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어둠에 취하다
나의 화분 2005/12/17 00:00어린이와 평화팀 공연 때문에 부여에 왔어요.
박기범의 강연, 이름 없는 공연팀의 퍼포먼스 그리고 조약골이 노래를 했네요.
좀 숙연한 분위기가 여기 부여와 잘 어울렸던 것 같아요.
이곳은 하루종일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어요.
계화도에 있는 것 처럼 세상이 너무나 아름다워요.
온통 세상이 흰색, 반짝거리는 은색이에요.
부여는 서울처럼 밤에도 휘황찬란하지 않아서 좋아요.
길에 다니는 사람은 없고, 아스팔트 길은 내린 눈이 얼어붙어서 자동차도 없어요.
불빛도 없는 바깥은 아주 어둡답니다.
그런데 눈이 온세상을 뒤덮고 있으니까 또 그것이 밝게 빛나고 있어요.
'흰 어둠'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밝은 어둠'이라고 해야 하나.
눈발이 막 날리는데, 불빛은 하나도 없고, 도로 가에 놓인 경찰차 지붕 위에 붙어 있는 파란색, 빨간색 불빛만 깜빡이고 있어요.
고요한 세상에 필요 없을 것 같은 그 경찰 불빛.
그 불빛이 마치 나이트클럽의 번쩍이는 불빛처럼 빛나고 있어요.
그 불빛 주위로 휘날리는 눈송이 하나하나가 반짝반짝 빛이 나네요.
빛이 나는 눈송이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나는 다른 사람들이 모두 술을 마시러 술집으로 가는데, 혼자서 그 아름다움에 취해 오래도록 서 있어요.
눈덮인 계화도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밤이 되면 더욱 아름다운 살금갯벌도 생각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