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향하는 운동

나의 화분 2007/04/30 22:28

에큐메니안에 실린 인터뷰입니다.

원문은 http://www.ecumenian.com/news/read.php?idxno=2879&rsec=MAIN§ion=MAIN 에 있습니다.

권력자의, 권력자 위한, 권력자에 의한 FTA 반대
[인터뷰]평택 지킴이 및 평화활동가 ‘조약골’

 

박지훈 기자 punkyhide@nate.com

 

3월24일 평택 대추리에서 열린 마지막 촛불집회. 평택지킴이들이 무대로 나와 대추리 주민들과 합창했다. “공장에서 쫓겨난 노동자가 원직 복직하는 것이 평화…이 땅을 일궈 온 농민들이 더 이상 빼앗기지 않는 것이 평화” 순간 가슴 속에 ‘쿵’하는 울림이 일었다. ‘마지막’이란 단어 때문이었을까. 평택 대추리 집회를 취재하며 계속 들어왔던 노래가 그 날은 더욱 가슴 깊이 와 닿았다. 그로부터 한 달여가 지났다. 아직도 기자의 가슴과 머릿속에 지워지지 않은 그 노래를 부른 이를 20일 찾아갔다.

이름이 ‘조약골’이란다.“‘노래 가사가 인상 깊어 찾아왔다”라는 준비된 멘트 대신 “조약골이 본명이세요”라는 질문이 불쑥 튀어나왔다.

조약골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다시 물었다.
“주민등록상에도 그렇게 올라가 있나요”
“국가에 등록돼 있는 이름은 달라요”
“원래 본명은 뭔데요”
“쓴지 오래돼 잊었어요”

인터뷰는 이렇게 시작됐다. 조약골(35)은 노래를 부른다. 이유는 부르고 싶어서, 원하니까 부른단다. 그는 자신의 생각과 활동들 속에서 느낀 점들을 멜로디에 섞어 세상에 외친다. “두꺼비·맹꽁이·도룡뇽이 서식처 잃지 않는 것이 평화”라고, “군대와 전쟁이 없는 세상, 신나게 노래 부르는 것이 평화”라고 노래한다.

   
 
▲조약골 ⓒ조약골 홈페이지
 
나아가 “빼앗긴 자, 힘없는 자, 마주보고 손을 잡자”고 호소한다. 그는 결국 “새 세상이 다가 온다”며 “노래하며 춤을 추자”고 노래를 끝맺는다.

조약골이 말하는 평화다. 거창함은 없다. 그러나 대추리 농민들에겐 농사짓는 게 거창한 꿈이다. 천성산에서 서식처를 잃은 두꺼비와 맹꽁이는 서식 자체가 거창한 꿈이다.

마땅히 누려야 할 일상이 거창한 세상이 됐다. 때문에 조약골은 평화를 향한 노래를 멈출 수 없다. 그에게 특히 눈길이 끌리는 점은 노래를 생산해 내지만 저작권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조약골이 부르는 노래는 상업적 이용이 아니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그의 홈페이지에서 내려 받아 들을 수 있다.

왜 저작권을 반대하냐고 물었다. “노래는 나 혼자 만든 노래가 아닙니다. 대추리에 살면서 주민들과 함께 소통하며 내가 느꼈던 벅차오름을 표현한 것입니다. 이런 작품을 어찌 나 혼자만의 작품이라 할 수 있겠어요. 에디슨이 무슨 발명을 했던 간에 분명 사회적 산물입니다. 때문에 인류가 공동으로 누려야 할 재산인거죠”

인터뷰는 이날 그가 활동하고 있는 서대문에 위치한 ‘피자매연대’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피자매연대는 일회용 생리대가 아닌 환경을 위한 ‘대안 생리용품’을 제작하는 곳이다. 다음은 조약골과의 일문일답. 

▲본명이 조약골인가
국가에 등록돼 있는 이름은 아니지만 지금은 내 본명이다. 제도상에 올라가 있는 이름은 안 쓴지 오래돼 잊었다. 

