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안생리대 운동

살아 꿈틀거리는 아나키 2008/07/26 22:02
예전 2004년 말에 일본에서 '반전과 저항의 축제'가 열린 적이 있었어요.
그때 일본 친구들이 한국에서도 좀 와달라고 해서 도쿄에 갔었는데, 그 때 피자매 달거리대를 일본에도 알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여러 자료를 가지고 갔었습니다.
 
일본 활동가들과는 그 전부터 교류를 하고 있었어요.
2003년 11월부터 서울 명동성당에서 이주노동자들이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법화와 고용허가제 반대 등을 내걸고 1년 넘게 농성을 할 때 피자매연대도 일주일에 한 번씩 명동성당에서 모임을 하면서 달거리대를 전시하고 판매도 하면서 이주노동자들과 연대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일본에서 '케이(IRA의 케이와는 다른 사람)'라는 친구가 와서 피자매연대의 활동을 인터뷰해 갔는데, 그게 일본 아나키스트들이 발행하는 잡지 'Expansion Of Life' (삶의 확장)에 실리기도 했답니다.
 
 
위 사진이 2004년에 발행된 Expansion Of Life 제13호입니다.
이 잡지 중간에 보면 다음과 같이 피자매연대 소식이 실려 있어요.
 
 
이 기사는 일본 인디미디어(http://japan.indymedia.org)에도 실렸는데, 기사내용을 요약해보면 '피자매연대는 여성생태평화 운동 등을 하면서 이주노동자 운동이나 기타 여러 사회운동과 연대를 한다' 쯤이 되겠습니다.
 
하여튼, 이미 피자매연대의 활동이 일본에 소개되어 있었기 때문에 저는 2004년 말에 반전과 저항의 축제에 참가하러 일본에 가면서 주로 각 크기 별로 달거리대를 가져가고, 기타 여러 자료들을 가져갔던 것입니다.
 
그리고 당시 일본에 있던 아리안이라는 친구가 피자매연대의 활동을 관심을 갖고 지켜봐왔고, 홈페이지에 나온 달거리대 만드는 방법이라든가 기타 한국어로 된 자료들을 일본어로 번역해서 일본 활동가들에게 피자매연대의 활동과 대안생리대에 관한 정보를 더욱 널리 알리게 됩니다.
 
도쿄에 있는 IRA(Irregular Rhythm Asylum)라는 곳은 여러 대안적 정보와 자료들을 구해볼 수 있는 '인포샵' 같은 곳인데요, 여기에 있던 사람들이 특히 피자매연대의 활동과 대안생리대에 관심을 갖고 있었어요.
저는 제가 가져간 달거리대를 IRA 사람들에게 선물로 주면서 일본에서도 대안생리대 활동이 벌어지면 좋겠다고 말을 했고, 아리안을 비롯한 몇몇 활동가들이 주축이 되어 이 운동이 확산되게 됩니다.
 
일본은 세계에서 일회용품의 사용이 가장 많은 곳 중 하나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생리대 역시 일회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많은 일본인들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안생리대를 보급하는데 있어서 여러가지 측면을 강조할 수 있겠지만, 아마도 처음 시작할 때는 직접 만들어서 사용한다는 DIY(Do It Yourself) 적인 측면을 먼저 내세운 것 같습니다.
무엇이든 산 것보다 직접 만든 것이 더욱 정이 가고, 여러모로 더 좋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해서 IRA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면생리대를 만들어서 판매를 하고, 직접 만들기 워크샵도 열리게 됩니다.
아래 사진은 얼마 전 일본에 갔을 때 찍은 것들입니다.
 
 
뺏지처럼 옷이나 가방에 달 수 있도록 만든 미니 면생리대도 있습니다.
Make The Pad (생리대를 만들자)! 라는 문구를 바느질해 넣었네요.
알록달록한 천을 생리대 모양으로 오려서 속을 넣고 바느질하니 참 귀엽습니다.
저도 친구들 선물하려고 몇 개를 구해왔습니다.
 
 
위 사진이 IRA에서 판매되고 있는 면생리대입니다.
중형 하나의 가격이 700엔이니까 한국돈으로 약 7천원 정도 되네요.
천의 색깔도 다양하고 예쁘게 만들었습니다.
 
