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2.7km

나의 화분 2006/03/23 18:42

이 시를 처음 읽던 날 밤을 잊을 수가 없다.

 

이제는 한창 새만금 물막이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서 '영원히 만족할 수 없는 소비사회의 완성까지' 2.7km도 채 남지 않았는데 어쩌나.

무덤덤하게 이대로 우리들 세상이 끝나가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하는 것일까.

어쩌면 좋을꺼나.



최후의 2.7km

- 야마시타 히로요시(한일 갯벌 공동 조사단)


그곳엔 벗들이 있고
많은 생물들이 있다
그들의 웃음소리와 활기 넘치는 생명이
사라지려 한다
최후의 2.7km가 닫혀서

여기서 백합을 캐
여기서 물고기를 기다렸던
아주 옛날부터 전해온 바다의 선물과
평화로운 삶이 사라지려 한다
최후의 2.7km가 닫혀서

거기에는 높은 빌딩이 생기겠지
멋진 쇼핑센터도
바다 따위 없었던 것처럼
어부 따위 없었던 것처럼
새로운 생활의 시작이래
최후의 2.7km가 닫혀서

게들은 뻘구멍 안에서
영원히 오지 않을 파도를 기다린다
구멍 밑에서 말라
바다를 꿈꾸며 죽어가네
최후의 2.7km가 닫혀서

간척지에는 수많은 하얀 조개껍질
'미래'에 지불하게 될 막대한 생명
하지만 안보이는 척, 들리지 않는 척 해야지
얼마남지 않았다
겨우 2.7km

저녁노을이 사라지고
바다가 만들어내는 대지도 없다
조개를 캐는 뻘투성이 아줌마도
우리들 세상은 끝난다
최후의 2.7km가 닫혀서

우리들 세상은 끝난다
이제는 멋진 옷 차려입고 허세부리며 사세요
텔레비전과 컴퓨터를 들여다보며
당신은 즐겁게 사세요
뻘로 더러워질 걱정없는 곳에서

당신의 바다에 있던 것을
쇼핑센터에서 사세요
'잃어버린 것'을 사기 위해
'어디에도 없는 것'을 찾아
평생 회사에서 일하세요

간척지가 말라가는 것처럼
마음은 영원히 메마르고
당신은 영원히 만족할 수 없는
그런 소비사회의 완성까지
겨우 2.7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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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23 18:42 2006/03/23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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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자드 2006/03/23 22:03 Modify/Delete Reply

    아주 아름다운 시네요.
    다시 또 싸워야겠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싸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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