▲왜 하필 조약골로 이름을 지었나
남성 위주 사회에서는 항상 성역할을 나눈다. 남자는 강하고 힘든 육체노동을 잘해야 인정받는다. 반면 여성은 성역할에 따른 구분으로 차별이 따른다. 이런 것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조약골이란 이름을 붙였다. ‘쟤는 몸이 약하다’라는 말을 들을 때 수치스러웠다. 그러나 이를 수치스럽게 여기지 말고 떳떳한 내 정체성으로 받아들이자고 생각한 것이다. 벌써 10년 정도 됐다.

▲‘평화가 무엇이냐’란 곡이 무척 와 닿았다. 직접 쓴 곡인가
2004년 5월29일 평택 평화축제에서 문정현 신부님이 발언 한 내용이다. 그 발언을 듣고 가사를 덧붙였다. 결국 공동작사한 것이다.

▲농민들이 농사짓는 게 평화라고 노래했다. 평화란 무엇이라 생각하나
이번에 낸 앨범이 내 나름대로의 평화의 답을 정리한 것이다. 평화 활동을 오랫동안 해왔다. 평화는 전쟁을 반대하는 거창한 행동만이 아니다. 노래한 것처럼 삶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이들이 일상과 직장에서 쫓겨나지 않는 것이 평화다. 또, 이주노동자들이 이 땅에서 쫓겨나지 않는 것도 평화다.

   
 
ⓒ조약골 홈페이지
 
▲이제까지 총 몇 장의 앨범을 냈나
2002년 밴드 ‘여고생 해방전선’ 앨범이 첫 작품이다. 2003년 밴드 ‘재활센터’로 두 번 째 앨범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2004년 솔로 앨범에 이어 이번에 내놓은 앨범이 4번 째 앨범이다.

▲대추리엔 언제 들어갔나
2006년 7월부터 살기 시작했다. 그 이전에는 왔다 갔다 하는 정도였다.

▲대추리에 들어간 이유는
평화활동가로서 평택 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해오다 2006년 5월4일 정부가 2만여 명의 경찰과 군인 및 용역을 동원해 대추 분교를 부수고 마을 전체를 고립시키는 과정을 보며 위기의식을 느꼈다. 이대로 서울에서 살며 1주일에 몇 번 가는 것만으론 마을을 지켜내지 못할 것이란 위기의식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싶었다. 내가 죽봉이나 총을 들고 싸울 수는 없는 노릇이라 그저 내 한 몸으로 마을을 지키려는 마음으로 대추리에 들어갔다.

▲결국 대추리 주민들은 마을에서 쫓겨났다. 노래 가사를 따지자면 평화가 깨진 것 아닌가
우리는 정부가 평화를 순식간에 깨버릴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대추리가 패배했을지 모르지만 한국사회가 배운 바는 크다. 농부들의 ‘농사 질 때 평화가 온다’는 말은 얼마나 소중한 철학인가. 이런 소중한 외침을 한국사회는 귀담아 들어야 한다. 대추리·도두리 농민들이 우리에게 던진 평화의 화두를 우리는 계속해서 끌어안고 나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조약골 홈페이지
 

▲첫 촛불 집회와 마지막 촛불 집회에 선 소감은

 처음과 마지막은 천지차이다. 처음 대추리 주민을 위해 노래 불렀던 것은 촛불집회 125일 째인 2005년 1월이었다. 그 때는 주민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왔다며 용기를 내라는 식의 멘트와 함께 그와 관련된 노래를 불렀다.

그러나 마지막 촛불집회는 농민들과 부대끼며 살아왔기 때문에 처음 촛불집회와 비교 할 수 없다. 처음에는 마을 사람들 이름 하나 몰랐던 상황이라 객체로 느껴졌다면 935일 마지막 촛불집회 땐 참석한 사람 하나하나 이름을 알고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가족이자 형제였다.

 ▲저작권을 반대한다고 들었다. 반대하는 이유는

내가 노래를 만들었다고 해서 그것이 내가 만든 노래라 할 수 있나. 어불성설이다. 어떤 예술가가 방에 틀어박혀 천재적인 작품을 내놓은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예술 작품은 사회와 소통하지 않고는 나올 수 없다. 주민들과 소통하며 집회과정에서 벅차올랐던 기억들이 노래로 나왔다. 이런 작품을 나 혼자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겠나. 에디슨이 무슨 발명을 했던 간에 사회적 산물이다. 개인 혼자만의 소유가 아닌 인류가 공동으로 누려야 할 재산이다.

