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것을 보여달라나의 화분 2007/06/15 22:44다시 음악작업을 시작하려 하고 있다.
지난 겨울 대추리에 살면서 음반을 만들 때 완전히 소진되었던듯한 음악에 대한 열정이 이제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다.
지난 2월 이후 한동안 내가 제대로 노래도 못하고, 기타도 못치고, 작곡도 못하고 있는 이유는 완전히 진이 빠져버려서다.
지쳤고, 몸 상태도 좋지 않아서 노래도 하기 힘들었지만 무엇보다 기타를 보기도 싫었다.
그래서 사무실 한쪽 구석에 기타를 보이지 않게 집에 넣고 쳐박아 두었던 것이다.
저번 음반으로 내가 음악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 싶었다.
다시 음악작업을 하게 된다면 솔직히 전혀 새로운 작업을 하고 싶었다.
예를 들어 밴드를 한다거나 통기타로만 반주를 하면서 장기투쟁을 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직접 노래를 한곡씩 부른다든가 , 집회에서 사람들이 막 외치는 구호를 그대로 녹음해와서 거기에 반주를 만들어 입힌다든가 등등.
나는 생각만해도 내 가슴이 쿵쾅거리는 근사한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들을 실제로 실천하면서 살아왔다.
지금 무엇이 내 가슴을 쿵쾅거리게 만드는가.
가슴에 응어리가 진 사람들, 한이 서린 사람들, 극도로 우울한 사람들, 분노가 차올라 넘쳐흐르는 사람들, 그냥 세상을 향해 나즈막히 읊조리고 싶은 사람들 모두 와라.
마이크에 대고 한 판 쏟아내보라.
난 그 날것을 그대로 음악으로 형상화시켜보고 싶다.
날것을 보여달라.
있는 그대로 말이다.
난 그 느낌에 공명하며 당신의 다듬어지지 않은 열기를 고스란히 음악으로 형상화시켜볼테다.
거리에서 해도 좋고, 녹음실에서 해도 좋다.
마이크에 대고 해도 좋고, 카메라 앞에서 지껄여도 좋다.
진이 빠지도록 놀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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