잡초나 좀 뽑아주고, 기다리면, 수확이 나오는 것 아니냐고 말입니다.
철거지역 같은 곳에서 생존권을 지키고, 땅에 대한 우리의 개념을 근본에서부터 허무는 게릴라식 텃밭운동으로서의 도시농업은 주말에 자동차 타고 교외에 가서 작업하는 주말농장과는 완전 개념의 출발부터가 다르다는 것을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초고층 빌딩을 짓기 위해 기존 세입자들을 밀어내고 건물을 밀어낸 곳에서, 바로 그곳에서 그 아픔과 고통에 연대하면서 시작하는 도심 게릴라 텃밭운동은, 당연하게도 허리가 끊어지는 듯한 중노동을 직접 해야 합니다.
독종이 되지 않으면 하기 힘든 일이죠.
재미만 가득했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은게 세상 일입니다.
하지만 개념을 바꾸면, 한 평에 1억5천만원이나 하는 서울 도심 두리반 공터 같은 곳에 우리가 언제 농사를 지어보겠습니까?
작년 용산참사 현장에서 행동하는 텃밭을 일굴 때도 그곳 땅이 한 평에 1억이 넘는다면서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땅에 농사를 짓는 사람들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올해 두리반 땅값은 용산보다 비싸면 비쌌지 절대 싸지 않더군요.
지금 우리가 만드는 두리반 텃밭은 한 평에 1억5천이 넘는답니다.
그런 곳을 맘대로 휘젓고 갈아엎어서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심는다는 것 자체가 텔레비전 연예 프로그램이나 헐리웃 영화가 주기 힘든 재미를 준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건 그렇고, 손바닥만한 땅 한 뙈기에 그렇게 비싼 가격이 매겨지다니, 이 땅값은 도대체 어디서 나왔을까요?
그냥 하늘에서 뚝 하고 떨어진 것일까요?
아마도 우리가 모르고 지나쳤던 누군가의 피눈물일 것입니다.
일일이 기억하지 못하는 수많은 생명들의 가격일 것입니다.
나는 그 피눈물을 기억하며 오늘도 경건한 마음으로 괭이와 쇠갈퀴와 삽과 호미를 들고 귀여운 새싹들이 치고 올라온 두리반 텃밭으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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