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었다

나의 화분 2010/06/21 23:40

꽃이 피었다.

책상 위에 놓아둔, 항상 나와 얼굴을 마주 보고 있는 친구, 최근엔 여러 가지 일들 때문에 위태위태위태롭게 버티던 친구인데, 내가 좀 소홀했었다.

그래서 친구에게 편지를 보내기로 했다.

애정을 듬뿍 담아보낸다.

 

많이 힘들었었지?

미안해.

나 역시 내 문제로 아파하느라 미처 네게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어.

넌 항상 그곳에 그대로 싱싱하게 서있을 것 같아서, 내가 조금만 주의를 게을리하는 순간 곧 시들어버린다는 것을 잠시 망각했던 것 같아.

네가 특별히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을 난 잘 알아.

가끔 바라봐주고, 물을 주고, 빛을 쐬어주고, 이야기를 나눠주면 그걸로 충분하지.

너를 정성껏 키워 내게 보낸 분은 이렇게 말했어.

 

아주 튼튼한 아이이니 잘 자랄 것입니다.

가끔 물을 주면 되고, 지나치게 돌봐주지 않아도 스스로 잘 지낼 거에요.

 

그래, 넌 언제나 독립심이 강한 아이였지.

내가 현장 일로 사무실을 비우는 날이 많았음에도 넌 그 외로움과 더위와 지루함을 잘도 견뎌냈구나.

그리고 이렇게 아름다운 꽃까지 피워냈어.

난 널 위해 해준 것이 별로 없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선물을 주다니 정말 고마워.

네 안에 잠재된 생명의 힘이 널 어디까지 인도하게 될지 참 궁금하구나.

네 안의 모든 힘과 열정을 피워내며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너만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뽐내길, 그래서 네가 원하는 모습대로 살아가길 바란다.

난 언제나 옆에서 널 응원하며 항상 지켜보도록 할께.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
2010/06/21 23:40 2010/06/21 23:40
tags :
Trackback 0 : Comments 8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dopehead/trackback/868

  1. 니나 2010/06/21 23:52 Modify/Delete Reply

    아, 나도 그 풀 키워본 적이 있어. 참 잘 크지? 한동안 물을 안 줘서 시들해졌다가도 깜짝 놀라 물을 주면 어느새 다시 푸릇푸릇하게 살아났었어.
    요즘 내 책상 앞에 있는 풀은 자꾸 콩나물처럼 위로만 자라.. 뭔가 결핍된 모양...ㅠㅠ

    • 2010/06/21 23:54 Modify/Delete

      니나 안녕!! 이 풀 이름이 뭐야? 난 아직 이 친구 이름도 몰라. 하지만 참 예뻐ㅎㅎ

    • 니나 2010/06/22 00:07 Modify/Delete

      스파티필름... 방금 검색해봄... ㅎㅎ

  2. 2010/06/22 00:12 Modify/Delete Reply

    아, 그렇구나.. 고마워! 스파티필름이라는 이름으로 검색해봤더니 Spathiphyllum 이라고 하네. 줄여서 spath 라고도 부르고 일반적으로 peace lily (평화백합)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고 해. 참 신기하다..

  3. 나비 2010/06/22 14:24 Modify/Delete Reply

    오 예쁘다ㅎ 저번에 갔을 때도 꽃이 피었었던건가?@_@

    • 2010/06/23 02:29 Modify/Delete

      저번에도 피어있었지. 가까이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서 참 기분이 좋아.

  4. 씨앗(산길) 2010/06/24 08:56 Modify/Delete Reply

    우리 사무실이랑 집 앞에 텃밭을 가꾸었는데 하루하루 크는 재미가 쏠쏠. 화분도 하나 있는데 죽어가는 것 겨우 생명유지시켜주고 있는데... 통째로 빼서 밭으로 옮겨심어줘야되지 않겠나 생각하는 중이예요.
    나는 외로울 땐 편지를 쓰고, 힘들 땐 노래를 하거나 노래를 듣거나 연주를 하고, 그래도 괴로울 땐 술을 먹고... 예전엔 달리기를 했는데 요샌 그것도 귀찮네요 ^^그래도 풀리지 않은 것들은 술 한잔 하다 노래 듣다가 울음이 나와서 풀리기도 하고..ㅋㅋ

Writ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