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가해를 반성합니다
나의 화분 2007/07/29 23:29제가 쓴 글 '..... 평화기행'을 읽고 많은 분들께서 성적 수치심을 느꼈고, 몹시 불편했으며, 강하게 분노했고, 어이없고, 많은 짜증을 느꼈고, 성폭력을 받은 느낌이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제가 쓴 글 때문에 그런 커다란 심리적, 정신적 피해를 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어떻게 사과를 해야 할지 몰라 한참을 괴로워하고, 고민해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너무나 창피하고, 제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고, 어떻게 그런 무감각한 글을 쓸 수 있었는지 자신에 대해 매우 화가 납니다.
일단 글로써 반성을 하고자 합니다.
이런 사태가 일어났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먼저 해당 글을 비공개로 바꿨습니다.
이것은 내가 쓴 글을 은폐하거나 논란을 숨기거나 회피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이 글로 인해 아직 이 글을 읽지 않은 분들에게 피해가 갈 것을 막기 위해서 한 것입니다.
혹시 이 글이 다시 공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을 경우 다시 공개를 하거나 또는 글을 읽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많이 망설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의도한 것과는 전혀 다르게 글이 읽혀졌고, 그 때문에 제가 짐작하지 못했던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제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어떻게 쓰는 것이 좋을까 생각이 복잡하게 흘러갑니다.
그러니까 내가 왜 그런 글을 올리게 되었나 자세히 설명하면서 반성하는 글을 써야 할까, 아니면 구구절절 길게 쓰기 보다 그저 짧게 써야 할까, 혹시 이 글이 또다른 피해를 불러 일으키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 등이 있습니다.
한국이라는 가부장적이고 억압적인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특히 그 일상적인 억압 때문에 시달리고, 괴로워하고, 커다란 분노와 아픔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서 저는 여성주의의 입장과 실천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왔으며, 이런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저 역시 이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서, 잠재적 가해자임과 동시에 군사주의와 가부장제의 피해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생물학적 남성인 저는 언제든 원하든 원하지 않든 잠재적 가해자이며, 어떤 상황에서는 제 의도와는 무관하게 내가 실제적 가해자가 되기도 합니다.
이런 것들 때문에 여성들이 받는 모욕감과 수치심과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느끼는 좌절감과 힘이 박탈될 때 느끼는 절망감을 저 역시 이해하려고 노력해왔습니다.
이것은 한국이라는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특히 남성이라면 누구나 기울여야 하는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사회를 바꾼다는 것은 나 이외의 외부를 바꾼다는 것 뿐만 아니라 가장 치열하게는 그런 남근주의적 억압의 숙주인 나 자신부터 가장 먼저 바꾼다는 것임을 매순간 자각하고, 그것을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저는 지금껏 여성운동에 열심히 참여는 하지 못했지만 여성운동이 앞으로 평생 해야 할 운동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생물학적 남성으로서 제가 느끼는 한계, 즉 나는 온전하게 여성운동을 할 수는 없겠다는 한계 또는 장벽 같은 것도 동시에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장벽이 나에게 책임회피의 구실이 된다거나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과 서 있는 위치가 같은 수 없기에 내가 처해 있는 현실을 치열하게 살아가면서 다른 많은 여성들과 연대하고 싶습니다.
그런 연대를 통해 폭력없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은 제 가장 깊은 소망입니다.
사실 생물학적인 성이라는 경계를 저는 항상 뛰어넘고자 노력해왔습니다.
여성들을 비롯한 약자들에게 그것은 쉽사리 뛰어넘을 수 없는, 그리고 매순간 고통스럽게 자각되어져야만 하는 것이는 점도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생물학적인 성은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었기에 내가 원하는 자신, 그리고 내가 원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나에게 외부에서 부과된 여러 가지 경계들과 장벽들을 저는 뛰어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개인의 해방일 뿐만 아니라 사회의 해방을 가져온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여성의 성기를 소유하려거나 또는 그것을 도구화하거나 또는 대상화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저는 자신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스스로 사회적 약자가 된다는 것, 즉 '-되기'가 가진 힘과 중요성을 나름대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성이 된다는 것은 생물학적으로는 아직 제게 불가능한 일이지만 여성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그들의 고통과 느낌을 이해하는 것이 제게는 아주 소중하고도 중요한 일입니다.
