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택한 사람들뒤바뀐 현실 2006/12/02 02:222006년 12월 1일은 숨가쁜 날이었다.
전날 국회에서 날치기로 통과된 비정규 악법의 원천 무효를 주장하며 수 천명의 노동자들이 국회로 진격하기도 했으며, 국가보안법 제정일인 이날 인권활동가들은 국가보안법 폐지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12월 1일은 또한 세계 에이즈의 날이기도 한데,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이땅의 많은 사람들은 이날을 HIV/AIDS 감염인 인권의 날로 그 의미를 명확히 하고, 감염인들의 인권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그리고 12월 1일은 바로 평화를 위해 싸우다 감옥에 갇힌 사람들을 위한 평화수감자의 날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늘 하루 방방곡곡에서 민중의 평화와 인권을 위한 숨가쁜 투쟁들이 피어올랐다.
나는 대추리를 출발해 2006 평화수감자의 날 '평화에게 기회를' 행동에 참가하기 위해 자전거를 끌고 서울 길거리로 나갔다.
그리고 여의도 국회 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나온 수십 명의 사람들과 함께 영등포 교도소 앞까지 떼거리로 자전거를 탔다.
미국이 일으킨 전쟁과 강대국들이 보유한 핵무기와 이스라엘이 자행하고 있는 민간인 마을에 대한 공중폭격과 강제로 땅을 빼앗아 늘이려는 군사기지와 언제든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천문학적으로 부풀리고 있는 국방예산으로 얼룩진 2006년 12월, 진정 우리는 평화에게 기회를 줄 수는 없는 것일까.
평화의 페달을 밟으며 자전거를 타고 사람들이 도착한 곳은 국가폭력을 온몸으로 거부하고 당당하게 감옥에 수감된 사람들이 바로 철조망 담장 너머에 갇혀 있는 영등포 교도소 앞이다.
바로 그 담장에 우리는 '평화에게 기회를'이라는 우리의 절박한 소망이 담겨 있는 배너를 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앞에 옹기종기 모였다.
사람들의 면면이 참으로 다양했다.
감옥에서 나온 병역거부자들과 앞으로 감옥에 들어갈 병역거부자들이 서로 손을 맞잡고 따뜻한 체온을 나누고 있었고, 인권활동가들과 평화활동가들이 모여 이 행동에 담긴 의미를 공유했다.
양심에 따라 평화를 택하기 위해 병역을 거부하고 감옥에 갇힌 사람들은 감옥 바깥으로 나올 수 없어 마음으로만 이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이들이 하고 싶었던 말과 글 한 구절 한 구절이 전시되었다.
사람들은 깊이 공감하며 읽어내려 갔다.
촛불을 든 사람들과 잠베이 드럼, 기타, 피리, 탬버린 등의 악기를 든 사람들이 모여 서로 공명을 했고, 한반도 좌파펑크 카오스 클래스와 철조망을 불판으로 팀 사람들이 섞여들었다.
카메라를 든 사람들은 촬영을 하고, 북을 든 사람들은 북을 쳤다.
학생들이 왔고, 회사일을 마치고 퇴근해 바로 영등포 교도소 앞으로 달려온 노동자들이 있었다.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평화라는 이름 아래 이렇게 색색깔의 사람들이 모였고, 자생적으로 생겨나 각지에서 꾸준하고 다양한 평화운동을 벌이던 사람들이 만났다.
웃고 떠들고 노래하고 담배를 피며 춤을 추었다.
날씨는 추워서 얼어 붙을 것 같았지만 우리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북을 치고 함성을 지르고 손뼉을 치며 뒤엉켜들었다.
평화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 말이다.
춤꾼이 나오고, 평택과 영양에서온 농사꾼이 만났다.
손뼉이 마주 쳐 불꽃이 반짝이듯 촛불이 일렁이고 눈빛이 빛났다.
그렇게 형형색색의 사람들이 모였지만 모두들 국제 엠네스티에서 양심수로 지정한 김지태 이장님의 석방을 한마음으로 바라고 있었다.
한국정부는 김지태 이장을 즉각 석방하라!
권력자들은 김지태 이장님에게 폭력의 혐의를 씌워 감옥에 가두었지만 양심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들리는 법이다.
진실에 눈을 뜬 사람들에게는 보이는 법이다.
감옥에 결코 가둘 수 없는 양심의 소리를, 그 평화의 외침을 말이다.
수감된 사람들의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하는 외침이 영등포 교도소 담장을 싸고 울려 퍼진다.
이 함성은 모든 구치소와 교도소로 퍼져나갈 것이다.
감옥문을 열어제끼고 모든 양심수와 평화수감자들을 석방하라!
군사기지를 열어제끼고 무기를 녹여 없애라!
이것은 평화를 향한 목소리다.
우리의 요구는 간단하다.
수감자들의 즉각적인 석방 - 이것은 가진자들의 사법 정의를 뒤집어 엎고, 민중의 새로운 정의를 세우기 위한 혁명이다.
나는 구호를 외치듯 노래를 불렀다.
방방 뛰면서, 내 모든 생각과 염원과 에너지를 마이크에 쏟아냈다.
차가운 길바닥은 내 고향과도 같다.
6년전 내가 노래를 시작하고, 활동을 시작한 곳도 바로 그 차갑디 차가운 길바닥에서다.
그곳에서 함께 행동을 한 친구 병역거부자들의 이름을 하나씩 마음 속으로 불러보며 안타까운 12월 1일 밤을 보냈다.
오정록...
고동주...
김훈태...
김도형...
김영진... 그리고 그밖의 또 많은 사람들.
나와 함께 평화를 택한 사람들. tag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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