▲그렇다면 생계 수단은 뭔가. 음악으로 먹고 살 수는 없을 것 같은데
돈의 거의 벌지 않고 최소한의 소비를 하면서 살아간다. 수입은 노동, 번역, 아르바이트 등으로 충당한다. 또 노래를 부르고 있으면 후원해 주는 이들도 있다.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이렇게 10년을 살다보니 이런 삶에 만족하며 살고 있다.

▲한미FTA로 저작권은 더 강화될 텐데

끔찍하다. 기업가들을 위한 체제가 더 깊숙이 우리 일상 속 깊이 파고들 것이다. 경쟁 및 이윤논리로 모든 것을 바라볼 수 없음에도 자본가들의 권력이 우리 삶에 파고든다고 생각하니 끔찍할 뿐이다.

▲한미FTA가 국익에 부합한다고 했는데
국익은 국가 이익이다. 국가 이익이 내 이익인가. 민중, 여성, 노동자, 새만금 갯벌에서 살고있는 생명체들의 이익인가. 아니다. 자본가, 권력자와 청와대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 이익이 돌아갈 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국익은 결코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번 앨범을 손과 자전거로 만들었다고 했는데 무슨 말인가
대추리 빈집, 즉 폐허가 된 집에서 앨범을 만들었다. 영하의 추위 속에서 3개월 동안 작업을 했다. 에너지를 최소화하며 이번 앨범을 만들었다. 에너지로 인해 전쟁이 발발하고 있는 시대에서 최소한의 에너지를 들여 이번 앨범을 생산해 낸 것은 나에겐 큰 의미가 있다. 때문에 앨범을 사기 원하는 이들이 있다면 유통도 서울 지역에는 자전거로 배달한다. 먼 곳은 어쩔 수 없이 우편으로 보내지만.

   
 
ⓒ조약골 홈페이지
 
▲안티 삼성 운동을 펼친 것으로 안다. 대기업을 어떻게 보나
세상 문제 핵심에 대기업이 있다. 환경 위기는 소비자들의 낭비나 재활용 습관이 이뤄지지 않아서 발생하는 것처럼 포장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환경 위기 근본 원인은 소비자가 아닌 대량 생산과 함께 대량으로 폐기하는 시스템에 있다. 그 중심에 대기업이 있는 것이다. 이윤 추구가 지상명령이 되 버린 이들은 1등 이데올로기와 무한경쟁을 퍼뜨린다. 결국 그 아이콘은 삼성이다. 이런 체제를 바꾸기 위해 노력을 하고 운동을 하고 있다.

▲종교를 갖고 있나
없다

▲기독교를 어떻게 생각하나
특별한 생각이 있거나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지 않다. 대추리에서 문정현 신부나 농민들이 외치는 말이 비슷한 것을 볼 때 결국 종교가 추구하는 올바름과 진리 등이 내가 추구하는 것과 비슷하단 생각을 한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반성하고 사는 것이 종교인이 고민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조약골이 지향하는 운동은
포괄적인 대안운동을 지향한다. 지금 현실은 여성, 노동, 평화 운동이 나눠져 있지만 이 모든 운동이 하나로 연결돼 있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커다란 공통점을 묶어서 대안적인 가치들을 추구해 지금처럼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세상을 바꿔내는 커다란 흐름을 이뤄 내는 것이 내가 지향하는 운동인 것이다.

   
 

▲3월24일 대추리 농협창고에서 '영원하라 대추리' 935번째 촛불집회가 개최됐다. 대추리 촛불집회는 이날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 박지훈 /에큐메니안

   
 
▲3월24일 대추리 농협창고에서 '영원하라 대추리' 935번째 촛불집회가 개최됐다. 대추리 촛불집회는 이날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 박지훈 /에큐메니안
 

 


 

입력 : 2007년 04월 21일 17:33:28 / 수정 : 2007년 04월 24일 11:4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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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30 22:28 2007/04/30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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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침 2007/05/01 00:56 Modify/Delete Reply

    약골이 35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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