 
면생리대에 대한 설명과 착용법, 세탁법 등이 일본어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크기가 중형 하나밖에 없다는 것이 약간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일본에서 아직도 대안생리대 운동이 계속 이뤄지고 있다는 데 감동을 받았습니다.
 
특히 일본에서는 노숙인들을 중심으로 대안생리대 만들기와 보급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도쿄 요요기 공원에서 푸른 텐트를 치고 노숙을 하는 사람들과 이 노숙인들과 연대하는 활동가들이 대안생리대 만들기 워크샵을 주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고 합니다.
미사코라는 분을 중심으로 대안생리대 워크샵을 통해 보급되고 있는 면생리대는, 아리안의 설명에 의하면, 단순한 형태로 되어 있으며 사각으로 접어서 사용하는 것으로서 피자매 달거리대나 IRA에서 판매하고 있는 면생리대에 비하면 약간 사용이 불편하긴 하지만, 만들기도 쉬워서 노숙인들이 사용하고 있다고 하네요.
 
일본에서는 불안정한 노동자들이나 노숙인 문제가 중요한 사회운동 이슈입니다.
일본 정부는 주기적으로 공원에 거주하는 노숙인 텐트를 쓸어내기도 하는데요, 이런 정부의 탄압에 저항하면서 노숙인들의 인권과 삶을 지키기 위해서 많은 활동가들이 결합하고 있습니다.
노숙인들과 함께 텐트를 치고 생활하면서 주기적으로 영화상영회와 음악회 같은 것을 열고 기타 모임도 개최하는데, 그 중 하나가 대안생리대 만들기 워크샵이에요.
노숙인들과 함께 대안생리대 만들기 워크샵에 참가하면서 일본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노숙인 문제에 대해 공감하게 되고, 정부의 탄압을 막는 활동에 연대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한국과 일본에서 대안생리대 운동이 각각의 사회환경에 대응하면서 지속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인권, 여성, 생태, 평화 등의 가치를 바탕으로 한 반소비주의 운동인 대안생리대 운동이 줄기차게 벌어지고, 다른 많은 지역으로도 확산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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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26 22:02 2008/07/26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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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앙겔부처 2008/07/27 00:34 Modify/Delete Reply

    어 근데 노숙인도 대안생리대를 쓴다는 겅미? 빨래하기 너무 불편할 거 같은데.

  2. 무나 2008/07/28 00:09 Modify/Delete Reply

    우와 일본에도 나름 활발하게 하고 있구나

  3. 2008/07/28 15:33 Modify/Delete Reply

    노숙인들이야 느긋하게 생활하고, 또 공원에서는 빨래해서 널기도 편하니까 사실 대안생리대가 훨씬 좋겠죠. 사서 쓰려면 돈도 드는데, 그렇지도 않고요. 바쁘게 생활하는 사람들에게야 대안생리대가 불편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겐 불편하지 않은 것 같네요.

  4. 앙겔부처 2008/07/28 16:25 Modify/Delete Reply

    으음... 몸을 씻을 곳이 마땅치 않아서 몸에서 냄새 나는 거 아니야?? 마땅한 데 그냥 안 씻는 것 뿐인가...ㄱ-? 난 몸 씻기도 불편한데 생리대 빨기는 더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맴으로...☞☜

  5. 돕헤드 2008/07/28 16:27 Modify/Delete Reply

    공용화장실이 있잖아.

  6. 금자 2008/07/28 16:54 Modify/Delete Reply

    미니달거리대 느무 예쁘네요:-) 일본에서도 운동하고 있는 소식을 들으니 좋은데, ㅎㅎㅎ

  7. ira_k 2008/08/01 14:31 Modify/Delete Reply

    I couldn't read this, but thanks for putting these nice pictures of our products!

  8. 안티고네 2008/08/05 19:59 Modify/Delete Reply

    미니 달거리대 뺏지 느므 귀여워욧! +.+

  9. 재영 2008/09/03 05:54 Modify/Delete Reply

    오 정말 예쁘다...난 예전에 한번 만들었다가 실패한 이후 손도 대지 않고 있엉.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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