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자를 만났다식물성의 저항 2006/01/04 04:56박노자를 만났다.
직접 그를 만난 건 이번이 두 번째였다.
전쟁없는세상 세미나에 그가 참석한 것이다.
조촐한 자리에 와준 그가 고맙다.
가까운 거리에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이 주제에서 저 주제로 막힘 없는 얘기들이 오고갔다.
근대사, 비폭력, 자본주의, 권력, 맑스주의, 가부장제, 아나키즘, 일부일처제, 국가, 학교, 군대, 양명학과 성리학, 사민주의와 급진 좌파에 이르기까지 서로의 생각을 묻고 답하면서 마치 내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채식 뷔페에 온 것 같았다.
어릴적 동산에서 마음껏 뛰논 기분이었다.
박노자의 설명은 쉽고 명쾌하다.
어렵고 복잡한 주제들을 이렇게 간단하게 정리해낼 수 있는 것은 그가 박학다식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뚜렷한 입장을 견지하면서 그것을 삶 속에서 구체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점에서 그는 조제 보베와 닮았다.
3시간 가량 자유로운 토론을 마치고 우린 저녁을 먹으러 갔다.
바쁜 사람을 오래 붙잡고 있자니 미안했지만 그래도 밥은 사줘야 할 것 같았다.
예상대로 그는 비육식을 했는데, 채식을 하는 나보고 노르웨이에서는 어류를 많이 먹기 때문에 그것마저 먹지 않을 수는 없다고 했다.
이해한다.
척박한 내륙지방에서 양을 기르며 생활하는 조제 보베가 육식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나는 이해한다.
이런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 평소에 내가 갖고 있던 (막연했던) 생각들, 내가 하는 실천들이 더욱 분명하게 다가온다.
확신이 되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직접적으로 가르쳐주는 것은 없지만, 나에게 이미 내재되어 있던 것을 끄집어내 그것을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드는 놀라운 역할을 한다.
나는 이것을 감화(感化)라고 부르고자 한다. tag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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