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전야 강정마을
평화가 무엇이냐 2012/03/04 23:16
지난 2월 22일 이명박이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를 수많은 인권탄압과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강행하라는 지시를 내린 뒤부터 지금 이곳 강정마을은 '폭풍 전야'입니다.
2월 29일에는 국무총리실에서 제주도가 낸 '해군기지 설계 오류' 의견도 완전히 무시하고, 이 사업을 강행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그 이후로 이제 곧 강정 앞바다에 대한 준설작업과 구럼비 바위에 대한 발파 작업이 이뤄질 예정으로 있습니다.
또한 이런 공사를 강행하기 위해 육지에서 전투경찰을 내려보내 주민들에 대한 공권력의 겁주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이 정권이 제주도의 의견조차 무시하며 일방적으로 해군기지 사업을 강행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한국 사회가 중요한 가치로 지켜온 민주주의, 인권, 평화, 생태 등의 가치가 훼손되고 짓밟히고 있습니다.
한편 해군기지 백지화를 주장하며 목숨을 걸고 감옥 안에서 무기한으로 단식투쟁을 하고 있는 양윤모 선생님은 26일이 넘도록 여전히 단식을 이어가고 있으며, 구럼비 발파가 이뤄질 경우 물과 소금까지도 끊고 완전히 목숨을 버릴 각오라고 말씀합니다.
상황이 너무나 절박합니다.
제주도와 전쟁이라도 선포한 듯한 분위기에서 마을 주민들과 함께 현장인 강정마을에서 생활하고 있는 여러 평화활동가들 그리고 많은 종교인들이 한 목소리로 구럼비 발파 중단과 해군기지 공사 전면 백지화, 강정마을 특별검사제 도입 그리고 생명평화공원 조성을 통한 마을 공동체 회복을 외치고 있습니다.
제발 강정마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시고, 주변에 사람들을 설득하여 함께 강정마을로 내려와 주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힘들면 강정마을 소식을 주변에 널리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뉴스타파 6회 동영상도 널리 퍼날라주세요.
아래 글은 저희들과 함께 강정마을에서 살고 있는 평화활동가 유가일 님이 쓴 글입니다.
읽어보시고, 강정의 평화를 지키는 일에 동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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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이 심하게 치는 강정의 밤. 의례회관에서는 이번 주 상황에 대한 대책회의가 한창입니다. 그리고 저는 두렵고, 마음이 복잡합니다. 지난 여름부터 보고겪었던 마을봉쇄와 폭력, 극한 혼란의 기억이, 오늘까지 도착했다는 천여 명의 육지경찰, 내일 허가를 내주리라 예상되는 구럼비발파, 이번 주 목요일에 온다는 우익단체/교회들의 찬성집회까지 맞물려 어찌해야 하나..싶습니다. 하나 확실한 것은 여기 있는 우리(라고 쓰고, 저는 도망치고 싶군요ㅠ.ㅠ)에게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습니다.
제주교도소의 양윤모 선생님은 생애 마지막이 될지 모를 단식을 26일째 하고 계십니다. 구럼비 발파 소식을 들으시면 물과 소금까지 끊으실 작정이십니다... 그리고 구럼비는, 화약을 설치하기 위해 구멍을 내는 과정에서 지하수가 터져나왔습니다... 아무도 지켜주지 못한 그 바위가 스스로 자신 안에 있던 물을 쏟아내며 저항하는 것 같습니다... 그 물은 바위에서 수많은 생명을 키워냈고, 지하수를 잘못 건드려 서귀포 시민의 70%가 마시는 강정천의 물까지 말라버리면 어찌될지, 끔찍합니다. 구럼비는 자신의 몸에 구멍을 낼 때마다 피와 같은 물을 쏟아낼 것입니다...
시간은 째깍째깍 초단위로 갑니다. 이번 주 예상되는 상황은, 내일 서귀포 경찰서에서 구럼비 발파허가를 내주면, 바로 화약저장고에서 화약이 이동하는 것을 막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근민 도지사가 모종의 결단을 내리겠다고 한 게 화요일 오전이니, 아침부터 도청에서 도지사를 압박하는 시위를 하겠지요. 그 가운데 육상과 해상에서 경찰과의 충돌은 계속 있을 것입니다. 말 그대로 전면전이지요...
저는 이 글을 특히 육지에 계시는 분들께 씁니다. 강정과 제주에 있는 분들은 이번 주, 특히 내일과 모레 강정으로 최대한 모여 구럼비 발파를 막기 위한 조직적인 저항을 할 것입니다.. 오지 못하시는 분들은 적어도 이번 주는 '강정'에 귀를 기울여 주십시오.ㅠ.ㅠ 구체적으로 몇 가지 제안을 드립니다.
1. 페이스북에서는 '강정마을 사람들'(http://facebook.gangjeong.com/)에 현장소식이 실시간으로 올라오므로 가입하시고 소식을 공유해 주십시오. 트윗을 하시는 분들은 이 그룹 멤버들을 팔로우하시고 최대한 강정소식을 알려주십시오.
2. 그리고..특히 서울에 계시는 분들은, 서경석 목사님이 이곳으로 내려오시지 못하도록 항의전화(02-722-1147)나 목사님 페북 http://j.mp/xZE96S 으로 메시지를 보내주셨으면 합니다. 그러나 가장 좋은 방법은 찾아가서 설득하는 건데, 어떤 분이 해주실 수 있을까요..ㅠ.ㅠ 이것도 안되면, 김포공항에서 피켓시위를 해주시든지..
제주의 강정을 돕는 목회자분들은, '제주에서 1500명을 동원하겠다'는 목사님들을 당장 내일부터 찾아뵙고 설득할 것입니다.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요..그럼에도 내려오실 경우는, 맞이하되 큰 충돌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ㅠ.ㅠ 하필..이렇게 정신없는 때 오신답니까..
무엇보다 여러분, 기도해 주십시오...모두들 마음의 각오를 다지고 이번 주를 시작하지만, 아무도 다치지 않도록...양윤모 샘도, 구럼비도, 마을 주민들도, 활동가들도, 육지에서 내려오는 분들도... 모두 말입니다. 고작 몇 개월 겪은 저도 '어찌됐든 이젠 좀 끝났으면 좋겠고, 평범하고 조용하게 살고싶다' 는 생각이 드는데, 5년간 저항해 오신 마을 분들의 심경은 어떨까요...ㅠ.ㅠ 제가 짐작도 하기 힘들 정도로 다치신 그분들의 마음이 함께 있는 이들과 전국에서 지지와 응원을 보내는 이들의 돕는 손길, 찾는 발길을 통해 조금이나마 치유와 회복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그리고, 이번 주의 급박한 위기의 순간이 지난다 하더라도, 해군측에서 잡은 공사기간은 2015년까지입니다...완전히 백지화되기 전까지는 이런 진통이 수년간 계속될 것이고, 지금 찢겨져 버린 공동체의 아픔은 적어도 한 세대 동안 지속되겠지요.. 혹 가까운 시일 안에 백지화 발표가 난다 하더라도, 지금 구럼비해안에 무지막지하게 만들어 쌓아놓은 삼발이를 치우는 것부터.. 진정한 '생명평화마을'로서 강정을 함께 만들어가는 데에도 지금 못지 않은 힘이 필요할 것입니다. 주께서 '이제 됐다. 떠나라'하는 순간까지의 여정을 충실하게 걸어갈 수 있도록 기도와 동역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모두들 평안한 밤 되시길^^