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감
나의 화분 2006/04/12 16:58난 의무감이 싫다.
내가 좋아하는 일들도 의무감에 하려면 좀처럼 하기가 싫어지고 지겨운 것이 되어버린다.
4집 앨범 준비에 틈틈히 돌입한 가운데 요 며칠 의무감에, 다시 말하자면 먹고살기 위해 번역을 좀 했더니 번역 자체가 악몽이 되어버렸다.
번역은 원래 내가 좋아하는 일인데도 말이다.
평택에 가는 것도, 새만금에 가는 것도, 투쟁을 하고, 활동을 하고, 노래를 하고, 번역을 하고, 책을 내고, 음반을 내는 것도 모두 의무감에 한다면 난 이미 홧병에 쓰러졌을지도 모른다.
아직도 의무감 때문에 투쟁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 너무도 많고, 그것이 내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며 내 생존조건이기도 하지만 최소한 나는 지난 몇년간 의무감 때문에 투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완벽하게 내가 원하기 때문에 투쟁을 할 수 있도록 나 자신을 변화시켜왔고, 그 자체가 또 다른 투쟁이었다.
투쟁없이 쟁취없다는 구호를 나는 신뢰한다.
의무에서 벗어나려면 투쟁해야 한다.
지겹고, 질기게 싸워야 한다.
순수한 기쁨으로 모든 일을 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