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활동가들의 점거를 지지한다나의 화분 2005/12/16 00:20인권운동하는 친구들이 경찰청 인권보호센터를 점거해 농성을 벌이고 있다.
참으로 멋진 비폭력직접행동이다.
철문이 굳게 닫혀 있는 옛 남영동 대공분실 앞에서 나는 노래를 부르고, 구호를 외치며 이들과 연대했다.
경찰이 인권을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경찰은 결국 공권력을 집행하는 기관이고,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폭력을 행사하는 집단 아닌가?
이들이 인권 운운한다고 본질이 변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지난 10월 4일에 이들이 인권경찰 비전 선포식 이라는 것을 했을 때도 난 코웃음을 쳤다.
경찰폭력은 절대로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폭력을 독점한 채 일상적으로 이종우 같은 사람들로부터 세뇌를 받으며 진압 연습을 하는 전, 의경들이 폭력 이외에 도대체 무엇을 알 수 있다는 말인가?
이들이 인권을 내세운 것 자체가 기만인데, 이들은 게다가 인권을 '보호'해주겠다고까지 한다.
얼마나 인권에 대해 경찰이 무지한지 잘 드러내주는 대목이다.
인권이란 모든 인간이 갖고 있는 기본권이기 때문에 경찰 같은 폭력집단이 보호해주는 것이 아니다.
인권은 실천하는 것이고, 우리의 삶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야 하는 것이다.
경찰이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순간, 경찰은 시민들 위에 군림하는 존재라고 스스로 선언한 꼴에 지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보호란 보통 힘 있는 자가 힘 없는 자를 지켜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찰이 인권을 보호하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시민들의 인권이 실종되는 것이다.
보호란 말에 대해서 좀더 쉽게 설명을 해보자면 '자연보호' 또는 '환경보존'이라는 말로 예를 들어볼 수 있다.
요새는 환경의 중요성을 나부랭이 공무원들이나 심지어 우익단체들마저도 인지를 하고 있는 모양인지, 화장실이나 기차역이나 이런 곳에 관변단체들이 붙여 놓은 '자연을 보호합시다' '환경을 보호합시다' 같은 스티커를 자주 보게 된다.
그런데 웃긴 것은 사람이 자연을 보호한다는 것이다.
자연보호라는 관념은 이미 사람이 자연보다 우월한 존재라는 가정 하에 성립하는 것이며, 약하고 부서지기 쉬운 자연을, 의식이 깨인 인간이 나서서 감싸주어야 한다는 지극히 권력적인 발상이다.
자연이 이렇게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까지 망가진 것은 인간이 자연을 보호할 대상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이것은 환경운동의 '가나다'와도 같다.
자연을 인간의 보호대상으로 보는 것, 그래서 인간이 보호하기만 하면 자연이 살아날 것이라는 생각, 아니 인간이 자연을 보호할 수 있다는 생각, 이런 것들이 모두 지금의 환경 재앙을 가져온 출발점이다.
인간은 환경과 나눠서 존재할 수도 없고, 인간과 환경을 나눠서 생각할 수도 없다.
인간 자체가 환경이다.
누가 누구를 지켜주고 누가 누구를 보호한다는 생각 자체가 우리에게 뿌리 깊이 박혀 있는 서양의 이분법 철학에 바탕을 둔 인간중심주의다.
인권 역시 마찬가지다.
인간과 인권을 나눌 수 없듯이 어떤 존재가 인권을 지켜준다고, 보호해준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 존재가 특히 경찰이라면 더더욱 말이 되지 않는 소리다.
가진자와 권력자들이 요즘 자주 사용하는 말이 인권, 평화, 생명이다.
난 그런 자들이 이런 말을 사용할 때마다 구토가 일어난다.
자신의 추악한 본질을 적당히 숨기기 위해 갖다 붙인 가치들.
인권과 평화와 생명을 말하기에 이미 손에 너무 많은 피를 묻힌 자들은 당장 입을 다물라.
그런 되먹지 못한 자들에게 진정한 인권과 생명의 가치가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고 있는 인권단체 활동가들에게 경찰은 무릎을 꿇고 정중히 머리를 숙여야 한다.
그리고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모든 존엄한 존재들의 간절한 외침을 대신 받들어 내세운 기본적인 요구조건들을 경찰은 즉각 수용해야 할 것이다.
상시적으로 폭력진압을 훈련하는 모든 기동단과 전투경찰은 즉각 해체되어야 한다.
고 전용철 열사 살인진압의 책임을 지고 허준영 경찰청장은 사퇴하라.
살인진압을 현장에서 지휘하고도 직위해제에 그친 이종무 경무관을 살인죄로 구속 처벌하라.
그리고 풀뿌리 민중들의 절박한 요구를 외면한 채 경찰폭력을 일삼으며, 이땅의 농민과 노동자들을 모조리 죽음의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노무현은 대통령직을 사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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