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벌이는 내복입기 캠페인
나의 화분 2004/11/12 09:53
내복을 입으면 온도 3도의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고 한다.
즉 실내온도가 21도일 때 내복을 입고 있으면 실내온도가 마치 24도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내가 사는 집은 한겨울에 난방장치를 전혀 돌리지 않을 때 실내온도가 약 19도 정도 된다.
작년 겨울 나는 이 정도의 온도에서 옷을 두껍게 껴입고 지냈는데, 별로 춥지 않았다.
올해도 나는 내복을 입고, 두꺼운 외투를 입고 지내려고 한다.
그런데 요즘에는 정부가 나서서 내복입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모양이다.
기름값이 올랐는데, 석유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 민중들을 다시금 계몽시키려는 모양인데...
이런 정부의 작태를 보고 있자니 참 화가 난다.
정부가 정말로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안그래도 배고프고 추위에 떠는 서민들을 상대로 내복을 입자는 캠페인 홍보 따위에 돈을 쏟아부을 일이 아니다.
에너지 잡아먹는 각종 정부 사업들, 환경을 망치는 정책들 이런 것들을 중지시키는 것이 정말 에너지를 절약하는 길이다.
KTX 서울 부산 구간 몇 분 단축시키겠다고 멀쩡하고 아름다운 천성산에 구멍을 숭숭 뚫어 생명들을 무참히 죽이고, 파괴하겠다는 사업 당장 중단해야 한다.
인간의 이기심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바로 이런 KTX 사업들, 인간의 약간의 편의를 위해서 자연을 무차별적으로 착취해도 괜찮다는 사업들이 인간을 더더욱 무감각하고 이기적인 동물로 만든다.
씻을 수도, 용서받을 수도 없는 죄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골프장 건설 당장 중단하는 것이 진짜 에너지를 절약하고 이 땅을 살리는 길이다.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난 자동차들을 보라.
진짜 에너지를 절약하고 싶다면 애먼 서민들만 허리띠 졸라매도록 시킬 것이 아니라 그놈의 자동차들을 확 줄여야 한다.
예를 들어 서울 같은 도시에 모든 도로의 차선 하나를 떼어서 '자전거 전용차선'으로 만드는 것이 진짜 에너지를 절약하는 길이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려면 제일 먼저 군대에 쏟아붓는 돈부터 없애야 한다. 탱크 한 대를 움직이기 위해, 그 포탄 한 발을 발사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양의 석유를 주입해야 한다. 안보 위협 같은 거짓말 늘어놓지 말고 당장 국방비부터 삭감하고 군축을 실시해야 이놈의 정부가 진짜 에너지를 절약하려는 의지가 있구나 믿게 될 것이다.
석유 소비를 줄이겠다는 의지를 정말로 갖고 있는 정부라면 석유 한 방울 소비하는데도 망설여야 하는 못가진 민중들을 상대로 생색내기 캠페인을 벌일 것이 아니라, 거리낌 없이 석유를 소비를 하고 있는 가진자, 배부른자들을 바꿔야 할 것 아닌가?
못가진자에게는 한 없이 매섭고, 가진자에게는 한 없이 관대한 것이 이놈의 국가라는 것이다. 공무원 노조 탄압하는 것도 그렇고, 경제가 어려우니 민중들부터 고통을 짊어지라며 캠페인 벌이는 것도 그렇다.
한국은 가진자들이 마음놓고 펑펑 석유 소비를 할 수 있게 하겠다고, 이것이 그들이 말하는 국익의 실체인데, 이라크에 전투병력을 수천명 파병해놓고 이제는 그 기간을 연장시키려고 하고 있다.
나는 가진자들만을 대변하는 이 정부와 도롱뇽 항소심 최종 선고를 앞두고 있는 법원 등의 국가기구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나는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이번 겨울에도 두꺼운 외투 입고 추운 방안에서 지낼 각오가 되어 있다. 나는 석유가 없어도 잘 살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미군의 폭격으로 수많은 이라크 민중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나는 이라크 민중들이 흘린 피의 댓가로 받아올 그 석유는 더더욱 원치 않는다.
KTX 공사 중단하고 천성산을 살려라.
제주도를 비롯한 전국의 골프장 건설을 중단하라.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 중단하라.
군축을 실시하라.
파병을 철회하고 이라크 민중들에게 무릎꿇고 사과하라."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dopehead/trackback/37
- Tracked from 2004/11/12 10:20 DELETE
Subject: 정부야말로 내복 좀 입고 건강하게 살지.
* 이 글은 돕헤드님의 [정부가 벌이는 내복입기 캠페인]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나는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이번 겨울에도 두꺼운 외투 입고 추운 방안에서 지낼 각오가 되어 있다.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