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비글리와 김선일
평화가 무엇이냐 2004/09/25 06:28
지금 영국인 한 명이 이라크에서 인질로 잡혀 있다.
그의 이름은 켄 비글리.
...
슬프다.
김선일씨 생각이 나기 때문이다.
'유일신과 성전'이라는 이름의 이라크 무장세력이 이번에는
2명의 미국인과 1명의 영국인을 납치한 다음
이미 2명의 미국인은 참수한 상태다.
그리고 이젠 마지막 남은 영국인 케네스 비글리의 목을 베려 하고 있다.
이라크에 투옥되어 있는 모든 이슬람 여성을 석방하라는 요구를
이들 무장세력은 내걸고 있다.
토니 블레어와 영국 정부는 이번에도 역시 '테러리스트와 협상은 없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참내, 미국의 네오콘들이 전 세계 대통령과 지배계급들을 모두 똑같이 세뇌시켜버렸는가?
어째서 이들이 하는 이야기는 한국이나 영국이나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을까...
테러리스트와 협상은 없고, 이들의 요구 조건을 들어주면 납치는 더욱 횡행할 것이며, 비공식적 루트를 통해 석방을 위해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똑같은 대답.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켄 비글리의 가족들이 아주 정중하게 부탁을 한다.
제발 이라크 무장세력의 요구 조건을 수용하고 켄 비글리를 살려달라고.
그렇다.
영국 총리 토니 블레어에게는 그럴 만한 권력이 있다.
사람의 목숨을 죽이고 살릴 권력이 그에게는 있다.
무서운 일이다.
권력이 이토록 집중될 수 있다는 것이 말이다.
사람이 사람의 목숨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을 갖을 수 있다는 것이 말이다.
사람들이 하나하나가 각자 자신의 권력을 이양하면 이렇게 무서운 일이 벌어진다.
그렇게 노무현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이 국가의 지배자들을 이익을 지키기 위해 김선일씨를 죽였고, 토니 블레어는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영국 지배계급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켄 비글리를 죽이려고 하고 있다.
무서운 일이다.
테러리스트의 말을 들어주면 그들의 기가 살아 더욱 날뛸 것이라고, 그래서 노무현은 무장세력의 말을 무시하고, 파병을 강행해 김선일씨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
그런데 이들 무장세력의 활동은 멈추었는가?
그렇지 않다.
한국이 파병을 멈추었다면, 미국이 이라크에서 용서를 구하고 철수했다면, 이라크를 이라크 민중들의 손에 넘겨주었다면 '유일신과 성전' 같은 저항세력은 이런 짓을 다시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은 더 많은 군대를 동원해 이라크 민중들의 목숨을 건 저항을 뭉개려하고 있지만, 이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뭉개려했을 때, 미국이 베트남을 뭉개려했을 때
아프가니스탄과 베트남 민중들은 수십 년 동안 그 질긴 저항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그 질긴 저항은 마침내 침략자들을 몰아내고 승리로 이어졌다.
(글쎄, 그것을 승리라고 부를 수는 없을 것 같다)
미국은 이 교훈에서 배워야 한다.
한국은 이 교훈에서 배워야 한다.
영국 역시 이 교훈에서 배워야 한다.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었을 때 조선의 저항세력 역시 수십년을 싸웠다.
지금 이라크의 저항세력 역시 수년, 또는 수십년 저항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들을 총과 미사일로 정복할 수는 없다.
누구든 마찬가지다.
영국은 유일신과 성전의 요구조건을 받아들이고, 켄 비글리의 목숨을 살려라.
미국과 영국과 한국 그리고 이밖에 이라크에 들어와 있는 침략 군대들은 모두
돈 때문에 총을 든 더러운 손을 씻고
총을 버리고 무릎 꿇고 머리를 숙여
이라크 민중들에게 사과하라.
그리고 이라크를 당장 떠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