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따질 수 없는 아름다움뒤바뀐 현실 2006/04/14 02:26나는 아름다움을 사랑한다.
사람은 억압과 차별을 끝장내기 위해 투쟁할 때 아름답다.
자연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문제는 아름답지 못한 인간들이 자연을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는다는데 있다.
아래 사진을 보라.
벌새 한 마리가 꽃에서 꿀을 따먹고 있다.
아름답지 않은가?
이 아름다움이 주는 감동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다.
새만금 갯벌에 갈 때마다 나는 조그만 조개 한 마리, 조그만 게 한 마리가 몰고오는 잔잔한 감동을 느낀다.
다가가 말을 걸고 싶지만 그 처연한 아름다움을 그냥 그대로 놔두고 멀리서 지켜만 본다.
아래 조그만 친구는 이름마저도 아름다운 '서해비단고둥'이다.
계화도 앞 갯벌에 나갔을 때 우연히 내 앞을 지나치던 친구.
자세히 보고 싶지만 지은이 빌려준 카메라로는 접사가 되지 않아 그저 멀리서 바라볼 뿐이다.
그런데 요놈이 비단처럼 아릅답기나 한걸까?
물론이다.
전문가가 찍은 서해비단고둥의 사진을 보라.
천천히 움직이는 요놈을 보고 있노라면 할 말이 없어진다.
그저 놀랍고 신기하고 아름다울 뿐이다.
요 친구가 움직이며 만들어내는 기하하적 궤적이 또한 아름답다.
새만금 갯벌이 막히면 이제 그곳에서 이 친구들을 다시는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비단결처럼 고와 서해비단고둥으로 불리는 이 아이들을 그냥 내버려 두어야 한다.
자신이 태어나 살아온 곳에서 계속 살 수 있도록 갯벌을 그대로 내버려 두어야 한다.
대추리, 도두리 농민들이 계속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내버려 두어야 하는 것처럼 서해비단고둥이 비단같은 자태를 계속 뽐낼 수 있도록 물막이 공사를 멈추고 방조제를 터야 한다.
올 가을, 해가 지는 황새울 들녘에서 누렇게 익어갈 벼들을 생각하면 그 처연한 아름다움에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인다.
나는 그 설레는 가슴을 안고 새만금 갯벌로 달려갈 것이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내 앞으로 천천히 기어올 서해비단고둥에게 조그만 소리로 인사할 것이다.
그대로 있어줘서 고맙다고.
이렇게 아름다운 가을을 맞게 해줘서 진심으로 고맙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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