지난 몇 년간 그런 노력들을 기울여오면서 저는 여성성과 남성성이라는 성별의 고착화를 일상에서부터 깨어나가려고 해왔지만, 여전히 제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 제가 느낄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매일 같이 24시간을 긴장하면서 살아야 하는 고통, 원하든 원하지 않든 여성임을 강요하는 사람들(대부분의 남성들)과 사회적인 분위기, 그런 불편함과 서러움을 제가 어찌 다 이해할 수 있을까요.
다 이해할 수 없기에 여성주의는 제게 너무나 소중한 것입니다.
억눌리고 빼앗긴 사람들이 연대해 세상을 바꾸는데 저 역시 조그만 힘을 보태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구차하고 긴 변명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반성문이 또 다른 억압을 낳거나 피해를 가져오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당분간 제 활동을 중지하고 더욱 깊은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다시 한번 제가 쓴 글로 인해 상처를 입고, 분노하고, 성폭력 피해를 입은 분들께 깊이 사과를 드립니다.
또한 용기를 내어 제게 따끔한 비판글을 올려주신 분들께 특히 더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떠올리고 싶지도 않은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알고 있습니다.
그런 성의를 생각해 자신을 더욱 채찍질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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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acked from 2007/07/30 10:22 DELETE
Subject: 기다려야해
사람이 저마다 다 다르듯이 여성이 저마다 다 다르듯이 여성주의도 다 다르다. 우리는 다 다르다 그래서 더 넓어지고 더 깊어질 것이다. - Tracked from 2007/07/30 14:29 DELETE
Subject: 내가 불편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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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여성주의는 남성배제적인가/혹은 그래야 하는가?
<div style="font-size:9pt; font-family:1184252_9;" class="view"><DIV class="view" style="FONT-SIZE: 9pt; FONT-FAMILY: 1184252_9"><DIV class="view" style="FONT-SIZE: 9pt; FONT-FAMILY: 1184252_9"><DIV class="view" style="FONT-SIZE: 9pt; FONT- - Tracked from 2007/08/01 19:49 DELETE
Subject: 그녀가 원했던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 매일 두세시간씩 지각하는 그녀에게 조직에서는 반성문(?)을 요구했다.. 몇가지 공동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상당한 자율성이 보장되는 비교적 출퇴근 개념이 자유로운 공간이었지만 전체가 약속한 프로그램을 그녀로 인해 진행하지 못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다른 구성원들이 더 견디지 못하고 요구한 것이었다. 한달여만에 제출한 그녀의 넉줄 짜리 반성문은..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겠지만 선배들이 잘못했다 하니 잘못한 거 같다.. 앞으로 늦지 않겠다' 였다 - Tracked from 2007/08/07 12:16 DELETE
Subject: 연상들
드디어 글을 읽고서 곰곰히 생각해보는 중입니다. - Tracked from 2007/08/12 09:00 DELETE
Subject: 본질주의적 여성주의 역시 폭력은 마찬가지
몇몇 분들의 (물론 이것은 여성주의 전반에 걸친 정서겠죠.) 생물학적 본질주의, 결정론, 근본주의 등도 굉장한 폭력이라고 생각해요. 몸 그 자체를 근본적인 성차로 간주하고 거기서 파생된 경험과 정체성에서 근거한 정치와 가치관이야 말로 올바르다는 것은 이미 생물학적 섹스/젠더의 이분법을 타파하고자 하면서도 그러한 이분법을 전제로 하고 있기에 당연히... - Tracked from 2007/08/17 02:43 DELETE
Subject: 생각거리..
돕헤드님의 [성폭력 가해를 반성합니다] 에 관련된 글. 솔직히 조금 갑갑한 느낌.. 다른 게시판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건과 논쟁이 있었는데, 마찬가지로 갑갑한 느낌을 받았다. 토픽들.. 공간근접학 윤리의 기준 윤리와 미학이 어떻게 조우 가능할까.. 폴 버호벤의 네덜란드에서의 활동: 버호벤의 영화는 좌파들에게서 많은 공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