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놀잇감
떠남과 돌아옴 2010/04/13 17:31
바라나시에서 은영이 찍은 사진을 몇 장 보내주었다.
아이들은 나를 붙잡아 끌고 가려고 하고, 나는 아이들을 피해 달아나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아이들에게 잡히고 나서 이렇게 끌려오고 말았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한 인도 아저씨도 아이들의 장난에 동참해 내 가느다란 팔을 잡아 당긴다.
나는 만만하게 보이나보다.
아이들이 스스럼없이 다가와 장난을 친다.
그러면 나는 과장된 리액션을 보인다.
아이들은 그게 재미 있어서 더 장난을 치며 날 괴롭히고, 그러면서 나는 더 고통스런 비명을 지른다.
아이들은 이제 먹잇감이라도 발견한 듯 나를 갖고 놀이를 한다.
별다른 놀이도, 장난감도 없는데, 나처럼 희한하게 생긴, 남자도 아닌 여자도 아닌 존재가 갠지즈강 가트에 앉아서 혼자 명상 비스무레한 것을 보고 있자니 신기해서 다가와 슬쩍 건드려보았을 것이다.
의외로 재밌는 반응이 나오니 아이들은 계속 찌르다 이제 멋대로 잡아당기고, 밀치고, 뭘 묻히고, 잡아채고, 쫓고, 달려든다.
살아있는 놀이.
난 사실 아이들이 무서워서 도망가는 것인데, 아이들은 필사적으로 도망가는 나를 결코 놓아주지 않는다.
그래, 이곳은 저 아이들의 홈그라운드 아닌가.
난 어디로 도망가서 숨어야 할지 모르는데 반해, 저 아이들은 벵갈리토라의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샅샅이 알고 있다.
도망갈 곳도, 숨을 곳도 마땅치 않다.
강변을 따라 달아나다가 결국 포기하고 아이들에게 잡혀서 다시 빤디가트로 돌아오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