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해결 때까지 1인 음악시위”
나의 화분 2009/11/22 19:44가수 조약골씨“용산참사 해결 때까지 1인 음악시위”
ㆍ참사현장서 매일 공연
ㆍ희생자 추모곡 직접 만들어 불러
지난 19일 저녁 6시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남일당 건물 앞 거리. 막 어둠이 내린 한파 속에 종종걸음을 옮기는 시민들 사이로 노랫가락이 울려퍼졌다. 가수 조약골씨(36)가 기타를 메고 진행하는 ‘1인시위 음악회’였다. 마이크 스탠드엔 ‘용산참사 해결하라’는 문구가 걸렸고 그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자작곡을 불렀다. 고정 관객이라곤 남일당 건물 앞을 지키는 의경들뿐이지만 그의 공연은 1시간가량 이어졌다.
음악회는 지난 17일부터다. 그는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른다고 용산참사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가끔은 손이 얼어붙어 기타를 치기도 버겁고 아프다. 그럼에도 어김없이 밤마다 남일당 앞에서 세상을 향해 노래를 부르는 것은 “누가 시키진 않았지만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용산 범대위 대표자들의 단식농성도 끝났고, 수없이 크고 작은 10개월간의 저항이 이어졌지만 바뀐 것은 없다.
“용산참사를 주제로 만들었던 노래를 이제 정말 부를 때가 된거죠.” 그는 “이 노래가 쌓여가다보면 용산참사 진상을 규명하는 데 조그만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래하는 사이엔 추위도 못 느낀다고 했다.
사람들은 조씨를 가수, 독립미디어 활동가,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까지 가지각색으로 부른다. 그는 2006년엔 평택에서 ‘대추리 지킴이’가 돼 농민들과 함께 지냈다. 올해 4월부터는 용산참사 때 숨진 고 이상림씨가 운영하던 호프집에 ‘촛불방송국’을 차린 뒤 라디오 방송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단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은 용산참사 현장에서 하고 싶은 활동을 하고 있다”며 스스로 “행복한 인생”이라고 말했다.
1인 시위 음악회는 모두에게 열려 있다. 조씨는 “잘하지는 못해도 사람들 앞에서 노래자랑 해보고 싶은 사람, 마음이 따뜻한 사람, 마음으로만 미안했던 사람, 용산참사 진상을 밝히고 해결하는 데 무엇이든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용산참사가 해결될 때까지 이 자리에서 노래를 부르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며 “끝까지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환기자 bald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