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경야창(晝耕夜唱)의 꿈살아 꿈틀거리는 아나키 2006/04/04 04:56주경야창(晝耕夜唱)의 꿈이다.
낮에는 논과 밭을 갈아 먹거리를 마련하고 밤에는 노래를 하며 풍류를 즐기는 삶이다.
오래 전부터 가져온 이 꿈을 언제 실현할 수 있을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이제는 더이상 늦출 수만은 없다.
요즘 나는 4집 앨범 준비에 돌입했다.
'4집'이라니, 아니 내가 벌써 그렇게 되었나?
후후, 그렇게 되었다.
원래 4집 앨범은 2005년에 발표할 생각이었지만 곡들을 계속 쓰면서 투쟁에 몰두하느라 해가 넘어가고 말았다.
그래서 올해는 농사도 짓고, 조개도 잡고, 앨범도 발표하고 싶은 소망이다.
4집 앨범작업은 아예 처음부터 대추리에서 시작하려고 마음 먹었었다.
대추리에 살면서 만들어 놓은 곡들을 다듬고, 편곡도 하고, 기타도 치고 노래도 하는 등 녹음 작업도 하면서 틈틈이 주민들 그리고 대추리에 오는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앨범을 만들 생각이었다.
좋은 생각 같았다.
대추리에서 만드는 노래 앨범이라.
그 자체로 흥분해서 나는 세부적인 계획을 착착 진행시켜 나갔다.
기획이 다듬어졌다.
대추리와 새만금을 오가며 만드는 계획이 세워진 것이다.
들어갈 곡들과 분위기, 그리고 전체 앨범의 상과 얼개들이 짜여졌고, 작업은 어떻게 하면 좋을 것이며, 그 작업을 위해 필요한 것들과 시간과 비용까지 착착 구상이 짜여졌다.
기획안이 대강 완성되고 보니 생각보다 돈이 좀더 들어갈 것 같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나름대로 복안도 마련했다.
친한 친구들에게서 후원을 받는 것이다.
난 후원을 받아본 적이 없는데, 이번 4집 앨범 준비를 위해 한시적으로 후원을 받는 것이다.
아마 몇몇 사람들은 기꺼이 또는 흔쾌히 돈을 내줄 것이다.
그런데 문제들이 생겼다.
음악앨범을 만들기 위해서는 소리를 녹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데, 요즘에는 컴퓨터로 작업을 다 할 수가 있게 되었다.
이른바 홈레코딩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그걸 하려면 컴퓨터를 사용해야 하는데, 컴퓨터를 돌리려면 전기가 있어야 한다.
보통 음반 작업을 하면 하루에 10시간 이상씩 컴퓨터를 쓰게 된다.
악기를 직접 연주하지 않고 미디 작업과 샘플 작업으로 대신하려면 그렇게 된다.
이제는 음악을 한다는 것은 악기를 연주한다기 보다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하는 것에 더 가까워졌다.
그런데 대추리에서 그렇게 매일 컴퓨터를 돌리기 위해 전기를 쓸 수 있을까?
대추리에서는 전기를 끌어다 써야 하는 상황에서 점점 높아지는 전기의 누진세 때문에 사람들이 한 시간 컴퓨터를 사용해도 마음 편하게 쓰지 못한다는 사실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대추리에서 나는 음반 작업을 잘 할 수 있을까?
전기를 무진장 소모하면서 말이다.
요즘의 전기는 3분의 1이 원자력에서 나온다.
죽음을 담보로 전기를 사용하는 꼴이다.
화력 발전 역시 과거와 미래의 에너지를 약탈하는 꼴이다.
지금 시대에 전기를 사용하는 것은 지속불가능하며, 심한 오염을 유발시키고, 지구를 착취하는 것이다.
한 달에 한 번 전기를 끈다고 이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결국 나는 음반 작업 구상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대추리와 새만금에서 음반을 만들기 위해서는 전기를 거의 쓰지 않는 형태로 작업을 해야 하고,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음반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 살고 있는 거대한 수렁을 벗어나기 힘들다.
나는 기로에 서있다.
대추리에서 영농학교가 열린다고 한다.
강사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신종원 씨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신종원 씨가 하는 영농학교에는 꼭 가보고 싶다.
주경야창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그리고 내 삶의 뿌리를 바꾸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하필 금요일이다.
금요일은 하는 일이 많은데...
이래저리 고민이 많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있다. tag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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