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평화대행진 다녀오다
평화가 무엇이냐 2005/07/11 20:17만 명이 넘게 온 것 같고요 그래서 300일 넘게 약간 외롭게 촛불시위 하던 팽성 주민분들도 힘을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행사 끝 부분에 팽성 주민들이 모두 무대 위로 올라가서 함께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퍽 감동적이었어요.
수 많은 사람들이 평택 미군기지 확장 문제를 단순히 평택 지역의 문제로 보지 않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평화문제로 여기고 있어서 기분이 좋았어요.
행사를 마치고 평화대행진을 하러 나가기 전에 거대한 성조기를 참가자들이 찢어버리는 순서가 있었는데, 제 맘 속으로는 성조기와 함께 태극기도 발기발기 찢어버리고 싶었습니다.
저는 자전거를 타고 갔는데, 저말고 자전거를 타고 온 사람은 몇몇 마을 주민들 말고는 없더군요.
경찰들은 정말이지 개미떼처럼 많더군요.
대추리 초등학교 들어가는 좁은 길에 새까맣게 진을 치고 앉아서 시위대들을 위협했어요.
좁은 길에 한 쪽은 미군기지 철조망이고 다른 쪽은 논밭 진흙탕인데, 그 길을 거의 다 경찰들이 잡아먹고 평화행진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길을 잘 내주지 않았어요.
그런 상황에서는 사람들이 서로 감정이 격해지고 쉽게 큰소리를 치게 되면서 충돌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렇게 좁은 진입로에 경찰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평화행진을 막으려 한 것이 애초부터 잘못이었던 것 같아요.
경찰 간부들은 무전기를 들고 시위대를 방패로 밀쳐서 논으로 떨어뜨리라고 종용하더군요.
결국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말았습니다.
바로 앞에서 피를 흘리며 사람들의 부축을 받고 나가는 사람들도 많이 보았고요.
눈 주위에 방패로 맞아서 찢어신 사람, 머리에 피를 줄줄 흘리는 사람...
평화대행진이라는데, 참가자들 옷은 진흙과 피로 범벅이 되어 있더군요.
저는 최대한 충돌을 피하려고 좁은 길을 조심스레 걸어갔는데, 자전거를 들고 헬멧을 쓰고 있어서인지 다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머리 위로는 미군 전투기와 헬리콥터들이 시위라도 하듯, 평화대행진 참가자들을 사진이라도 찍듯 날아다니니 정말 화도 나더군요.
엄청나게 넓은 미군기지. 그리고 그것을 지키려고 새까맣게 몰려 진을 치고 있는 경찰 개들...
평화로워야 할 녹색의 들녘이 이들로 인해 피범벅이 되는 것 같아서 다시 한번 팽성 주민들이 외치는 구호를 따라 외치게 됩니다.
"오는 미군 막아내고, 있는 미군 몰아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