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게 취하다나의 화분 2006/02/14 10:22나는 술냄새가 싫다.
술취한 사람이 싫고, 특히 술취한 아저씨들은 더더욱 싫다.
그러나 예외는 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나는 술냄새는 오히려 날 흥분시킨다.
난 기분 좋게 취할 수가 없다.
술이 몸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괴로움이 시작되기 때문에 난 술을 마시지 못한다/않는다.
그런 날보고 어떤 이는 행운이라고 하기도 하고, 그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며 측은해하는 이도 있다.
난 술을 마시지 못하는 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술대신 난 다른 즐거움들이 많다.
술을 마시지도 않았는데 내가 기분 좋게 취할 때가 몇 번 있었다.
연인에게서 나는 술냄새에 취한 적이 몇 번.
그리고 친한 사람들, 좋아하는 활동가 친구들과의 술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그 분위기 때문에 술을 마시지 않은 나까지 진짜로 취한 적이 몇 번 있었다.
기분 좋게 취할 때 나는 춤을 추고, 막 웃고, 내가 알지도 못하는 말을 지껄인다.
그리곤 편안해진다.
그 순간만큼은 아무런 근심도, 슬픔도 없어졌었다.
아침인데 기분 좋게 취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건 아마 내 평생 오늘이 처음인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이 술에 적당히 취해서 내가 누워 있는 침대로 올라와 나에게 키스를 하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다.
히히.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을 보며 우리는 로맨틱한 섹스를 나눈다.
속삭인다.
오랜만이라고.
어서오라고.
반갑다고.
안는다.
쓰다듬는다.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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