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란 이런 것인지도 모르겠다살아 꿈틀거리는 아나키 2006/02/16 00:51녹초가 되어 집에 돌아왔다.
원래 대추리에 있다가 바로 울진으로 자전거를 타고 가려고 했는데, 급한 연락이 왔다.
급작스레 여행을 가게 되어서 여권이 필요해진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100km를 달려서 집에 와보니, 아뿔사, 여권의 유효기간이 지나버렸네!
당분간은 해외에 나갈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나는 이 여권의 유효기간이 이미 작년에 만료되었다는 것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이를 어쩌나.
일이 뒤죽박죽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당장 내일 아침에 여권을 만들러 가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바로 울진으로 자전거를 타고 출발해야 하나?
내일 당장 여권 발급 신청을 한다고 해서 그게 곧 나오리라는 법도 없다.
최근에 여권을 발급받은 빠쳄이 그러는데 한 15일 걸린다고 한다.
15일이라.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요즘처럼 자전거를 많이 그리고 자주 타고 다닌 적은 없었다.
집에서 수원이나 대추리를 갈 때 거의 자전거를 타고 다니니까 매일 아랫집 가는 것 말고도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100km씩 타는 것이다.
자전거를 타든 안타든 원래 사람의 몸은 매일매일 변하기 마련이다.
자전거를 더 많이 타면서 내 몸은 자전거를 타기에 알맞은 체형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다.
상체에 붙어있던 지방이나 근육은 모두 없어지고, 대신 하체는 굵어지고 있다.
목욕을 하고, 아주 오랜만에 내 전신나체를 찬찬히 거울에 비춰 보았다.
처음 딱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돕, 너 많이 말랐구나.'
구석구석 살펴보았다.
확실히 몇 년 전 내 몸과 많이 달라졌다.
내 껍질에서 더이상 윤기가 흐르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서 일까?
아니면 내가 껍질에 아무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서 일까?
뭐, 그럼 좀 어때.
어차피 사람껍질이 귤껍질과 같으니.
그저 매일 변하고 있는 나 자신을 확인한 것으로 만족해야겠다.
그 변화의 방향을 나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이게 자유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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