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독살아 꿈틀거리는 아나키 2006/07/23 21:26인터넷을 3일만에 몇 십분 겨우 쓸 수 있게 되었는데도, 별로 답답하지 않다.
내가 생각해도 커다란 변화다.
대추리에서 새로 시작한 '이중생활'은 슬슬 적응이 되어가는 듯 싶다.
서울에 일이 생겨 급하게 들렀었는데, 처음으로 서울이 낯/설/었/다.
그곳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자란 나는 한 번도 그곳을 고향이라고 여겨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 골목골목 구석구석을 모두 알고 있어서 그곳에 있는 것이 편했고(난 낯선 곳에서는 심한 불안감을 느끼는 성격이다. 방향감각이 상실되기 때문이다), 잠시나 그곳을 벗어나 다른 곳에 갔다가 그곳으로 돌아올테면 부정하기 힘든 아늑함을 가슴으로부터 느끼곤 했다.
이젠 아니다.
그곳이 이제는 불편하다.
여전히 나는 그곳에 발 한 쪽을 밀어넣고 있지만 이제야 비로소 나는 그곳의 독을 서서히 덜어내고 있다.
서울의 독을 풀어내고 있다.
땅이 없는 곳.
자라나기 힘들고, 늙어가기도 힘든 곳.
빽빽한 자동차들과 극심한 매연과 바글거리는 사람들과 낭비와 소비와 타락과 종말, 그리고 앞이 보이지 않는 벽으로 막힌 그곳에서는 생존 자체가 문제가 된다.
먹을 것도 쓸 것도 모두 일회용 투성이인 곳.
다른 생명을 모두 아스팔트 바닥 아래 묻어버리고는 인간들만 살아남아서 서로를 밟고 더높은 곳으로 올라서려는 고약한 욕망이 지배하는 곳.
이윤추구와 무한경쟁이야말로 서울이 사람들의 몸 속 깊숙히 박아넣은 독이렸다.
땅이 없고, 하늘이 없고, 공기가 없고, 바람이 없는 곳에서의 삶은 사는 것이 아니다.
그저 쫓겨가는 것이다.
매일매일 쫓기듯 흘러가는 시간을 묻어버리고 나는 대추리 옆집에서 새로운 生活을 시작한다.
생생하게.
활기차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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