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04 온평리, 신산리 일대 남방큰돌고래 서식처 답사를 다녀왔습니다
나의 화분 2016/01/04 23:472016년 1월 4일 오늘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에서부터 표선읍까지 제주 남방큰돌고래 모니터링을 다녀왔습니다. 온평리-난산리-신산리-삼달리-신천리를 지나 표선읍까지 이어지는 단조로운 해안길이었습니다.
안개가 끼었으나 바다는 잠잠했고, 날씨는 그리 춥지 않았습니다. 이곳은 현재 정부의 일방적인 제주신공항 건설 계획 발표로 주민들이 나서서 '제2공항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는 지역입니다. 마치 강정마을 곳곳에 '해군기지 결사반대' 노란 깃발이 매달려 있는 것처럼 온평리와 신산리에는 마을 전역에 제2공항 반대 깃발을 달아 놓았습니다.
이곳에 제2공항이 들어선다는 것은 바꿔 말하자면 이곳에 개발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이지요. 이것은 뒤집어 말하자면 아직 바다와 마을 일대가 덜 개발되어 있다는 것이고, 상대적으로 생태계가 양호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온평리에서 표선에 이르는 해안은 겨울인데도 마을 해녀들이 물질하는 모습을 계속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이곳엔 환해장성이 아직 제 모습을 그대로 남겨놓고 있습니다. 긴 해안선을 따라 군데군데 마을 포구들이 나오는데, 그밖엔 주로 양식장들이 해안가에 들어서 있습니다. 그곳엔 양식장 배출수에 섞여 바다로 배출되어 나오는 사료 찌꺼기를 먹으려고 물고기들이 몰려들고, 이 물고기를 먹으려고 갈매기와 가마우지들이 모여듭니다. 아마 돌고래들도 찾아올 것입니다. 핫핑크돌핀스가 이번에 온평리-표선 바다에서 제주 남방큰돌고래 모니터링을 해보고자 사전답사를 다녀온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온평리에서 시작하는 올레 3코스를 따라 몇 시간을 걷습니다. 해녀들과 마을 포구, 휘이익 부는 날카로운 바람, 띄엄띄엄 앉아 있는 나지막한 집들과 높고 낮은 돌담, 똑같이 생긴 것이 단 하나도 없는 현무암 갯바위들과 양식장 주위에 모인 새들 그리고 낚시꾼들. 전형적인 제주 해안가의 풍경입니다. 한 손엔 카메라를 들고 고개를 바닷가 쪽으로 젖힌 채 돌고래가 나타나면 언제든 갯바위로 날쌔게 튀어나갈 마음의 준비를 하며 걷고 또 걷습니다. 목이 한쪽 방향으로만 고정되어 걷다 보니 딱딱하게 굳어가는 느낌입니다. 몇 시간이 흐를 무렵 갑자기 탁트인 바닷가를 바라보고 서있는 드넓은 신천목장이 나타납니다. 말들이 풀을 뜯고 있습니다. 바다는 널찍하고 평화롭습니다. 시야를 방해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돌고래들만 나타나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네요. 목을 빼고 목장에 앉아 하염없이 기다려봅니다.
결국 오늘 모니터링에서 돌고래들은 만나지 못했습니다. 제주는 남방큰돌고래들의 북방한계선입니다. 전 세계 여러 곳에서 남방큰돌고래들이 살아가지만, 주로 열대와 아열대의 연안에 가까운 바다에서 사는 이들의 특성상 높은 위도나 깊은 바다 등 겨울에 수온이 내려가는 곳에서는 살지 못합니다. 아마도 몸에 지방층이 다른 고래류에 비해 더 얇은 편이겠지요. 그래서 제주 바다는 북반구에 사는 남방큰돌고래들이 사는 가장 높은 위도입니다. 그래서 특히 겨울에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이 더 걱정이 됩니다. 날씨는 추워지고, 수온은 내려가는데, 먹이는 잘 먹고 있는 것일까요?
다행히 2015년 12월 30일의 대정읍 모니터링에서 새로 태어난 새끼 돌고래들이 수면 위로 점프하며 활발하게 지내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대정읍 영락리, 신도리, 일과리 일대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약 30여 마리의 남방큰돌고래들이 한겨울에도 활발하게 먹이활동을 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촬영까지 해두었습니다. 아마 이 돌고래들은 상황에 따라 애월, 김녕, 하도리 등에 사는 무리들과 때에 따라 어울려 더 큰 무리를 짓거나 또는 대정읍 일대에 머물며 소그룹으로 활동하며 저 넓은 바다를 자유롭게 휘젓고 다닐테지요. 아직은 제주 바다가 돌고래들을 품고 있지만 개발과 오염이 가속화되고 불법포획과 혼획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앞으로 이 돌고래들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아무것도 없는 망망대해를 혈혈단신 홀로 굽어보며 어딘가에 있을 남방큰돌고래들이 나타나기만을 바래봅니다. 돌고래들이 나타난다면 그제서야 좀 숨통이 트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