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줍다살아 꿈틀거리는 아나키 2006/07/25 00:46 머리를 기른지 5년이 지났다.
머리가 길면 묶기 위해 머리끈이 필요하다.
그런데 5년 동안 나는 머리끈을 사본 적이 없다.
다 길에서 주웠다.
머리끈이란 것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지갑이나 휴대전화나 열쇠 같은 것을 주머니에서 꺼내려고 할 때 보통 같이 빠져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자꾸 잃어버리게 된다.
잃어버릴만 하면 또 길에서 누군가 그렇게 잃어버린 머리끈을 줍게 된다.
그렇게 돌고 돌고 돈다.
대추리에서도 그렇다.
여기에는 빈집들이 더 많아졌는데, 그런 곳에 가보면 필요한 것들이 얼마든지 있다.
나는 여기에 들어와서 무엇을 사본 적이 없다.
필요한 것은 빈집에 들어가면 모두 구할 수가 있다.
부엌용품, 욕실용품, 생활용품, 악기 등등 말만 하시라.
가스렌지, 피리, 피아노, 책장, 샴푸, 치약, 그릇, 카메라, 옷가지, 이불, 라디오, 손전등, 도마, 세숫대야...
누군가 쓰고 남기고 간 것들은 뒤에 들어온 사람이 깨끗하게 닦아서 다시 사용하면 된다.
그렇게 돌고 돌고 돈다.
자원의 순환이란 참 좋은 것임을 새삼 느낀다.
더이상 뭘 만들려고 부수고, 파괴하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다.
돈 벌려고 임금노동의 노예가 되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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