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들의 봉기에 대하여

살아 꿈틀거리는 아나키 2005/12/09 02:58
무화과님의 [과학이 종교가 되는 순간] 에 관련된 글.

실은 말야, 황우석(이 대체 뭐하는 사람이야?)에 관한 한 난 오히려 맘이 편해.
MBC가 프로그램을 폐쇄하든, 광고가 없어지든, 설령 무너지든 그러라고 해.
난 사실 황우석이 누군지도 잘 모르고 관심도 없어.
쟤들 요즘 왜 이리 설쳐대니?
이런 정도야.
국가의 직접적 폭력이 아니라 인민들끼리 벌이는 짓꺼리이니까 그냥 내버려두라고 생각하고 있어.
사람들이 좀 심심했나보다, 왜 한국사람들은 주기적으로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즉 봉기를 해서 하나의 대상을 무차별적으로 깔아뭉게는데 선수들이잖아.
요즘 좀 잠잠했지 뭐.
그런 인민들에 의해 황우석이 영웅이 되든, 노벨상을 수상하든 그러라고 해.
어차피 그런 인민들은 또 독도로 몰려가거나 어디로 몰려가게 될테니까.
 
다만, 자꾸 여성의 난자를 무슨 도구 다루듯 하는 모습이나 언론 보도 때문에 마음이 무척 불편해.
여성은 사라지고 난자제공자들만 남은 느낌이야. 
그렇게 생각하니 정말 소름이 오싹 돋아나네.
 
하지만 그것도 그냥 완전히 그를 지워버리면 의외로 속은 편해.
모르는 것이 약이랄까.
그런 점에서 몰라도 될 것을 모를 수 있는 그런 세상에서 살고 싶어.
내가 진짜 알아야 할 것들만을 알아도 부족한데, 황우석 같은 쓰레기들로 머리 속을 어지럽히고 싶지 않거든.
 
우리가 진짜 주목하고, 알아야 할 것은 바로 국가가 나서서 자행하는 직접적 폭력이잖아.
자이툰 부대 파병 재연장안도 그렇고, 전용철 열사를 때려죽인 것도 그렇잖아.
이주노동자들에 대해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이 폭력적으로 연행해 강제추방 시키는 것도 그렇고, 그것을 비호하는 국가인권위원회도 그렇잖아.
평택의 푸르른 들녘을 군대에 손아귀에 쥐어 주려는 것도 이놈의 뻔뻔한 국가가 나서서 자행하는 폭력이잖아.
새만금의 드넓은 갯벌을 모두 메워서 가진자들의 땅투기를 위해 개발하겠다는 것도 '국책산업'이라는 거짓 명분을 내세운 끔찍한 폭력에 지나지않잖아.
농민들은 당장에라도 벌떼처럼 들고 일어날 판이고, 비정규직 더 만들지 말라고 노동자들이 절규하는 판인데, 추운 겨울 이주노동자들은 국경에 갇히지 않는 진정한 인권을 요구하며 점거에 나서는데, 평택을 지키기 위한 주민들의 절박한 투쟁은 끊이지 않는데, 정작 필요한 인민들의 봉기는 황우석을 지켜주기 위해 일어나고 있으니 안타깝고 슬플 뿐이야.
 
난 사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인민대중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는 봉기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고 있어.
집단으로 몰려가는 것에 끼기는 쉽지.
그 집단에 매몰되어 하나의 우상을 만들어내고 지지하기는 쉽지.
그런데 혹여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일어날 인민 봉기 역시나 그런 식으로 흘러가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마저 드는 것이야.
먹이감을 향해 함깨 달려들면서 나를 동화시켜버리고는 그 과정에서 태어난 영웅을 향해 충성을 맹세해버리는 인민의 봉기라면 쓸모가 없다고 생각해.
 
그렇지 않은 봉기가 가능할까?
다양한 벌떼들이 다양한 요구조건을 내걸고 끈질기게 몰려다니며 그것들을 이룬 뒤에는 아무도 남지 않고 깨끗이 사라지는 그런 봉기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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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09 02:58 2005/12/09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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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무화과 2005/12/09 06:19 Modify/Delete Reply

    국가폭력에 저항하는 일은 얼마든지 즐거운 일이야.
    두렵기도 하지만.
    하지만 인민의 협조없는 파시즘은 없는것처럼
    인민이 독재에 적극가담할때는 사실 암담해...ㅠㅠ
    그리고 사람들의 배려없음이 너무 무서워.
    언제 내 가족과 내 친구들의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며
    나를 협박할지 모르고 내 블로그가 처참하게
    테러당할까봐...

  2. 2005/12/09 07:48 Modify/Delete Reply

    그래, 그래. 사실 무시해버리기엔 그들의 광기가 너무도 격렬하고 살기등등하지. 난 이 메뚜기떼가 어서 빨리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어.

  3. 아침 2005/12/09 23:08 Modify/Delete Reply

    무화과가 과연 그런 걱정을 하고 있는거야? 정말 무서워하고 있어?

  4. 용석 2005/12/10 02:50 Modify/Delete Reply

    그럼 내가 그 친구 잘 아는데,
    정말 무서워하고 있어.
    걱정없이 사는 친구처럼 보이지만 사실
    생각이 많고 속이 깊은 친구거든.

  5. CINA 2005/12/11 08:22 Modify/Delete Reply

    do you know about that
    http://www.indymedia.org/de/2005/12/829585.shtm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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