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를 받았다
나의 화분 2006/07/19 12:42내가 사는 집은 아직도 비가 샌다.
그런 집을 장기간 비워둔다는 것이 마음에 좀 걸린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원래 어제 대추리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피자매연대 일을 이것저것 마무리 짓고, 또 비가 떨어지는 부엌 바닥에 둔 세숫대야를 완전히 비우고 가려고 지금까지 머뭇거리고 있다.
커다란 세숫대야를 완전히 비워서 빗방울이 듣는 곳에 받쳐 놓았기 때문에 이제 며칠간 비가 샌다고 해도 염려가 없다.
평택에서 기타를 잃어버리고 난 후 사람들이 나에게 기타를 기증하고 있다.
참 고마운 일이다.
유니티는 자기가 쓰던 기타를 가방에 넣어서 당분간 쓰라고 빌려주었다.
그 딱딱한 기타 가방에는 유니티가 직접 그린 그림도 있어서 들고 다니면 좀 기괴해보인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훌륭한 책을 펴내고 있는 윤지선 씨도 나에게 기타를 주었다.
둘 다 손때가 묻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기타이지만 치는데 문제는 없다.
다만 이 기타를 가지고 공연을 하거나, 또는 녹음을 하는데 사용하기에는 약간 힘든 점이 있다.
그러니까 펜티엄4 컴퓨터를 쓰던 사람이 펜티엄3 사양의 컴퓨터를 쓰게 될 때의 느낌 같기도 하고, 데오레급으로 꾸며진 산악자전거를 타던 사람이 생활잔차를 타고 다닐 때의 느낌 같기도 하다.
취향이 고급이 되면 이런 문제들이 생긴다ㅠ.ㅠ
아무거나 쓸 수가 없게 된다.
갖고 있는 것이 하나도 없으면 어떤 것도 감지덕지하며 받을 수 있지만 갖고 있는 것이 늘어나면 점점 까다로워진다.
비워야 한다.
그래서 무엇에든 날 맞출 수 있어야 한다.
물건에 끌려가다 결국 이르게 되는 곳은 쇼핑몰밖에 더 있나.
새로 받은 기타들은 기타줄도 새로 갈고, 여기저기 손볼 곳도 있는데, 지금은 그냥 가만 놔두기로 했다.
대추리에 가지고 들어갈 짐이 너무 많아서 기타를 갖고 가지 못할 것 같다.
8월에 서울에 돌아오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다시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를 생각이다.
자전거 여행도 가보려고 한다.
감옥에 들어간 사람도 모두 나오고, 황새울 철조망도 완전히 걷히면 그나마 신이 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