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쓴 글씨나의 화분 2006/08/26 11:17요샌 손으로 글씨를 많이 쓴다.
밤이 어두워지고 세상이 고요해지면 난 번역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노래를 부른다.
대추리에서는 밤에 기타를 치고 노래를 할 공간이 별로 없다.
일찍 주무시는 사람들 깨우지 않고 노래를 부르려면 주변에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가야 하는데, 황새울 들판으로 나가거나 아니면 4반뜸으로 가면 되긴 된다.
하지만 한밤중에 황새울 들판은 너무 어둡다.
게다가 밤에도 경찰과 군인들이 떠나질 않고 있는데 내 노래소리 그런 놈들에게 들려주고 싶지는 않다.
4반에는 사는 사람들이 많이 없긴 하지만 황량하기는 마찬가지다.
모기도 많다.
이래저래 대추리에 들어와서 노래를 많이 부르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어젯밤에는 너무 노래가 하고 싶어서 꾀를 하나 냈다.
새로 문을 연 밥집에 사람들이 모여서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분위기도 띄울 겸 거기에 간 것이다.
밤 11시가 넘었는데 십수명이 술을 마시고 있다.
때마침 기타를 들고 내가 나타나니 다들 반색을 하며 노래를 부르라 한다.
민의 아저씨가 직접 의자를 하나 들고온다.
올라앉아 노래를 부르기 안성마춤이다.
'아무것도 아닌 일'을 부르고 '희망의 노래'를 부르고 '평화가 무엇이냐'를 부르고 '개가 개를 먹는도다'를 불렀다.
노래를 부르지 않는 밤이면 번역을 하는데, 불판집에 컴퓨터가 없다 보니 자연히 빈 공책에 손으로 적어가게 된다.
나처럼 컴퓨터가 없으면 글을 쓰지 못할 것 같은 사람도 전기가 없는 곳에서 이른바 수고(手稿)를 만드는 것에 조금만 익숙해지면(한 일주일 정도!) 이제 컴퓨터가 없더라도 글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게 된다.
놀랍다.
사진으로 확인하시라.
내가 요새 밤마다 매달리고 있는 번역이다.
이제 서문과 1장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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