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가부장이 행복한 나라
살아 꿈틀거리는 아나키 2007/12/13 03:48정치라는 것은 나에게 무슨 의미를 갖고 있나?
일상의 삶에 있어서 나를 둘러싼 존재들과 나는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것인가, 나는 내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 힘이 있는가,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나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들이 정치가 나에게 갖는 의미다.
그런 측면에서 나는 내가 속한 사회, 즉 나와 나의 주변 존재들의 총합을 어떻게 만들어가는가에 관심이 많다.
그런 점에서 나는 매우 정치적이다.
내가 살아가는 구체적인 공간에서 하루를 살아가면서 만나는 사람들과 그밖의 모든 존재들과 소통하고, 이들과 함께 서로 따뜻하게 안아주는 세상을 만들고 싶은 것이 나의 정치이고, 나에겐 그렇게 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는 나의 이 정치를 빼앗아버린다.
선거기간이 되면 나는 무력한 존재가 된다고 느낀다.
그 거대한 제도에 내가 개입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주권을 실현한다고 하는 정치적 과정이 실제로는 나에게 끔찍한 무기력감을 안겨주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대통령 선거날 친구들과 보다 의미있는 정치적 행동을 할 생각이다.
선거 때 내가 느끼는 무기력감에 대해 약간 더 자세히 서술해야겠다.
예를 들어 정동영 후보가 있다.
전국적으로 붙어 있는 그의 펼침막에 쓰여 있는 말은 ‘가족이 행복한 나라’다.
그리고 그 펼침막에는 두 아이들이 정동영 후보에게 뽀뽀를 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행복한 가족’이라는 이미지인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말하는 행복한 가족에 여성은 어디에 있는가?
행복한 가족에 여성의 자리는 없다.
아니, 어쩌면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자리에 놓이면 행복한 가족이 될 수 없다고 이 가부장제 사회는 말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가부장제 사회를 그대로 유지시키려는 정동영 후보에게 행복한 가족이 갖는 의미는 여성은 아이들을 낳고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사노동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소위 개혁적이며, 평화적이라는 후보가 내세우는 행복한 나라에서 도대체 나의 자리는 어디에 있는지 암담할 뿐이다.
그래서 나는 배제되어 있다고 느낀다.
수구보수를 포함한 대부분의 중도개혁세력이 보이는 정치는 이렇게 유치하고, 억압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정동영이 이명박보다 나은 것처럼 보인다는데, 그런 후보를 선택한다고 무엇이 달라질지 나는 전혀 느낄 수가 없다.
우리는 앞으로 얼마나 더 가부장이 행복한 나라에서 살아야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